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밤 갈라진 두 동강 어둠을 헤치고 나와서
신새벽 어둠을 찢어서 동트는 아픔 헤치고 나와서
이윽고 산봉우리 불끈 솟아오르는 해여 아침이여
깨어난 땅 위에서 일제히 일어서는 민중이여 아침이여
보라 솟아오르는 힘 일어서는 임으로 싸움으로
동방의 땅 고려를 하나의 삶으로 만들지이다.
산 넘어 활짝 열린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여
장엄한 바다 커다란 환희의 춤이여 파도여
보라 무리 지어 동방 한반도 당장 하나로 만들지어다
이제 한반도는 버림받은 세상의 한구석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온갖 저주 날려 버렸다
그토록 찢겨진 땅 쪼개어진 땅 아니다
영영 나뉘어져 우너수 된 땅 남의 땅 아니다
어느 놈이냐 너희들이 제멋대로 짓밟은 땅
그러나 이 땅의 몇천 년 굳세게 견디어온 땅
아 이 땅 바람찬 땅이야말로 세계의 인내 아니냐
오늘 힘센 놈들이 부딪치는 삼각파도 거세고
하얀 불꽃 튀는 원수와 원수의 눈초리 사납건만
새 세상으로 모여드는 봄 가을이여 아름다움이여
유구한 아시아 오세아니아 남북 아메리카의 바다여
그 모든 바닷가에 달려오는 끝없는 파도여 평등이여
어느 곳도 크나큰 태평양의 한구석이 아니다
한반도 너 또한 한구석이 아니라 한복판의 밤이었다
한반도 너 라바울의 남십자성일지어다 바다바람일지어다
바다가 키운 사이판 소녀의 북극성일지어다 자유여
한반도 너는 너만이 아니라 남아메리카 인디오일지어다
백인들에게 몰락한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태양제일지어다
아니 알류산 한류의 고기떼 와이키키 계절풍일지어다
오세아니아 비키니섬 죽음의 재 피어오른 뒤
우리들의 드높은 함성 반햑운동의 얼굴 얼굴일지어다
또한 필리핀 크라크기지의 하우스보이일지어다 민주주의여
보라 한반도 너만으로 닫혀질 수 없는 때가 왔다
너 하나의 어둠이 환태평양 기슭의 암초들임을
너 하나이 아픔이 아시아의 온갖 슬픔임을
그리하여 아침 해 부챗살처럼 빛나는 진리 내세울지어다
이제 때가 왔다 외세가 가랑잎처럼 구을러가고
이 땅의 개망나니 총칼 독재 묻혀 버리고
눈보라 개마고원에서 남포에서 광주 마산에서
바다 건너 한라산 아래 눈동자 같은 서귀포에서
40년 동안의 분단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태워 버리고
모든 원한 다 풀어헤치고 옷고름 풀어헤치고
옛 조선 이래의 질곡 휴전선 억새밭으로 몰려가
산토끼처럼 노루처럼 하늘의 멧새처럼 뛰노는 날
남과 북 처녀 총각 짝짝이 춤추는 날 더덩실 춤추는 날
6백 리 가시철망 모조리 걷어치운 날
몇백 개 미사일 뜯어 버리는 그 날
아 그 언제인가 가장 자연스럽게 외인부대 떠나는 날
잘 있소 잘 가오 손 흔들어 보내는 날
때가 왔다 때가 와서 그날이 닥칠지어다
그날이여 늙은 꿈이여 어린 현실이여 새 세상이여
마침내 엉엉 울어야 할 통일이여 한반도 7천만의 삶이여
삶의 날 그날은 한반도만의 기쁨이 아니구나
누가 노르랴 그 누가 모르랴 우리는 안다 알구말구
기나긴 밤 총구멍 맞댄 40년 너무나 긴 40년
백만 병력으로 맞서서 으르렁대는 분단 팟쇼여
이 오욕의 세월을 사나이 가슴에 이름 석 자로 껴안고
이 추악한 나날을 한평생 사랑으로 삼았구나
이 분단 타국놈들 개수작이었으나 외세였으나
끝내 이것은 한반도의 족속 하나하나가 질 짐일지어다
되놈이라 왜놈이아 양놈이라 욕해야 했던 시절
그 시절 다 보내고 형제의 날 그날이 온다
그날이야말로 냥전의 동과 서가 만나는 날 아니냐
아시아 태평양이 그 큰 땅과 큰 바다 파헤쳐서
가장 커다란 평화를 캐어내는 날 아니냐
그리하여 우리가 목쉰 소리로 와쳐댈 일 없어야 한다
그리하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가 퍼싱2가 잠겨야 한다
그리하여 동방의 한반도가 하나되는 날 통일의 날
그 어느 것도 아닌 평화 자주 연대 중립의 날
그날은 아시아 환호의 날 세계사의 날
온바다 수염투성이 형제들이 돛 올려 달릴지어다
드디어 중동과 검은 대륙의 부족까지도 짐승까지도
세계는 연결이다 합작이다 진정한 이웃의 숲일지어다
동방의 한반도 하나 되는 날 오늘이여 오늘이여
오늘이야말로 비로소 세계가 하나의 긍지일지어다
하나의 진보를 기록항지어다 가슴마다 아로새길지어다
아 해 떠오른 아침의 한반도여 통일이여 통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