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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01
$#1. 에어 샤워실
에어샤워의 강한 소음.
밀폐관 안에 있는 푸른 마스크의 현우의 모습이 유리창을 통해 보여진다.
문 열리는 소리, 꽝.
$#2. 수술방1 안
수술 준비 몽타쥬.
수술방 안으로 들어오는 이동침대.
이동침대 위에서 눈을 말똥굴리는 환자의 모습.
링겔 연결선에 주입되는 마취제.
다리에 정맥을 찾아 주입되는 주사약.
어느새 잠이 든 환자의 모습.
$#3. 수술방 앞 수돗가
현우의 무릎이 수도 버튼을 쾅 누르고 물이 쏟아지고 포도주색 소독제가 나오고 솔이 눌러지고..
$#4. 수술방1 안
침대시트를 잡는 손들 인찬의 주도로 마취과 의사, 인턴, 간호사가 침대시트의 깃을 잡고 있다.
인찬 : 자, 하나 둘 셋.
수술대 위로 뒤집혀 올려지는 환자의 알몸.
$#5. 수술방1 밖
양손으로 가슴높이 들고 있는 현우의 뒷모습.
현우의 발이 자동문 셔터를 누른다.
$#6. 수술방1 안
마지막으로 푸른 무균천에 가려지는 환자의 얼굴.
동그란 구멍으로 보이는 환자의 머리와 그 위에 쓰여진 랩.
양손을 들고있는 현우의 몸에 수술복을 입혀주는 간호사.
현우, 형광판 앞에서 사진을 슬쩍 확인하고 수술의자에 앉는다.
현우 칼. (인찬에게 메스를 건내 받는다) 음악.
수술실에 깔리는 음악소리.
$#7. 수술방2 안
드릴작동 소음.
드릴소리가 꺼지며 하경, 들고 있던 드릴을 상도에게 건낸다
들려오는 수술방1의 음악소리.
하경, 고개를 든다.
하경 (간호사에게) 문 좀 닫아줘요.
음악소리가 그친다.
상도 선생님, 무슨 음악 좋아하십니까? 테입 준비해 놓겠습니다.
하경 아냐, 싫어. 난 음악 싫어해. (상도에게) 마이크로 시저.
$#8. 신경과 입원실 (아침)
침대 아래 고개를 숙이고 구토를 하는 젊은 여호나자 소희의 모습.
소희, 고개를 들면 눈자위가 검다.
소희의 입가를 닦아주려는 레지던트 수연.
티슈로 입가를 닦아주려 하면 소희가 얼굴을 돌려 수연의 휴지만 가로챈다.
소희 옷 벗어주세요. 선생님.
수연 괜찮아요. (까운 앞섶에 묻은 소희의 구토물을 대충 닦아낸다)
소희 벗어줘요.
수연 어차피 세탁할 참이었어요.
소희 (짜증스레) 내 드러운 냄새는 내가 닦고 싶어 그래요... 저, 피
곤해요...
수연, 순순히 옷을 벗어준다.
소희, 까운을 받으며 이름표를 뗀다.
소희 (이름표를 건내주며) 우리 엄마 이름도 수연인데... (픽 웃는다)
이때, 소희 앞에 들어오는 중년.
중년 (걱정스레) 또 아프니, 머리?
소희 (중년을 외면하며 수연에게) 선생님, 저 화장실 좀... (옷을 들
고 가려하자)
중년 (옷을 낚아채며 얼굴을 본다. 수연에게) 우리 소희가 이랬나
보네. 죄송합니다. 선생님. (소희 보며) 넌 그냥 누워있어. 그
몸으로 뭘 하겠다고 그러니?
수연 (몸둘 바를 몰라하며) 그냥 제가...
중년, 옷을 들고 나간다.
중년의 뒷모습을 우울하게 바라보는 소희.
수연 어떡하냐? 환자한테 빨래시킨다고 아버님이 욕하겠네, 나.
소희 (수연을 뚫어지라 바라본다) 애인이에요, 저사람
수연, 얼굴이 굳고
소희,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연을 바라본다.
