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가난진(以假亂眞)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뜻이다.
以 : 써 이(人/3)
假 : 거짓 가(亻/9)
亂 : 어지러울 란(乙/12)
眞 : 참 진(目/5)
가짜의 유래는 정말 오래 되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는 중국 전역이 많은 나라들로 나뉘어져 있었기에. 침략전쟁과 그에 따른 보복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외교협상도 자주 있었다. 전쟁에 이긴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왕실에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을 바치라는 것도 들어 있다.
약소국은 강대국의 뜻을 거스르면 또 다시 침략을 당할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나라의 보물을 넘겨줄 수도 없고 하여 처지가 정말 곤란하게 된다. 이런 때 정교한 기술로 모조품을 보내주면, 강대국에서 모르고 보물을 얻었다고 좋아하는 경우도 있었다.
송(宋)나라 제일의 서예가인 미불은, 글씨뿐만 아니라 그림도 잘 그렸고, 시문(詩文)에도 뛰어났다. 당시 서화를 매우 좋아하던 휘종(徽宗)은 그가 서화에 아주 뛰어난 점을 총애하여 그를 불러 서화학박사라는 벼슬을 주어 자주 접견하여 서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간혹 옛날 서화나 골동(骨董) 등에 대한 감정(鑑定)을 의뢰하였다.
약간의 장난기가 있는 이 미불은, 휘종이 옛날 이름난 서화를 감정 의뢰하면, "집에 가져가서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라고 하고는 집에 가져와서, 원본은 자기가 하고 자기가 모조한 그림을 임금에게 돌려주기도 하였다. 그러면 서화에 조예가 깊은 휘종이라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고 한다.
북경고궁박물원(北京故宮博物院)에 소장되어 있는 원나라 조맹부가 쓴 육체천자문(六體千字文: 천자문을 篆書 隸書 등 여섯 가지 서체로 쓴 법첩)은 800년 이상 조맹부의 친필 진본으로 역대 서예가들이 믿어 왔으나, 1990년대 들어와 북경사범대학(北京師範大學) 계공(啓功)교수에 의하여 가짜인 것으로 최종 감정결과가 나왔다.
진짜와 가짜의 판별이 이렇게 어렵다. 요즘 중국에는 진짜를 능가하는 가짜가 판을 친다. 다 가짜를 잘 만들어내는 전통이 있는 것 같다. 요즈음 북한에 있는 문화재인데 중국을 통해서 흘러 나온 것이라 하면서 사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가짜다.
어떤 골동품 상인이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 글씨라고 하면서 한아름 안고 와서 감정을 해 달라고 하기에, 자세히 살펴 보았더니 너무나 진짜 같았다. 가짜인 것으로 판정했지만. 혹시나 실수할까 봐 정말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필자가 퇴계 선생 글씨는 자신 있게 알아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글씨일 경우에 판별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도 가짜가 많다. 본인 입으로 "어디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전에 무슨 일을 했습니다", "누구를 잘 압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듣는 사람이 의심부터 하기는 일반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이 전하다 보면 결국 사실처럼 되는 것이다.
몇 십년 전에 어떤 사람이 문교부(지금의 교육부) 차관 하고 성하고 이름자 가운데 한 글자가 같았다. 어떤 대학에 교수임용원서를 내면서, "우리 차관으로 있는 형님이 여기 지원해 보라 해서 왔습니다"라고 하고는 원서를 던져놓고 갔다. 그 사람은 결과적으로 교수로 임용되었고, 그 학교의 다른 교수들 대부분이 수십년 동안 정말 문교부 차관의 아우로 여기고 있었다.
이번에 동국대학의 가짜 박사 사건 같은 사례가 한두 건만은 아닐 것이다. 외국박사라면 실력 이전에 맹목적으로 우대하는 대학 자체가 문제가 적지 않다. 지금도 어떤 사립대학에서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하고 국내에서 받은 사람하고는 월급을 차등지급하고 있고, 어떤 사립대학에서는 학교 간부를 전부 외국에서 학위 받은 사람으로 채우기도 한다.
소리 없이 자기 일에 충실한 진정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세상에는 많이 있다. 사람 같은 사람이라면 자기 잘났다고 나서겠는가? 자기 자랑하고 설치는 사람에게 많은 점수를 주는 세상 사람들의 안목이 가짜를 양산하고 있다.
