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며칠 째 계속해서 흐리고 비가 내립니다
그 날 이후 비를 볼 때면 나는 물꽃을 떠올립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바다가 부르는 소릴 듣곤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가게 된 곳이 부산의 해운대였는데
어느 날 한국의 자연의 소리 중 한 곳이라며 소개된 거제의 몽돌수영장인가하는 곳을
드나들던 카페에서 보았습니다
혼자서의 여행에 점점 자신감이 붙고 있던 터이고
부산의 앞바다와는 다른 바다가 궁금했고 그 자갈돌이 바다와 함께 낸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은 부산에 도착해서 해운대로 향하지 않고 거제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터미널에서도 한참을 구비구비 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가는 도중 차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정말 강하고 거대한 그 자체라고 해야할 듯 했습니다
부산 해운대의 바다는 참 여성스럽지요
그 앞 호텔에 누워서 바라다 보는 바다는 둥실둥실 그 한가운데 떠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요
쏴아~ 하는 파도 소리가 너무 좋아 추운데도 문을 열어두고 잠이 드는 바람에
이른 아침에 침대시트를 돌돌만 채 일어난 나에게
아침햇살과 함께 세상을 차츰 붉게 물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밤이면 어김없이 듬성듬성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로 쏘아올려진 폭죽 소릴 들으며
깜깜한 바다를 자그맣게 환히 비추던 밝은 달을 보며
이런저런 상념으로 하루를 마감하게도 하는, 그 바다는
늘 조용하고 깨끗하면서 나와는 조금은 소극적인 만남이었지요
하지만 거제의 몽돌앞바다는 달랐습니다
도착하니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점 세차게 바다에 꽂히듯이 떨어졌는데
그 때 나는 그 물꽃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바다를 향할 때면 비나 눈이 내리는 모습은 얼마나 낭만적일까.. 하는 생각을 늘 했었지만
그런 행운은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나즈막한 수많은 파도가
비가 바다 표면에 떨어지며 사방으로 꽃잎처럼 튀는 모습을 흔드는데
한마디로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꽃, 물꽃이 온 바다를 뒤덮으며 출렁대고 있었고
바다가 이리저리 몸을 틀 때마다 바닥에 깔린 검정빛깔의 몽돌소리들도 함께 휩쓸려 움직였습니다
비가 새로 탄생하는 그 모습에 정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심정으로
한참을 비를 맞고 서서는
비가 뿌리는 생명인 물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여행 뒤 나는 남편에게 그렇게 얘기하곤 했습니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자갈이 구르는 바다를 찾으면 돼
그 앞에서 나를 볼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 뒤로 나는 다시 거제를 가지 못했고
비가 오면 여기저기에서 이제는 물꽃을 발견합니다
빗방울이
바다가 아니어도 물꽃으로 피어날 꽃씨를 뿌려주겠지요?
비가 올 때면 우산 위로 떨어지는 후드둑 소리를 들으며
그 옆에 앉아 화분에 담겨진 식물을 바라봅니다
물꽃이 저 식물에 흡수되어 꽃이 더 아름다워질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그 물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요 ^^ 정말 환상이었거든요
4월꽃비님에게서는 꽃이 비가 되고, 물이 꽃이 되는군요. 오랜만에 온전한 환상에 젖어봤습니다. 몽돌해수욕장 까맣고 동글동글한 돌을 보면 이제 꽃비님이 생각날 것 같네요.
저는 비를 품은 구름을 보면 이젠 얼굴도 모르는 꽃구름 님을 생각할 것 같습니다 구름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꽃을 품은 구름일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구름이 살짝 찡그리고 떨구는 비는 또 얼마나 꽃에게 좋을지.. 그 비야말로 제대로의 물꽃이 아닐런지요
몽돌해수욕장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꽃비님 글 잘 보았습니다.
그 곳을 다녀 온지가 벌서 5년이 되어가는 듯 해요 물꽃이 바다에 핀 것에 정신이 팔려 사실 다른 주변은 잘 생각도 나지 않지요 다만 까만 돌들이 구르는 소리는 정말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소리라는 생각은 잊혀지지 않아요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꽃비님표 구몬초는 연신 꽃망울을 터뜨리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구문초가 키가 더 많이 자랐겠지요? 저희 집에는 그 때 나눔으로 선택받지 못한 구문초를 마침 생긴 커다란 화분에 한꺼번에 심어두었더니 이리저리 난리에요 제라늄과는 다르게 줄기들이 힘이 없어 주변이 조금 지러분(^^)한 느낌을 주지만 그 마디마디마다 꽃대가 올라오는 것이 신기하고 이쁜 꽃에 만족하고 있지요 산골 님에게도 그런 행복을 주는 구문초이길 바래봅니다
10년 전인가 거제도에 가족들과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구름이 짙게 깔려있어 조금 스산해 보이는 몽돌해수욕장이긴 했지만 구비구비 찾아가는 길이 참으로 아름다웠던것 같애요...5월 연휴에 작은아이까지 함께 가보려고 하는데... 꽃비님의 감정을 저도 한번 느껴볼랍니다..
ㅎㅎ 비가 와야 물꽃을 볼 텐데요 저도 다시 가보고 싶어집니다 부산과는 다르게 참 남성적인 바다라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구비구비 그 바다들도..
아하~~ 그래서 꽃비님이 되셨군요. 에효~~ 내는 언제나 한가하게 즐겨볼꼬??
ㅎㅎ 꽃비는 사실 진주의 안미고개인가에서 그렇게 지은 듯 해요 사실 즐기는 것은 아니고 도망이었는걸요 혼자서의 여행은 미리 남편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새벽같이 나와 첫비행기 타고 도망치듯이.. 그리고 리무진 버스안에서 남편에게 문자 보내지요 다녀오겠다고.. 그런데 그 혼자서의 시간이 정말 한가함이 되긴 해요 ^^
아름다운 글입니다,,,거제도에 2년 살았는데 참 행복했습니다 바다가 넘 아름다웠거던요
바다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거제의 바다는 참 아름다웠다는 느낌이 아직도 살아 있어요 정말 가슴 안에 확 터질 듯 한 기분.. 점점이 섬들이 보이는.. 저도 그런 바다를 보며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어떨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 참 행복한 2년이셨겠어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