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하면서 엉뚱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보이면 그 정도에 따라 차단하거나 혹은 한 가닥 미련이 있다면 공부하고 나서 댓글 좀 달라는 답을 걸어준다. 그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채 즉흥적인 댓글로 글의 주제를 망가뜨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댓글의 대(對)란 원문하고 어울려야 한다는 뜻인데, 동문서답, 마이동풍 식 쓰레기를 던져 놓고 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같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쳐들어오려고 군대 징집하여 훈련 중이고 무기 만들더라는 보고를 받고도 무시한 선조 이균, 여진족 쯤이야 간단히 물리칠 수 있다고 주전파들과 어깨동무하다 남한산성까지 도망갔지만 결국 굴욕적으로 투항한 인조 이종, 38선에 T-34/85 탱크 242대가 포진하고, 중무장한 인민군이 전투개시를 기다리며 모여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른 이승만, 외환위기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펀더멘탈이 튼튼하니 뭐니 헛소리하도록 딴 짓만 한 김영삼.. 등등 대개 무식해서 일어난 사건들의 뒤끝은 참혹하다. 무식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 알 수 있는 역사 사례가 그렇게 많건만 집권만 하면 달라진다. * 무식 :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 사실을 알아야 그 다음에 지혜를 내어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이런 기본이 왜곡되면 대책은커녕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대개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 국정원, 검찰, 경찰, 정보사, 기무사 등 곳곳의 정보를 수집하니 제대로 판단할 것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너무 많은 정보 홍수에 치여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게다가 정보가 그대로 전달되기는커녕 측근들에 의해 왜곡되어 보고되기 일쑤다. 정보기관들끼리, 혹은 측근들끼리 세력다툼을 하느라고 심기 불편한 정보는 빼고, 태평성대라는 어용정보만, 예쁘게 단장한 기분 좋은 뉴스만 자꾸 들어간다. 이승만은 하야할 때까지도 국민과 단절되어 있었고, 육이오전쟁 때는 도망가면서도 전쟁이 금세 끝나리라고 믿었다. 무식하면 개인의 몰락은 필수고, 조직이나 국가를 망치는 건 선택이다. 한나라당 대표하던 안상수는 불에 탄 보온병을 가리켜 포탄이라고 했다가 혼쭐이 났고, 더민주 문재인은 호남민심이 자기를 버리면 대선 출마 안한다고 했다가 전남북과 광주에서 단 3석만 얻은 뒤에 슬그머니 양산으로 내뺐다. 이 사람은 대선토론 때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놀리는 걸 즐기다가 떨어져놓고, 이번에도 진중권과 김홍걸이 자기 대신 안철수 조롱하는 동안 양산에서 만춘을 즐기는 모양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은 한 기자에게 고려대 나오고도 기자하느냐고 말했다가 다른 실언들과 엮여 아예 정계 퇴출되었고, 정동영은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가 혼쭐이 나고, 4년 전 총선에서는 한 무식한 후보가 미 여성 국무장관 성폭행 운운 등 갖은 막말로 야당이 참패했다. 우리나라 같이 감정이 쉬 들끓는 나라일수록 실언 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그러던 중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설현이란 가수 팀이 안중근 의사 사진을 놓고 이름을 대는 퀴즈에서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 지금도 방송에서는 구라, 덕후, 기스 같은 일본어를 남발하는 출연자들이 있지만 다 그냥 넘어간다. 10월 9일 한글날 하루만 비판하고 곧 잊는다.)이라고 대답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다. 마땅히 혼나야 한다. 얼굴 하나 잘 생긴 것으로 버티는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문제를 낸 방송국(CJ 소속 온스타일)도 문제다. 미리 답을 알려주든가, 아니면 공부를 시키든지 해야지 어린 아이들의 무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면 어쩌란 말인가. 편집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의도를 갖고 이런 방송을 내보내는 건 문제다. 무식한 줄 알고 무식을 이끌어낸 측면도 있다고 나는 의심한다. 그 방송이 국민을 모욕하고, 가수들을 함정에 빠뜨린 셈이다. 설현이란 아이가 1995년생이라니,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응징한 1909년 10월 26일은 이 아이에게 무려 86년 전 일이다. 우리 또래더러 1860년대 사건의 주요 인물을 대보란 것과 같은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텔레비전에 자주 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현대 한국인이 갖춰야 할 교양과 일반상식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어린 아이들을 데려다가 춤 추고 노래하는 연습만 시켜 방송에 내보내는 회사의 잘못도 크다. 노래 연습, 춤 연습만 시키고 공부를 아예 안시키면 어쩌란 말인가. 옛날 기생학교에서도 인문학을 가르쳤다는데, 대명천지 21세기에 가수며 배우를 기르는 곳에서 기예만 가르치면 어쩌자는 건가. * 해당 소속사에서 두 사람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냈다. 그런데 이 사과문을 보니 100% 소속사에서 누군가 써준 글이다. 이런 식으로 장난질하니 아이들이 공부를 안하는 것이다. <너무나 깔끔한 사과문 보기>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인이든 스포츠선수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교양을 갖춘 다음 텔레비전에 나갈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글로벌 시대에 국격을 지키는 길이다. 특히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쯤 되면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고도 비판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지켜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사간원을 두어 전문적으로 비판만 하라고 곁에 두기도 했는데, 그래도 잘 안되는데, 지금은 청와대나 정당이나 간신, 내시, 아부꾼 등으로 병풍을 치고 있는 듯하여 더 안타깝다. 그러면 기분이야 좋겠지만 현실 인식은 전혀 하지 못하다가 바로잡을 기회조차 놓쳐버린다. * 공부하기 / 사간원(司諫院) 조선 시대 왕에 대한 간쟁(諫諍)·논박(論駁)을 임무로 하는 기관이다. 국왕에 대한 간쟁(간쟁(諫諍) -간절한 마음으로 윗사람에게 그의 옳지 못한 일을 말하여 잘못을 고치게 하는 것), 즉 왕이 행하는 정사에 대한 비평을 중심으로 신하들에 대한 탄핵, 그밖에 정치 문제에 관해 논하는 언론 기관의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왕권과 신권의 균형을 추구한 조선 정치철학의 특성상 중요한 기관으로 여겼다. 관헌으로는 대사간(大司諫)·사간(司諫)·헌납(獻納) 등이 있었으며, 이들 관원을 6방(六房)으로 나누어 번(番)을 돌게 하고, 백관이나 각 도에 명령을 내릴 때는 먼저 사간원에서 이를 논의하여 부당한 것일 때는 철회한다. 사헌부와 사간원은 다같이 언론의 관(官)으로서 국가의 중요정책에 관하여 기필코 국왕의 뜻을 움직이려 하는 경우에는 대간 양사(臺諫兩司)가 합의한 의사로서 소위 “양사 합계”(兩司合啓)를 하기도 하며, 때로는 홍문관을 합하여 3사의 합계(合啓)까지 하는 일도 있었다. - 대사간으로서 광해군에게 간언, 즉 <마땅히 해야 할 말>을 하다가 거제도로 14년간 유배된 내 선조 이효원. |
출처: 알탄하우스 원문보기 글쓴이: 알탄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