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이 마을'의 정식 명칭은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이다.
동쪽으로는 바다 서쪽으로는 청초호를 두었다.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다는 청초호는 영랑호와 더불어 속초의 호수를 대표한다.
수복 이후 실향민들이 하나둘 빈 백사장으로 모여들면서 세운 집단 정착촌이 임시 행정조치법에 의해
'속초리 5구'로 정식 시작된 것이 이 마을의 시작이었다.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란 별칭을 사용하면서 지금은 청호동이란 본래의 이름보다 아바이 마을로 더 알려져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먹거리로는 아바이순대와 함경도식 냉면 등이 있으며, 무동력 운반선인 '갯배'를 체험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이곳에 관한 정보는 대략 이런 정도였다.
산행 후의 피로는 이동 중의 차안에서 잠시 잠깐씩 조는 것으로 떼우고,
밤의 곰배령을 향하기 전 아바이 마을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그곳 먹자골목 풍경은 이상하게 반가웠다.
1박2일 놀이를 하느라 이상증세를 보였던 것도 다 이 반가움 때문이었을까.
옛스러움 만나면 기분이 실실 풀어진다.
이곳에서 '가을동화'와 '1박2일'이 촬영되면서 아바이 마을 식당가엔 온통 그들의 포스터로 도배되어 있었다.
괜히 유쾌해지는 1박2일 팀들의 먹는 장면들은 보는 이들의 구매욕을 당기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 유명한 아바이순대를 먹기 위해 온통 가게마다 붙어 있는 '1박2일' 촬영지라는 안내 광고 중에서
'진짜 1박2일 촬영지'라는 문구를 넣은 '단천식당'으로 향했다.
유명한 관광지에 간다면 우선 자신의 기대감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나를 어느정도 충족시키나 어디 보잔 듯이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결국 실망하는 손해는 자기 몫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고 맛본 그곳의 순대국밥.. 작은꽃 언니가 맛 봐야 한다며 국밥 그릇 들고 손수 가져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향한 진짜 1박2일 촬영지인 단천식당에 가기 전에 산우회 가족들을 위해
임원진에서 손수 준비한 다양한 먹거리들을 쌓아 두었기에, 되도록이면 이곳 식당에서는 맛보기 정도로 먹자고 의논이 되었다.
그래서 냉면과 순대국밥을 먹기로 한 사람들을 나누어 예약을 했다.
물론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 순대도 조금씩 맛을 보았고, 순대국밥도 조금 맛보았다.
조금 맛본 그 맛이 적은 기대치와 흡사해서일까. 나에겐 지금도 순대국밥의 국물맛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다.
하긴.. 나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이란, 손하나 까딱 않아도 나오는 차려준 밥상이지만 말이다.
낯선 여행지가 좋은 건 낯설어서 편안하다는 것. 즉 아는 사람이 없는 데서 오는 묘한 해방감일 것이다.
지나치는 여행자라는 자유로운 의식 속에 타인이라는 독립성이 주는 묘한 즐거움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독특한 영역인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거리마저도 지나치는 여행자에겐 전혀 새로운 것.
그런 의식 깔고 현지인처럼 걸어다니는 골목길 걷기도 낯선 여행지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곳 먹자골목에 넘치는 정겨움에 취했을까. 골목길에서 온갖 기분을 내어보았다.
1박2일처럼 외치는 것도 좋은 놀잇감이 되는 40대 아줌마들에게 식당 아주머니들도 덩달아 즐거워 했다.
민폐녀들을 순수하다고 너그러이 말해준 가게 아주머니, 대박 나세요.^^
여러번 1박2일을 외쳤다. 그것이 듣는 것과 달리 의외로 어렵다는 사실.
1박2일 이라는 단 네 글자에 불과한 목청놀이를 엄지손가락 치켜 들고 강호동처럼 힘껏 외쳐보기..
그거 하면서 웃지 않을 사람 있을까.
그것도 돌아와 생각하니.. 예쁘게 보이려 하지 말고 정말 강호동식으로 하는 것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갯배' 참 정겨운 이름이다.
이곳 지형이 섬처럼 보이는 곶이기에 겨우 50m 떨어진 중앙동까지 5km를 돌아가야 했다.
지금은 청호대교가 놓여 있지만, 그곳 사람들의 거리를 단축시켜 주었던 편리한 교통수단인 이것은,
뗏목 같은 무동력 바지선이다. 가운데에 있는 와이어를 사람이 직접 끌어당기며 움직이는 것으로 왕복 5분 정도 소요된다.
요금은 편도 200원.
청호대교가 들어서면서 갯배체험 거리는 더욱 단축되었다고 하는데,
가을동화 촬영지인 '은서네집'에서 다리 없이 건너편의 중앙동을 담을 수 있었을 때가 더 운치있었다고 하였다.
다리를 놓으며 주차시설이 들어서고, 덕분에 상업성이 묻어나는 갯배체험장이 되어 가는 자본의 흐름.
사람들도 덩달아 사진만 담으면 된다는 기분에 젖게 되니 풍경과 사람의 관계가 새삼스럽다.
가을동화 촬영 배경이라며 전에 없이 명소 혹은 포토존에 길들여져 가는 여행객.
울산바위와 곰배령이라는 이틀짜리 여행지 사이에 거쳐가는 마을처럼
아바이 마을에서 잠시 즐거웠다. 아마도 산행의 휴유증을 웃음 덕분에 잊을 수 있었으리라.
다음 여행지는 남한의 마지막 처녀림이라 불리는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다.
그날 밤 인제의 깊고 깊은 진동리 설피마을로 산들한 밤바람 되어 들어갔다네.
둥둥 산골짜기 하늘 위에 별도 산들하게 박혀 있었지.
카페 게시글
살아가는 이야기
청호동 아바이 마을에서
ㅋi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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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3
13.06.11 12:0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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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한3년전인가 시어머니 친정엄마 조카들 주루룩 데리고 강원도 일주를 했었죠.
우리는 그 강호동이 먹은 순대 한번 먹어 보겠다고 늙으신 부모님 앞세워 1시간 반정도를 기다렸었죠.
비바람 몰아 치는데 우의입고 우산들고. 별 맛도 아니드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도 재밌고 짜증 한번 안내고 즐길 줄 아는 울 가족들이 너무 맘에 드는 거 있죠.
그때 연령층이 팔순에서 세살까지~
1박2일 여행 할 수 있다는게 자유다
무한한 자유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게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