"채수근 해병 수영 못했다"…해병대 "첫날 실종자 찾은 인원 공적 치하하려던 것"
소방청 "물밖 도보 수색만 협의"…해병대 "수색구역 배치 요청? 일방 주장, 수사 중"
20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일병 빈소에서 채 일병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경북 예천군에서 집중호우 실종자를 찾다 순직한 해병대 1사단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과 중대원들에게 해병대 측이 '14박 15일 포상휴가'를 내걸고 급류 속 맨몸 수색을 독려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23일 해병대와 경북 구조당국 등에 따르면 해병대 1사단은 사고 전날인 18일 수색 현장에 처음 투입되자마자 실종자 1명을 수습하며 '역시 해병대'라는 찬사를 받았다.
1사단은 당시 실종자를 찾은 대원에게 14박 15일 포상휴가를 지급하기로 했다. 시신을 발견한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달래고, 작전 목표도 조기 달성하려는 독려책이었다.
이는 해병대원들에게 큰 동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수색대원들은 사고 전날만 해도 그리 깊지 않은 강변을 걸으며 육안으로 실종자를 수색했다.
그러나 사고 당일인 19일 오전 8시 30분, 채 상병과 중대원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보문교 내성천에서 9인 1조, 3명씩 3열로 대열을 이뤄 장화 차림에 삽 하나만 드는 맨몸 강바닥 수색을 시작했다.
전날까지 내린 폭우로 내성천 일대 수심이 급증하고 물살도 세던 때였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매일신문에 "포상휴가 지급을 결정한 건 수색 강화를 독려하려던 의도가 아니다. 첫날 실종자를 처음 찾은 인원의 공적을 치하하고자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8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하천변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포상휴가라는 당근에 더해, 수중 활동 경험도 많지 않은 현장 지휘관과 대원들이 수중 수색을 하도록 떠민 것은 사단 측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대원들에 따르면 채 상병은 육상 활동이 대부분인 포병대대 소속으로, 그 스스로도 전혀 수영할 줄 몰랐다. 그가 입대 이후 수영을 배운 건 훈련소에서 단 하루가 끝이었다.
사고 당일 수색 30분 만인 오전 9시 3분쯤, 1열에서 채 상병을 비롯한 3명이 갑자기 꺼진 강바닥에 중심을 잃고 물에 휩쓸리자 2명은 헤엄쳐 탈출했으나 채 상병은 그대로 떠내려갔다.
현장지휘관 또한 수중 경험이 적은 가운데 수색에 동원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 수색에 동참한 군 등 타 기관에 따르면 이번 실종자 수색 기간 해병대 안전수칙은 현장지휘관 지침에 따라 전파됐다.
당시 현장지휘관 대부분은 군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사급으로 전해졌다. 수중 수색 경험과 지식도 많지 않은 포병 소속 하사들이 강변 수색을 이끈 셈이다.
부대원들에 따르면 종종 간부들이 "허리보다 깊은 곳에는 가지 말라"고 말했을 뿐, 수중 수색을 말리는 이들은 없었다.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 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을 지켜보던 타 기관들은 이 같은 무리한 맨몸 수색을 제지하거나 크게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청 측은 "(해병대에) 도보로 물 밖에서 수색하라고 했다. 도보 수색 구역을 협의했을 뿐, 구명조끼나 안전장치 없이 물에 들어가라고 협의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병대 측이 실종 수색 실적을 높이고자 실종자가 많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로 수색 구역을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해병대 1사단 측은 "사단은 수중 수색을 지시한 적이 없다. 현장에 투입된 신속기동부대와 소방당국도 당초 수변만 수색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사단 예하 중대장별로 물에 들어갔다면, 각자 판단해 안전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해병대 수사단에서 수사 중이므로 임의 답변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