이가난진(以假亂眞)
이가난진(以假亂眞), 이위난진(以僞亂眞)도 같은 말이다. 거짓으로 진실(참)을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한서'를 편찬한 반고가 한나라를 들어먹은 왕망을 평한 말이다. 남북조시대 북제의 안지추는 이 말을 '안씨가훈'으로 삼았다.
권력을 좇는 부나방이 들끓는 난세, 왕조의 부침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런 시기에는 권모술수와 혹세무민이 독버섯처럼 자란다. 거짓은 난무하고 모두가 옳다고 여기는 상식은 파괴된다. "이가난진을 경계하라." 난세의 논리를 꿰뚫어 본 두 학자는 바로 그 말로 후세를 경계했다.
석현은 전한의 환관이다. 간신을 급으로 따진다면 지존급에 속하는 역사적인 간신이다. 이가난진으로 무장했다. 교활한 두뇌, 독한 심보, 기막힌 말솜씨, 마당발… 그의 이가난진은 어땠을까.
감언으로 황제를 속여 충신을 하나하나 제거한다. 당대의 충신 소망지와 주감도 참소에 죽음을 면치 못했다. 불리하면 충신을 방패막이로 삼고, 또 토사구팽한다. 환관의 권력 농단은 그로부터 시작됐다. 석현이 죽은 뒤 조사했더니 받아먹은 뇌물은 산더미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후 간신은 석현을 공부했다. 그의 무엇을 배웠을까. 바로 이가난진을 배웠다. '자치통감'을 쓴 사마광의 평가, "그의 사악한 논설과 궤변은 참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지금은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더할지 모르겠다. 거짓은 SNS를 타고 광속으로 번져가는 시대이니. 정치 권력은 폭주한다. 헌법과 법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깃털보다 가볍게 여기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거대 여당은 이 법률을 단독으로 만들더니 이번에는 처장 후보 선출에 관한 야당 비토권마저 박탈했다. 대통령과 여당 입맛에 맞는 수장 임명의 길을 텄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옵티머스·라임펀드 사건의 정·관계 연루 의혹… 이들 사건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질까.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판에 이들 사건 수사의 운명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초록동색을 앉혀 흔적을 지운 뒤 이런 말을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깨끗하다'고.
관심을 끄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새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고 했다.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고… 헌법정신에 입각해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야당 비토권마저 없앤 공수처. '정치로부터 독립된 권력기관?' 많은 법률가는 "권력 비리를 은폐하는 문이 활짝 열렸다"고 한다. 어느 모로 보나 그렇다.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사법권의 독립과 정치 중립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판이니. 대통령의 말은 거짓(假)일까, 참(眞)일까.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거나 대북 전단을 날리면 감옥에 보내는 5·18역사왜곡처벌법과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국민 입에는 재갈이 물렸다. 헌법으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한번 발휘했다가는 옥고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오죽하면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몰랐다"(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한탄까지 한다. 지금이 일제강점기인가. 이런 것을 두고 '민주주의의 새 장'이라고 하는가.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참일까.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총장 내쫓기는 절정을 이룬다.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정당성과 공정성은 찾기 힘들다. 법무장관의 '반(反)법치' 폭주를 두고 검사들은 일제히 항의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여당 원내대표의 말, "어느 행정부 어느 부처 공무원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을 겁 없이 감행하느냐"고 했다.
되물어 보자. 어느 정권 어느 정부가 이런 식으로 권력형 비리를 감추고자 했던가.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가족이 감방 신세를 져도 감수했다. 왜? 법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권력 비리를 파헤치는 수사 책임자는 남아나질 못한다. 수호지 흑선풍이 도끼를 휘두르는 것처럼 날린다. 검찰 개혁? 그 구호는 거짓일까 참일까.
이가난진의 망령은 활개친다. 이제 어떤 역사의 장이 열릴까. 민주주의의 새 장? 암흑시대의 장이 어른거린다.
사이비(似而非)와 가짜뉴스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의 실상을 취재 보도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까지 태워다 준 기사 김사복씨가 주인공. 영화는 관객 동원 1000만명이란 열풍을 몰고 오고 있는데, 두 주인공은 갑자기 북한 ‘간첩’이란 무서운 소리를 듣고 있다. 용감한 기자와 그를 도운 평범한 국민이 간첩이 돼야 하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것 같으나 아닌 것으로, 얼핏 보면 옳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을 말한다. 맹자(孟子) 진심(盡心) 하(下)에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다. 가라지를 미워함은 벼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요, 말재주가 있는 자를 미워함은 의를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요(孔子曰 惡似而非者 惡莠 恐其亂苗也 惡佞 恐其亂義也)”라고 하셨다.
