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이미지=www.awf.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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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이미지=carnivoraforum.com |
표범과 재규어(미국에서는 쟈구와)는 종종 헛갈린다. 하지만 두 종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서식지가 아프리카와 중남미 일대로 다르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고, 가장 분명한 차이는 역시 무늬이다. 두 종 모두 기하학적인
장미무늬(rosette)를 지니고 있지만, 재규어의 rosette가 훨씬 크고 선명하고 무엇보다 중심부에 2~3개의 점(dot)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표면적 차이 말고 조금 더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생물학적 차이라기보다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차이이다.
표범은 나무타기의 귀재이다. 거의 원숭이급으로 나무를 탄다. 사실 주서식처가 나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 위에서 먹고 자고 산다.
사냥하거나 영토를 패트롤하거나 짝짓기 찾아 나서는 상황이 아니면 나무에서 잘 내려오지 않는다. 먹이를 사냥한 다음에 60~70kg에 육박하는
먹이를 입에 문채로 나무 위로 10m 이상 끌고 올라간다. 파워도 파워지만 탁월한 균형감이 돋보이는 매혹적인 동물이다.
재규어는 나무를 탈 줄은 알지만, 어설프고 둔하다. 기껏 해봐야 3~4미터 정도 높이의 나무를 타는 것이 고작이고, 먹이를 잡아 나무
위로 끌고 가는 것은 더더욱 못한다.
이 차이는 서식지에서의 먹이사슬 서열에서 기인한다.
재규어는 주서식지인 중남미에서 천적이 없는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최고의 약탈짐승(top predator)이다. 아나콘다도 카이만도
재규어한테는 다 밥이다. 재규어가 방심하거나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재규어를 당할 야생의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표범은 강력하기는 하지만 top predator는 아니다. 사자보다 하위 서열이고 무리를 지은 하이에나한테도 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먹이를 잡는 즉시 현장에서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그 천적들의 손(발?)이 닿지 않는 나무 위에 먹이를 옮겨 놓고 혼자 독식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연마해온 것이다.
반면에 재규어는 사냥을 한 놈을 현장에서 느긋이 먹어치운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이틀이고 삼일이고 그 먹이를 다 먹어치울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무른다. 나무를 못 타는 것이 아니라 탈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 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환경에서 오는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 낸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사냥감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표범의 피니쉬는 매우
정교하고 계산적이어야 한다. 턱 힘이 발달되어 있기는 하지만, 나무를 잘 타야 하니 잘록한 유선형의 몸매와 작은 두개골 긴 꼬리의 형태로
진화하였다. 두개골이 작다보니 악골도 좁고 얄상한 구조가 되어 입을 크게 벌려도 물어뜯는 크기(bite size)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먹이감을 낚아채 쓰러뜨린 다음 입과 목주위의 경동맥과 기관지를 물고 조여 질식사를 시키는 사냥법을 사용한다.
이에 반해 재규어는 나무를 탈 필요가 없으니 몸통이 두툼하고 대가리를 비롯한 기골이 장대하고 꼬리가 두툼하고 짧다. 특히 상대적으로
머리 사이즈가 커서 상악과 하악 사이에 충분한 여유가 있고, 그 부분의 근육이 특별히 발달되어 있어 무는 힘이 포유류 중 최고를 자랑한다
(사자나 호랑이보다도 재규어의 턱 힘이 훨씬 세다). 그래서 매복해 있다가 먹이를 잡으면 입을 크게 벌려 머리를 한입에 물어 최강의 악력으로
두개골을 그냥 빠개버린다. 먹이가 절명할 때까지 숨통을 붙들고 늘어질 필요도 없는 전격적이고 난폭한 사냥 방식이다.
한국의 처지는 재규어보다는 표범에 가까운 것 같다. 한반도 주위에는 죄다 재규어급 이상의 엄청난 포식자만 득실거리는 정글이나 사반나와도
같다.
날렵한 유선형 몸매와 긴 꼬리로 완벽한 균형을 잡으며, 한 번에 물 수 있는 사이즈나 힘은 크지 않지만, 다른 포식자들이 넘볼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여 최강은 아니지만 독보적인 생존능력을 보유한 우아한 포식자로 번성하는 표범과 같은 이미지가 한국의 이미지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4&nNewsNumb=20160520364&nidx=20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