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반찬마실 첫 활동 : 혼자 해먹으면 맛이 없는데 함께 먹으니 잘 넘어가네~
농부철학자 전희식의 [똥꽃]
오늘은 처음으로 어르신과 함께 반찬을 만드는 날입니다.
그동안 두세 번에 거쳐 반찬마실에 함께 참여하는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복지관이 무얼 하는 곳인지, 방학동 동네가 어떠한지, 나눔이웃 사업과 반찬마실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지 설명하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르신 댁에 가기 전에 복지관에서 다시 한 번 반찬마실 활동에 대해 나눴습니다. 마침 농부철학자 전희식의 똥꽃 영상이 있어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농부철학자 아들 전희식이 작은 것 하나 어머니께 묻고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을 만날 때 어떻게 만날지, 왜 어르신이 반찬의 주인이 되도록 여쭙고 부탁드려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농부철학자 전희식의 똥꽃 영상보기
원래 세 가정의 어르신과 함께 하려고 했는데 당일에 병원에 가야 하는 홍oo 어르신과 심한 감기로 몸이 안 좋으신 유oo 어르신께서 못 오시는 바람에 유oo 어르신 한 가정과 반찬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복지관을 벗어나 지역으로
반찬마실 장소는 유oo 할머니, 정 oo 할아버지 댁입니다. 좋은 시설과 조건을 가지고 있는 복지관에서 편하게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어르신 댁을 섭외했습니다. 반찬마실이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르신의 평범한 일상이 되고, 동네에서 이웃과 관계 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관중심이 아니라 당사자와 지역중심으로 일하고자 했습니다.
“같이 반찬 만들어 먹고 서로 안부도 묻고 그렇게 하자는 거지?” 할아버지께서도 모임의 취지를 잘 이해해주시고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집에서 모임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신경 쓰실 것이 많으니 불편하신 듯 어렵다고 하시다가 복지관에서 필요한 양념과 재료를 준비하니 따로 준비하실 것은 없다고 계속 부탁드리니 허락해주셨습니다.
어르신, 장에 함께 가요!
유승연, 이은숙, 장인숙 어머니와 함께 어르신 댁에 방문했습니다. 어르신 댁에 들어서니 환하게 맞아주셨습니다. 말끔하게 청소도 해놓으시고 오랫동안 쓰지 않은 빈 그릇과 수저, 냄비까지 깨끗하게 씻어 놓으셨습니다. 평소에 쓰지 않은 그릇을 오랜만에 꺼내놓으신 그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어르신 댁이 시끌벅적 사람 냄새가 나니 참 좋았습니다.
“할머니, 우리 장보러 가는데 함께 가요. 어떤 반찬이 좋은지 알려주세요~”
“무릎도 아프고 눈도 안 좋아서 밖에 못나가~ 젊은 사람들이 잘 아니 다녀와~”
여러 번같이 나가자고 권했으나 한사코 집에 계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대신 집에서 밥을 앉혀달라고 부탁드리고 어머니와 장을 보러 나왔습니다.
지난 달에 어머니들과 어르신 댁에 방문해서 싫어하는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을 여쭈었습니다. 처음 여쭈니 다 잘 먹는다, 주는 대로 먹는다, 특별히 가리는 것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도 좋아하시는 음식이 있으시고 피해야 할 음식이 있으실텐데 처음이라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셨나봅니다. 그래서 건강과 치아를 생각해서 동태찌개를 주 메뉴로 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장을 보려고 나가는데 할머니께서 어머니께 할아버지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살짝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다시 급하게 소고기무국을 주 메뉴로 바꾸었습니다. 다음 달에는 어떤 메뉴를 정할지, 좋아하시는 음식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좀 더 자주 구체적으로 여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들과 함께 장보기
어머니들과 함께 장을 봤습니다. 방학동의 명물 도깨비시장으로 갔습니다. 재래시장인 만큼 시장 안에 있는 상가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재료비를 복지관에서 부담하기로 카드결재가 되는 도깨비 시장 안에 있는 마트를 이용했습니다. 지금은 복지관에서 재료비를 부담하지만 나중에는 예산이 없어도 어르신과 어머니, 이웃에게 부탁드려 이웃의 나눔으로 활동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트에 들어가니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밀어주는 사람과 이것저것 의논하며 필요한 물품을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께서 저렇게 휠체어를 타고 나오시는 모습을 보며 다음 달 반찬마실 때는 더욱 어르신과 함께 장을 보러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떡과 약밥을 사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지난달에 사간 약밥이 참 맛있었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을 기억하시고 어머니께서는 오늘도 시장에서 조금씩 돈을 모아 직접 떡과 약밥을 사셨습니다. 늘 오실 때마다 생각해주시는 어머니들의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어머니, 이건 어떻게 할까요?