공자는 가라지도, 말재주 있거나 말을 잘하는 사람도 싫어하셨다. 공자가 싫어한 것은 비슷한 것이 참인 것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명분(名分)과 실질(實質)을 중시하셨기에 명실상부(名實相符)하지 않으면 싫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비슷하나 아닌 것도 미워했는데, 문명이 발달해 인공지능(AI)이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킨다고 하는 마당에 의인을 간첩으로 날조하는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이를 믿는 혹은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세상을 이들과 살아야 하니···.
섭공호룡(葉公好龍)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유향(劉向)의 신서(新序)에 나오는 이야기로, 춘추시대(春秋時代) 초(楚)나라의 섭공이 용을 매우 좋아하여 집안 온갖 기물에 용을 그려 넣었는데, 용이 직접 섭공의 집을 찾아오니 진짜 용을 본 섭공은 몹시 놀라 도망가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요즘 형이하(形而下)에서부터 형이상(形而上)에 이르기까지 사이비가 너무나 많다. 중국산 참깨인데 한국산으로 둔갑해서 팔리는 것도 사이비요, 공관병을 사병처럼 부리며 당연하게 인식하는 군인도 사이비요, 여학교에서 제자를 3분의2나 성추행한 교사도 사이비다.
조선후기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실린 '호질(虎叱)'에, 도학자 북곽(北郭) 선생이 열녀 표창까지 받은 이웃의 과부 동리자(東里子)와 밀회를 나누다가 호랑이에게 양반계급의 위선에 대해 크게 꾸짖음을 당하는 이야기가 연상된다. 거짓으로 참을 어지럽히는 '이가난진(以假亂眞)'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 以(써 이)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람이 연장을 사용하여 밭을 갈 수 있다는 데서 ~로써, 까닭을 뜻한다. 상형문자일 경우는 쟁기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❷회의문자로 以자는 '~로써'나 '~에 따라'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以자는 人(사람 인)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以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수저와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밭을 가는 도구이거나 또는 탯줄을 뜻하는 것으로 추측하고는 있지만, 아직 명확한 해석은 없다. 다만 무엇을 그렸던 것인지의 유래와는 관계없이 '~로써'나 '~에 따라', '~부터'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以(이)는 ①~써, ~로, ~를 가지고, ~를 근거(根據)로 ②~에 따라, ~에 의해서, ~대로 ③~때문에, ~까닭에, ~로 인하여 ④~부터 ⑤~하여, ~함으로써, ~하기 위하여 ⑥~을 ~로 하다 ⑦~에게 ~을 주다 ⑧~라 여기다 ⑨말다 ⑩거느리다 ⑪닮다 ⑫이유(理由), 까닭 ⑬시간, 장소, 방향, 수량의 한계(限界)를 나타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위치나 차례로 보아 어느 기준보다 위를 이상(以上),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전(以前), 일정한 한도의 아래를 이하(以下), 그 뒤로나 그러한 뒤로를 이래(以來), 어떤 범위 밖을 이외(以外), 일정한 범위의 안을 이내(以內), 어떤 한계로부터의 남쪽을 이남(以南), 어떤 한계로부터 동쪽을 이동(以東), ~이어야 또는 ~이야를 이사(以沙), 그 동안이나 이전을 이왕(以往), 까닭으로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소이(所以), ~으로 또는 ~으로써를 을이(乙以), 어떠한 목적으로나 어찌할 소용으로를 조이(條以), ~할 양으로나 ~모양으로를 양이(樣以), 석가와 가섭이 마음으로 마음에 전한다는 뜻으로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심오한 뜻은 마음으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말 또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전달됨을 이르는 말을 이심전심(以心傳心),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뜻으로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당해 내려는 어리석은 짓을 일컫는 말을 이란투석(以卵投石), 대롱을 통해 하늘을 봄이란 뜻으로 우물안 개구리를 일컫는 말을 이관규천(以管窺天), 귀중한 구슬로 새를 쏜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이주탄작(以珠彈雀), 독으로써 독을 친다는 뜻으로 악을 누르는 데 다른 악을 이용함을 이르는 말을 이독공독(以毒攻毒),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이르는 말을 이열치열(以熱治熱), 옛것을 오늘의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옛 성현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이고위감(以古爲鑑), 새우로 잉어를 낚는다는 뜻으로 적은 밑천을 들여 큰 이익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이하조리(以蝦釣鯉), 손가락을 가지고 바다의 깊이를 잰다는 뜻으로 양을 헤아릴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이지측해(以指測海),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이식위천(以食爲天), 사슴을 말이라고 우겨댄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기만하고 