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이었던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미국 ABC방송 PD라고 밝힌 엘란게일이란 한 남성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탑승한 비행기가 지연되고 있으며 한 여성 승객이 심하게 항의를 하고 있다는 것.
이 상황은 웹에서 급속히 퍼져나갔고 트윗에서 지목된 7A 좌석에 앉은 다이앤이란 여인이 공분을 사며 이슈화됐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BuzzFeed)를 비롯한 많은 미디어들은 즉각 엘란 게일 트위터를 인용한 기사를 쏟아앴다.
비행기 언쟁 메모는 추수감사절 연휴기간 SNS 동네에서 가장 관심을 끈 화제였다.
뉴욕타임스 여행섹션 블로그에도 링크됐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허구로 드러났다.
엘란 게일이란 이름을 쓴 작가의 상상이었다.
조작된 스토리는 정통적인 올드 미디어에서도 없지 않았던 일이다.
하지만 '남보다 빨리'와 '클릭 수' 경쟁에 매몰돼 있는 온라인 미디어으로서는 이런 수렁에 빠지는 일이 갈수록 많아진다.
버즈피드는 자체 탐사보도팀과 국외 특파원까지 두고 있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 바이러스처럼 급속히 퍼져나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콘텐츠'에 속아 넘어갔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형태를 포인팅 저널리즘(pointing journalism)이라고 불렀다.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주목을 끌 스토리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 좀 봐, 재미있는 게 있어"라고
주변 사람을 끌어들이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번 스토리를 자신들 블로그에서 전한 '에이 케이스'라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그룹은 온라인 미디어들이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전통적인 올드 미디어에서는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해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라는
장치를 두고 있다.
한 식품이 생산지를 출발해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여러 경로를 거쳐 걸러지는 것에 비유된다.
기자가 올린 기사를 편집자나 담당데스크는 사실 여부를 거듭 확인한 후에 뉴스거리로 선택한다.
그런 뒤 독자와 시청자에게 보도된다.
기사라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하기까지 여러 문을 통하면서 다듬어지고 걸러지도록 해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