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코로나
석야 신웅순
작년 겨울에는 감기로 고생했는데 올 여름은 코로나이다. 겨울과 여름을 건너는데 갈수록 통행료가 비싸다.
내가 먼저 걸렸고 집사람이 걸렸다. 코로나로 나라가 온통 난리칠 때도 걸리지 않았었다. 집 사람이 조심하지 그랬냐고 한다.
증상은 달았다. 나는 코로나 증상 순서를 그대로 거쳤고 아내는 한 두 증세만 겪었다. 집 사람은 전에 한 번 걸렸었다. 면역이 생긴 것일까. DNA가 달라 그런 것일까. 그 때 집 사람이 코로나 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엄청 고생을 했다. 나보고는 그 약을 먹지 말라 했다. 그래서 먹지 않았다.
해열제에도 며칠 째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속이 메슥거렸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깨어보니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저승이 바로 옆이다.
집 사람이 왜 날 부르지 않았냐고 한다. 정신을 잃으면 말이 나오기나 하는가. 그래서 뒤늦게 발견하기 일쑤가 아닌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소홀리했던 것이 그 꼴이 되었다. 즉시 병원으로 가 코로나 약을 다시 처방 받았다. 열이 조금씩 떨어졌다. 살 것 같았다. 집 사람은 가래 기침만 있었을 뿐 큰 열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여름이 두려웠다. 195,60대였다. 콜레라, 장티푸스가 찾아오면 마당에다 새끼줄을 쳤다. 넘지 말라는 금줄이다. 걸리면 죽기 십상이니 전염병이 두려웠다. 당시엔 별다른 약이 없어 면역과 싸워 이겨야 사는 판이었다. 여름이면 어느 마을에서 누가 죽었더라 그런 소문이 퍼졌다. 어린 내게 그것은 공포였다.
살아남았으니 우리들은 행운아임에는 틀림없다.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렇지 않고 어찌 사정을 안다 말할 수 있는가. 모른다. 어르신들은 자주 아프기 일쑤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한 번 실수로 먼 길을 갈 수가 있다. 세상에 왔으면 마무리는 하고 가야할 것이 아니냐.
운동을 매일 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방심은 금물이다. 세상을 살려면 어느 정도 긴장감은 갖고 있어야할 것 같다. 긴장이 풀어지면 찾아오는 게 감기 몸살이다. 흔히 주말에 찾아오지 않는가.
삶에 필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겸손이다. 운동이라는 자만 가지고는 안 된다. 겸손이라는 마음가짐이 있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보, 오늘은 어디 좋은 경치 없을까?”
집 사람이 마땅한 그림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 방아실 쪽으로 가볼까?”
대청호 괜찮은 경치 몇 군데를 담았다.
잠복기를 거쳤는지 그 때 근육통과 함께 온몸이 으슬으슬했다. 발병이 난 것이다. 밖을 내다본 파란 대청호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잊을 수 없는 그날이었다.
- 2024.8.23.여여재, 석야 신웅순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