권세를 휘두름을 이르는 말을 이록위마(以鹿爲馬), 하나로써 백을 경계하게 한다는 뜻으로 한 명을 벌하여 백 명을 경계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이일경백(以一警百), 털만으로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린다는 뜻으로 겉만 알고 깊은 속은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이모상마(以毛相馬), 남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이인위감(以人爲鑑), 백성을 생각하기를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백성을 소중히 여겨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이민위천(以民爲天), 피로써 피를 씻으면 더욱 더러워진다는 뜻으로 나쁜 일을 다스리려다 더욱 악을 범함을 이르는 말을 이혈세혈(以血洗血),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과거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을 이왕찰래(以往察來), 불로써 불을 구한다는 뜻으로 폐해를 구해 준다는 것이 도리어 폐해를 조장함을 이르는 말을 이화구화(以火救火) 등에 쓰인다.
▶️ 假(거짓 가, 멀 하, 이를 격)는 ❶형성문자로 仮(가)의 본자(本字), 徦(가)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叚(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叚(가; 언덕에 발판을 내어 손으로 잡고 한칸씩 오르는 모양)는 이 글자가 붙는 글의 뜻으로 오르다, 타다, 먼 곳에 가다라는 뜻이 있다. 또 손을 빌리는 데서 임시의 거짓의 뜻이 있다. 후에 사람인변(亻=人; 사람)部를 붙여 사람이 ~하다란 뜻을 나타내었으나, 곧 가의 뜻을 그대로 나타내어 썼다. ❷회의문자로 假자는 '거짓'이나 '가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假자는 人(사람 인)자와 叚(빌 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叚자의 금문을 보면 구석에서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물건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人자가 더해지면서 '물건을 빌려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만들어졌다. 假자는 본래 물건을 빌려준다는 의미에서 '빌려주다'나 '임시'를 뜻했지만, 후에 진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확대되어 '거짓'이나 '가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假(가, 하, 격)는 (1)일부 한자어(漢字語)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일시적(一時的)인, 시험적(試驗的)인, 임시적(臨時的)인, 잠정적인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참(眞正) 것이 아닌 가짜, 거짓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거짓 ②가짜 ③임시(臨時) ④일시 ⑤가령(假令) ⑥이를테면 ⑦틈, 틈새 ⑧빌리다 ⑨빌려 주다 ⑩용서하다 ⑪너그럽다 ⑫아름답다 ⑬크다, 그리고 ⓐ멀다(하) 그리고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오다(격)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수량을 대강 어림쳐서 나타내는 말을 가량(假量),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인정함을 가정(假定), 속마음과 달리 언행을 거짓으로 꾸밈을 가식(假飾), 객관적 실재성이 없는 주관적 환상을 가상(假象), 어떤 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설정된 명제를 가설(假說), 임시로 또는 거짓으로 일컬음을 가칭(假稱), 임시로 지어 부르는 이름을 가명(假名), 임시로 설치함을 가설(假設), 어떠한 일을 가정하고 말할 때 쓰는 말을 가령(假令), 임시로 빌리는 것을 가차(假借), 거짓으로 꾸며 분장함을 가분(假扮),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함을 가상(假想),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 후 상대방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어 버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가도멸괵(假道滅虢), 농담이나 실없이 한일이 나중에 진실로 한 것처럼 됨을 이르는 말을 가롱성진(假弄成眞), 몇 년이라도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일을 일컫는 말을 가아연수(假我年數), 여우가 범의 위세를 빌어 다른 짐승들을 위협한 우화로 신하가 군주의 권세에 힘입어 다른 신하를 공갈하거나 약자가 강자의 세력에 힘입어 백성을 협박함을 비유하는 말을 가호위호(假虎威狐),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림을 이르는 말을 호가호위(狐假虎威), 장난삼아 한 것이 진정으로 한 것같이 됨을 이르는 말을 농가성진(弄假成眞), 하늘이 목숨을 빌려 주어 장생시키는 일을 이르는 말을 천가지년(天假之年), 적은 반드시 전멸시켜야지 용서해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을 적불가가(敵不可假), 재물이나 병력이나 위력 등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어진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처럼 본심을 가장함을 이르는 말을 이력가인(以力假仁),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말을 이가난진(以假亂眞) 등에 쓰인다.
