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리비언(Oblivion)
정 우 민
‘오블리비언’이란 망각이란 뜻이고, 아르헨티나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애절한 탱고
‘오블리비언’과 같은 제목이다. 이 영화에서는 ‘잊혀져 있는 상태’ 혹은 ‘잊고 있는
상태’로 해석함이 옳다.
때는 2077년, 외계인의 침공으로 지구의 절반이 파괴된 지 60년이 되었다. 60년 전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인간들이 핵무기를 사용하여 외계인을 무찔렀지만 결국
방사능 오염 때문에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이주해야만 하고 우주 기지인 ‘테트’에
지구의 생존자들이 모여 있다.
지구에 남은 사람은 두 명뿐이다. 통신 담당관 빅토리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
그리고 무인 정찰기이자 공격기인 ‘드론’ 관리를 맡은 잭 하퍼(톰 크루즈).
이들은 최종 마무리 팀으로 2주 뒤에는 5년 동안의 임무를 끝내고 지구인들이
피신해 있는 우주정거장 ‘테트’로 갈 예정이다.
잭 49호(잭 하퍼)는 자신을 사랑하는 파트너 빅토리아와 함께 구름 속 타워 기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지구에서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중이다.
외계인 잔당들의 테러공격을 감시하고 무인병기인 '드론'의 배터리 교환 등의
수리 관리를 하고 있다.
잭은 ‘우리가 이겼지만 , 우리가 떠나야하는 상황’에 의문을 가진다. 외계인들
이 달을 파괴하여 으깨진 달이 흉물스럽게 떠있다.
잭은 이상한 유도신호를 분석 후 지정된 장소로 갔다가 때마침 17구역에
불시착한 탈출선(비행선)에서 튀어나온 6개의 수면 캡슐을 발견한다.
수면캡슐에 들어있던 이상하게 낯익은 여자 생존자 한명을 구해 기지로
데려오게 된다. 나머지 생존자가 들어있던 캡슐은 드론이 갑자기 나타나
무차별 총을 난사하여 모두 파괴해버린다. 생존자인 지구인을 파괴하는
드론에 잭은 분노를 느낀다.
기지에서 깨어난 생존자 줄리아(올가 쿠릴렌코)는 깨어나자마자 잭을 보고
‘잭’의 이름을 부른다. 그녀는 잭의 언뜻언뜻 나타났다 없어지는 기억의
잔상 속에 남아 있던 여자와 동일한 여자였다. 줄리아의 설득으로 불시착한
장소로 가서 블랙박스(비행기록)을 찾는데 성공하지만 잭은 외계인
잔당들에게 생포 당하고 만다.
잭의 머리를 덮고 있던 두건이 벗겨지고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외계인이
아닌 지구인인 말콤(모건 프리먼)이었다. 잭은 지하기지 속에서 엄청난
수의 지구인 생존자를 만난다. 그들은 지구인 레지스탕스였던 것이다.
말콤은 ‘통제본부가 당신을 속이고 있다’고 하고 진실을 알려면 금지구역에
가보라며 잭을 풀어준다.
방사능 구역 넘어 금지구역에서 자신과 똑같은 잭 하퍼를 만난다. 그는 자신과
똑같은 복제인간 잭 52호였던 것이다.
추락한 탈출선의 음성비행기록을 듣고 잭은 엄청난 음모를 알게 된다. 그리고
줄리아가 자신의 아내임을 알게 된다.
'테트' 는 우주 정거장이 아니고 작은 행성크기의 거대한 기계형 외계생명체이다.
우주를 돌아다니며 자원을 가진 행성이 있으면 그 행성의 지적 생명체들을 죽이고
자원을 뽑아가는 외계 침략자이다.
2017년 토성 탐사선 '오딧세이호' 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인간이 살 수 있는 지를
탐사할 목적으로 NASA에서 발사한 우주선이다. 태양계 토성인근에 거대한 외계물질로
추정되는 행성이 출몰하여 NASA에서는 탐사선 오딧세이호를 보내서 정체불명의
외계물질을 탐사케 한다. 오딧세이호에는 8명의 승무원이 탑승해 있었는데 그중
사령관인 잭과 기술요원인 빅토리아를 제외한 6명은 수면캡슐에 들어있었다.
토성까지 가는 기간이 1년여가 걸리니 최소의 승무원만 깨어있고 나머지 승무원은
델타수면상태로 우주여행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딧세이호는 외계행성 '테트' 와 만나는 데, 그 순간 외계행성이 오딧세이호를
빨아들이게 된다.
마지막임을 감지한 사령관 잭은 수면캡슐에 있는 승무원들이라도 살리기 위해 수면캡슐이
들어있는 탈출선을 모선에서 분리하여 지구쪽으로 사출한다. 수면캡슐 중엔 물론
자신의 아내 줄리아도 자고 있었다. 수면캡슐을 실은 무동력 탈출선은 결국 60년이
걸려서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이것이 17구역에 떨어진 탈출선이다.