집으로 돌아와서 함께 밑반찬 조리를 시작합니다. 쑥갓나물을 먼저 다듬는데 어머니께서 먼저 다듬으시며 할머니께 여쭙습니다.
“어머니, 쑥갓나물 함께 다듬어요. 어떻게 다듬어야 해요?”
“그렇게 다듬으면 안돼~ 이렇게 다듬으면 남는 부분을 또 쓸 수 있어.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고~”
다음은 나물을 뜨거운 물에 데쳐야 합니다. 저도 할머니께 여쭈었습니다.
“할머니, 물은 얼마큼 담아야 해요?”
“너무 많다, 요만큼 버리고 와~”
“요만큼요? 아니, 조금 더 버리라! 근데 요즘엔 남자도 이렇게 조리하나?”
똥꽃 영상을 보고 부탁드렸듯이 어머니께서 반찬 조리 할 때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어르신께 먼저 여쭈었습니다.
“어머니, 이거 간 좀 봐주세요~”
“어머니, 도토리묵은 크기를 얼마만큼 자를까요?”
“어머니, 이거 소금은 얼마큼 넣어야 해요?”
할머니께서는 이것저것 여쭐 때마다 적극적으로 대답해주시고 함께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모두 요리를 잘 하시고 자신만의 요리법이 있을 법한데 할머니께 여쭙고 할머니의 스타일대로 조리하셨습니다. 그런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반찬 만드는 내내 신나게 참여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저는 두부를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구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들께서 한마디 하십니다.
“권 선생 두부도 참 맛있게 잘 굽네~”
“고맙습니다~ 반찬마실 1년 동안 꾸준히 하면 저 장가갈 준비 할 수 있겠어요~”
내가 혼자 해먹으면 맛이 없는데 함께 먹으니 잘 넘어가네~
소고기무국, 도토리묵, 무나물, 쑥갓나물, 두부조림, 계란말이. 순식간에 여섯 가지 반찬이 완성되었습니다. 화학조미료 하나 들어가지 않은 맛있는 반찬입니다.
밥과 국, 반찬까지 한 상 가득 차렸습니다.
할머니께서 반찬 하나하나 맛을 보시더니 “음, 맛있네~ 음, 맛있네~”라고 연신 말씀하셨습니다. 본인이 직접 간을 보고 조리에 참여하셨으니 어찌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요?
순식간에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웠습니다.
밥을 다 먹었는데 반찬에 자꾸 손이 갑니다.
“내가 혼자 해먹으면 맛이 없는데 이렇게 함께 먹으니 잘 넘어가네~ 아이고, 이렇게 자꾸 집어먹으면 살쪄서 안돼~” 맛있게 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감사했습니다.
남은 반찬을 조금씩 싸서 오늘 원래 오시기로 한 유oo 할머니, 홍oo 할머니 댁에도 드리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에는 다른 어르신과 함께 더 시끌벅적 반찬을 만드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첫댓글 권 선생이 칭찬받았네~
함께 반찬을 준비하면서 서로 수고하고 감사한 이야기 많이 나눴어요.
사회사업가가 칭찬받기보다 이웃과 지역사회가 드러나야하는데..
권대익선생님 '간 좀 봐주세요.'에서 박시현선생님이 원더걸스 봉사자님들게 모임에 관해 진실된 마음으로 설명드리고 안내한 것 처럼 그렇게 지역 주민분께 모임의 취지와 바라는 바를 설명하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