▶️ 亂(어지러울 란/난)은 ❶형성문자로 乨(란), 乱(란), 釠(란)은 통자(通字), 乱(란)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을(乙=乚; 초목이 자라나는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란(실패에 감긴 실의 상하에 손을 대고 푸는 모양으로 일이 어지러움)으로 이루어졌다. 얽힌 것을 바로잡는 일로, 나중에 얽힌다는 뜻으로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亂자는 '어지럽다'나 '손상시키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亂자는 실타래를 손으로 풀고 있는 모습과 乙(새 을)자가 결합한 것이다. (난)자는 엉킨 실타래를 손으로 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금문까지만 하더라도 '어지럽다'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여기에 乙자가 더해지면서 도구를 이용해 실타래를 푸는 모습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래서 亂(란)은 ①어지럽다 ②어지럽히다, 손상시키다 ③다스리다 ④음란하다, 간음하다 ⑤무도하다, 포악하다 ⑥물을 건너다 ⑦가득 차다, 널리 퍼지다 ⑧난리(亂離), 반란(叛亂) ⑨위해(危害), 재앙(災殃) ⑩음행(淫行), 음란(淫亂)한 행위 ⑪버릇없는 행동 ⑫풍류(風流), 악장(樂章) ⑬요지(要旨) ⑭함부로, 마구잡이로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스릴 치(治), 다스릴 리(理)이다. 용례로는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세상이 소란하고 질서가 어지러워진 상태를 난리(亂離), 어지럽게 마구 추는 춤을 난무(亂舞), 총이나 활 따위를 함부로 쏘는 것을 난사(亂射), 이리저리 흩어져서 질서나 체계가 서지 않는 일을 난맥(亂脈), 질서없이 여기 저기서 마구 나서는 것을 난립(亂立), 몹시 거칠고 사나움을 난폭(亂暴), 어지러운 판국을 난국(亂局), 어지럽게 함부로 들어가는 것을 난입(亂入), 공기나 물의 불규칙한 흐름을 난류(亂流), 사물이 얽히고 뒤섞여 어지럽고 수선스러움을 난잡(亂雜), 질서를 어지럽히며 마구 행동하는 것 또는 그런 행동을 난동(亂動), 조화나 정상을 잃은 흐트러진 상태를 난조(亂調), 마구 때림을 난타(亂打), 어지러워 살기가 힘든 세상을 난세(亂世), 세상이 어지러운 때를 난시(亂時), 양편이 서로 뒤섞여서 어지럽게 싸움을 난투(亂鬪),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어지러움을 혼란(混亂), 시끄럽고 어지러움을 요란(搖亂), 뒤흔들어서 어지럽게 함을 교란(攪亂), 음탕하고 난잡함을 음란(淫亂), 야단스럽고 시끄러움을 소란(騷亂), 도덕이나 질서나 규칙 등이 어지러움을 문란(紊亂), 크게 어지러움이나 큰 난리를 대란(大亂), 마음이 어둡고 어지러움을 혼란(昏亂), 어수선하고 떠들썩함을 분란(紛亂), 왜인이 일으킨 난리를 왜란(倭亂), 사변으로 일어난 소란을 변란(變亂),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이는 난리나 반란을 내란(內亂),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식 또는 불충한 무리를 일컫는 말을 난신적자(亂臣賊子),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 따위가 잘 잡혀 있어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사불란(一絲不亂), 같은 패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일컫는 말을 자중지란(自中之亂),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자른다는 뜻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물이나 비꼬인 문제들을 솜씨 있고 바르게 처리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쾌도난마(快刀亂麻), 마음이 번거롭고 뜻이 어지럽다는 뜻으로 의지가 뒤흔들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심번의란(心煩意亂) 등에 쓰인다.