기계형 외계모선인 '테드'는 오딧세이호에서 잭과 빅토리아를 나포한 후 이 둘을
복제하여 수천명의 복제인간을 만들고 기억을 지우거나 조작하여 자신의 수족으로
쓰게 된다.
지구에 접근한 외계모선 '테드' 는 우선 달을 파괴하여 지구에 엄청난 환경재앙을
일으킨다. 지진, 해일등이 일어나 지구가 절반은 파괴되고 인류는 거의 수장된다.
환경재앙에서 살아남은 지구인들을 말살하기위해 복제해두었던 테트의 복제인간
부대인 3천명의 잭하퍼가 지구에 내려와 지구인들과 전쟁을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핵이 사용되기도 하는 전쟁이 벌어진다. 결국 지구인들은 소수의
레지스탕스들만 남게 된다.
지구인들을 거의 청소한 테드는 지구자원을 흡수하는 거대한 장치들을 바다에
세워서 바닷물을 통해 에너지를 흡수한다. 자원이 흡수된 곳은 사막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지구인 레지스탕스들이 기계를 부수는 것을 막기 위해 '드론' 이라는 기계를
내려 보낸다. 드론의 정비와 수리 관리등을 위해 각각의 구역을 정해 잭과 빅토리아의
복제품을 보내게 된다.
말콤이 이끄는 지구인 레지스탕스들은 외계모선 '테트' 가 보낸 '드론'들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스텔스기능을 가진 투구와 지구인의 음성을 변조하는 장치를 갖춘 옷을
입고 활동한다. 드론은 지구인의 생체반응과 음성을 확인하면 무차별 살상한다.
지구 레지스탕스들은 드론의 동력원인 '연료전지'가 작은 핵폭탄 급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드론을 붙잡아 연료전지를 빼네 바다에 설치된 외계인의 자원체취기계를
파괴하는 목적으로 쓴다.
드론을 지구궤도에 떠있는 '테트' 에 보내 연료전지를 폭발시키면 외계행성 테트를
파괴할 수 있을 거라는 작전을 세우게 되는데 문제는 드론을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은
외계인이 복제한 '잭' 밖에 없음으로 '잭' 을 생포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말콤은 60년전 토성에 외계행성을 탐사하러 갔던 오딧세이 호가 비상 탈출시킨
탈출선이 60년이 지난 현재에 지구에 도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탈출선이 지구의
지정된 장소에 불시착할 수 있도록 폐허가 된 빌딩을 속에서 유도신호를 보내게
한다. 그곳으로 잭이 반드시 나타날 걸 알고 유도한 것이다.
마침내 말콤에게 설득된 잭은 말콤과 함께 정찰기를 타고 우주공간에 떠있는
거대한 테트안으로 잠입한다. 잭 49호는 한개 한개가 작은 핵폭탄의 위력을
보이는 드론의 연료전지 10여개를 테트 중심부에서 폭발시켜 테트를 파괴하고
말콤과 함께 장렬히 전사한다. 모선 테트가 파괴되자 모든 드론은 바로 고철
덩어리가 된다.
혼자 잭의 아이를 키우며 살던 줄리아에게 지구인 레지스탕스들이 찾아온다.
그중에 복제인간 잭 52호가 줄리아를 알아보며 다가온다.
"나는 죽었지만 나와 똑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잭이 살아있기 때문에
나는 죽지않았다." 잭 49호의 유언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트론,새로운 시작’이라는 환상적인 SF영화를 만들었던
조셉 코신스키이다. 이 신인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건축학과 컴퓨터
미술 전공의 디자이너이다. 감독은 2005년부터 이 영화의 그래픽 노블(만화)을
직접 그렸다하며 오랫동안 준비한 영상미가 뛰어나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등장인물이 몇 명 없다. 톰 크루즈 , 모건 프리먼 두명의
최고의 배우와 007 본드걸역을 한 올가 쿠릴렌코, 그리고 아주 절제된
복제인간 빅토리아역을 잘 소화해낸 영국 여배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이 네 명외에 특이한 인물이 없다.
심지어 프레데터같이 못 생기거나 ,에어리안 같이 금속을 녹이는 침을
질질 흘리는 흉측한 괴물도 없다. 아예 외계인이 나오질 않는다. 다만
깔끔한 거꾸로 된 피라미드 모양의 거대한 기계 행성 ‘테트’만 나올 뿐이다.
영화의 주된 컬러는 화이트이다. 잠자리 모양의 버블쉽(정찰기)도 드론도,
잭의 의상도 그들이 머무는 고공 기지도 온통 흰색이다. 코신스키 감독도
스티브 잡스처럼 심플하면서 깔끔하고 우아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 같다.
다른 SF영화와 달리 대부분의 영화가 아주 밝은 곳에서 진행되고 화질이
아주 선명하다. 이것은 앞으로의 SF영화의 신기원이 될 것이다.
아무리 복제하고 그 기억을 지워도 완전히 없앨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것은 사랑하던 사람의 모습과 그와의 아름다운 기억이다.
마침추가
잭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나온 배경음악 , 1967년에 발표된 그룹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더욱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 ,웅장한 오르간 소리와 염세적인
무드의 귀에 아주 익은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