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藥인데, 한국선 麻藥(마약)… 박봄(걸그룹 2NE1 멤버)의 눈물
[4년前 美서 암페타민 가져오려다 적발… 뒤늦게 알려져]
검찰 "초범인데다 치료목적… 입건유예로 사건 종결"
소속사 양현석 대표 "美서 처방전 받고 복용했는데 하루아침에 마약 밀수자 돼"
2010년 마약류 약품인 암페타민을 밀수입한 혐의로 내사를 받았다가 처벌받지 않고 입건 유예됐던 걸그룹 2NE1의 멤버 박봄. |
유명 걸그룹 '2NE1'의 멤버 박봄(31)씨가 2010년 마약류 일종인 암페타민 성분이 든 약품을 우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들여오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검찰은 박씨를 처벌하지 않고 입건유예 조치를 내린 뒤 사건을 종결했다. 입건유예는 혐의는 있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처벌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2NE1은 2009년 데뷔한 4인조 여성 걸그룹으로, 박씨는 메인 보컬을 맡고 있다.
1일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0년 10월 12일 국제 특송우편을 통해 향정신성의약품인 암페타민 82정을 수입하다 인천공항 세관에 적발됐다. 암페타민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마약류 약품으로 국내에선 사용 금지돼 있다.
당시 박씨의 마약 밀수 사실은 관할 검찰청인 인천지검에 곧바로 통보됐다. 검찰은 수사관을 보내 박씨의 밀수 사실을 확인한 뒤 정식 내사사건으로 접수했지만 같은 해 11월 입건유예 조치를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박씨는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처방전을 받아 암페타민을 복용해오다 국내에서 다른 약을 먹었더니 구토가 나 미국에 주문한 것"이라며 "처방전 등을 확인한 뒤 정상 참작 사유가 있어 입건유예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미국에서 암페타민은 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이 있으면 복용이 가능하다"며 "박씨가 초범이고, 판매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암페타민 성분이 든 약품을 들여온 것이어서 다른 사건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입건유예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봐주기 수사'가 아니며, 적절한 기준에 따라 처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해 인천지검이 박씨와 같은 방법으로 미국에서 우편으로 암페타민 10g을 몰래 들여오려던 대기업 차장 A씨를 구속 수사한 것과 비교해 형평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4년 전 사건으로 논란이 일자 이날 박씨가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2NE1 멤버는 담배나 술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런 박봄이 하루아침에 마약 밀수자가 됐다"며 해명에 나섰다. 박씨는 미국에서 수년간 먹던 약이 국내에 없어 수입 금지 약품인지 모르고 반입하려다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양 대표에 따르면, 데뷔 전부터 오랜 기간 미국에서 자란 박씨는 어릴 적 축구 선수를 꿈꿨고, 경기 도중 친한 친구가 사고로 사망하는 것을 목격한 뒤 정신적 충격으로 암페타민 성분이 든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 대표는 "수년간 정신과 상담과 심리치료를 병행하면서 미국 대학병원에서 정식으로 발급받은 처방전을 통해 암페타민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2010년 이전까지는 정식으로 복용해왔지만 바쁜 스케줄로 미국에 갈 수 없게 되자 박봄 어머니와 할머니가 처방받은 약품을 우편으로 보냈고, 국내에서는 금지된 약품이어서 세관에서 문제가 됐다는 게 양 대표의 해명이다. 박씨는 2010년 이후에는 국내 대학병원에서 다른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표는 "상식적으로 어머니와 할머니가 딸과 손녀에게 마약을 구해주겠느냐"고도 했다.
박씨가 속한 걸그룹 2NE1은 2010년 9월 법무부 '법질서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박씨는 법질서 로고송인 '지켜요. 작은 기본'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박씨는 현재 2NE1 다른 멤버들과 함께 월드투어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시작, 9개국 12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월드투어는 오는 5일과 6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다.
[암페타민은 어떤 약] 과잉행동 집중력장애 치료제… 필로폰의 주성분
가수 박봄이 미국에서 우편으로 반입하려다 걸린 약물 암페타민은 중추 신경을 흥분 자극하는 일종의 각성제다. 필로폰으로 알려진 마약 메스암페타민의 주성분이다. 오·남용 시 중독 위험이 있다. 엑스터시도 암페타민 제조 공정을 달리해 만드는 신종 마약이다.
국내에서 암페타민은 마약으로 분류돼 있고,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금지 약물이다. 의사가 처방해도 구할 수 없다. 미국에서 암페타민은 마약류 약물이기는 하지만 의사 재량에 따라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주로 과잉행동 집중력장애(ADHD)나 기면병(嗜眠病)에 쓰인다. 집중력을 높이고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기면병은 낮에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쓰러지듯 잠에 빠져드는 병이다. 국내에선 이런 경우 주로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약물이 의사 처방으로 쓰인다. 암페타민은 살 빼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외국에선 아주 드물게 다이어트 처방에 쓰이기도 한다.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하는 의약품은 해외에서 우편으로 국내에 들여올 수 없다. 국내에 없는 약물을 외국에서 구해야 하는 특수한 사례의 환자들은 희귀의약품센터에 신청해 정식으로 들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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