▶️ 眞(참 진)은 ❶회의문자로 真(진)의 본자(本字)이다. 사방팔방(八)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目) 올바른 것으로 참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眞자는 '참'이나 '진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眞자는 目(눈 목)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眞자는 본래 鼎(솥 정)자와 匕(비수 비)자가 결합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鼎자는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큰 솥을 뜻하고 匕자는 '수저'를 표현한 것이다. 신에게 바치는 음식은 참되면서도 정성이 담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眞자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음식을 바친다는 의미에서 '참되다'나 '진실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眞(진)은 (1)참 거짓이나 허식이 아님 (2)진실(眞實)의 도리(道理). 진리(眞理) (3)일시적이 아님 변하지 아니함. 상주 불변(常住不變) (4)섞임이 없음. 순수(純粹)함 (5)자연(自然). 천연(天然) (6)해서(楷書). 진서(眞書) (7)일부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참된 거짓이 아닌의 뜻을 나타내는 말 (8)중국의 국호(國號)로 춘추시대(春秋時代)의 12열국(列國)의 하나 (9)삼국(三國)의 위(魏)를 이러서 그 권신(權臣) 사마염(司馬炎)이 세운 왕조(王朝) (10)후진(後晉) (11)진괘(晉卦) (1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참 ②진리(眞理) ③진실(眞實) ④본성(本性) ⑤본질(本質) ⑥참으로 ⑦정말로 ⑧진실(眞實)하다 ⑨사실이다 ⑩참되다 ⑪명료(明瞭)하다 ⑫또렷하다 ⑬뚜렷하다 ⑭똑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참 심(諶),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거짓 가(仮), 거짓 가(假), 거짓 위(僞)이다. 용례로는 말이나 태도가 참답고 착실함을 진지(眞摯), 거짓이 아닌 사실을 진실(眞實), 진실하여 애틋한 마음을 진정(眞情),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지거나 감추어진 사물의 참된 내용이나 사실을 진상(眞相), 정말과 거짓말 또는 진짜와 가짜를 진위(眞僞), 참된 마음을 진심(眞心), 참된 도리를 진리(眞理), 거짓이 없이 참으로를 진정(眞正), 진짜 물건을 진품(眞品), 진실하고 솔직함으로 참되어 꾸밈이 없음을 진솔(眞率), 실지 그대로의 경계를 진경(眞境), 인위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성질을 진성(眞性), 진실하여 잘못이 없음을 진제(眞諦), 진짜와 가짜 또는 참과 거짓을 진가(眞假), 참된 값어치를 진가(眞價), 참뜻으로 참된 의사나 진실한 의의를 진의(眞意), 주로 얼굴을 그린 화상 또는 사진을 진영(眞影), 진정에서 우러나온 거짓이 없는 참된 이야기를 진담(眞談), 실물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그려 냄을 사진(寫眞), 마음이 꾸밈이 없고 참됨을 순진(純眞), 임금의 화상이나 사진을 어진(御眞), 공리를 관찰하는 지혜로써 진제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일을 견진(見眞), 사물의 진상을 알게 됨을 득진(得眞), 하늘의 뜻을 받아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고 통일한다는 어진 임금을 일컫는 말을 진명지주(眞命之主), 농담이나 실없이 한일이 나중에 진실로 한 것처럼 됨을 이르는 말을 가롱성진(假弄成眞) 또는 농가성진(弄假成眞), 마음과 몸이 아주 깨끗하여 조금도 더러운 때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순진무구(純眞無垢), 형태나 사념 따위 현상을 초월한 참된 모습을 이르는 말을 무상진여(無相眞如), 너무도 깊고 그윽하여 그 진면목을 알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 도를 닦는 마음이 뛰어나서 차별이 없는 자리에 있는 진인을 일컫는 말을 무위진인(無位眞人), 사람의 도리를 지키면 뜻이 가득 차고 군자의 도를 지키면 뜻이 편안함을 일컫는 말을 수진지만(守眞志滿), 자성은 바뀌거나 없어지지 않는 절대적인 진리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자성진여(自性眞如),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지경임을 일컫는 말을 여진여몽(如眞如夢), 천진함이 넘친다는 뜻으로 조금도 꾸밈없이 아주 순진하고 참됨을 일컫는 말을 천진난만(天眞爛漫),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이가난진(以假亂眞)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