$#9. 수술실 식당
수술복을 입은 채 밥을 먹고 있는 현우.
한 두명이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하경이 식판을 들고 서성인다.
현우, 슬쩍 하경을 본다.
현우와 등진 채 자리를 잡고 앉는다.
식당 안엔 현우와 하경의 수저 달그락대는 소리만 들린다.
현우 (눈은 식판에 고정된 채) 오래 걸렸다. 간단한 수술일텐데.
하경 뇌수술이 간단한 법도 있나?
현우 귀국하고 첫 수술이라서 메스가 손이 안 익어 그럴 거다.
하경 난 너처럼 손으로 수술 안해, 머리로 하지.
정적.
하경과 현우의 음식 넘어가는 소리.
$#10. 신경과 사무실
신경과 레지던트들의 탁자에 앉아 미팅을 하고 있다.
신경내과 치프인 상희를 중심으로 사복차림의 수연의 모습을 의아한 듯 바라보
는 레지던트들.
상희 (미간을 찌푸리며) 한수연, 의사까운 입기 싫어? 복식개혁이라
도 하자는 건가?
수연 선생님, 그게 아니라...
상희 까운이 거추장스러우면 의사가 되질 말았어야지.
레지1 까운이 왜 싫어? 난 이거 입고 뽀다구 잡을려구 의대 갔는데?
레지2 너 같은 놈들은 원래 그러고 까불다가 금방 짤려. 파격적이다.
야. 한수연, 맞어,
씨, 의사라고 흰까운 입으라는 법이 어딨어? 잘해봐라, 수연아.
신념을 가지고...
상희 유선생, 까운 벗는 게 소원이면 치프로서 그렇게 해줄 수 있어
요
레지2 (쭈뼛댄다) 나 말고... 그냥 한수연이가 그렇다는 거지. (궁시
렁) 낫살이나 먹은 사람한테 간 떨리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합
니까, 박선생... 잘 할게, 나.
상희 한수연, 까운 입어.
수연 네, 선생님. 곧바로 세탁실 가서...
상희 (말을 가로막는다) 오늘 룰아웃(퇴원) 있지?
수연 (복사도니 환자 기록 보며) 네, 이원숙님. 오늘 퇴원입니다, 선
생님. 그리고 김소희님은 신경외과로 컨설트(의로) 좀 해봐야
겠어요.
모닝 헤드에이크(아침 두통)가 있는데, 심해요. 오늘 아침에도
제 까운에 구토를 해서...
상희 (픽 웃는다) 핑계 김에 변명까지 하네, 한수연.
수연 그냥 증상이...
상희 소화기 장애나 임신검사 한번 해보고...
수연 (말을 막는다) 아니에요, 그런 것 같진 않아요. 제 느낌엔...
상희 느낌? 느낌, 참 좋은 말이다. 아예 점집을 차리지. 옷 벗은 김
에..(레지1에게 몸을 돌리며) 신환, 사진 찾아놨어?
레지1 네, 찾자마자 과장님 드렸어요.
수연 (뒤늦계) 죄송합니다 선생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상희, 수연을 보는 눈이 싸늘하다.
$#11. 판독실
아침 컨퍼런스.
신경외과 전 직원이 나랗니 지정된 의자에 앉아있고 상도가 얼이 빠져 형광판
앞에 서있다.
남준,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의견충돌을 보이는 현우와 하경을 바라만 본다.
AVM(동정맥 기형) 치료에 대한 논란이다.
서로 사진만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주고 받는다.
하경 Embolization(색전화)이 Excision(절제술)보다 안전하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되지. 시술 시엔 그게 얼마나 위험한질 모르나?
현우 무조건 OP(수술)면 OK란 발상인가 Basal ganglia(대뇌 기저
핵), Brainstem(뇌간)까지 모조리 Excision해 보려나?
하경 OP가 사람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신경외
과에서 의사 생활을 하나? Embolization은 아직 검증단계라는
사실도 모르나? 재발 가능성도 크고... 그냥 좀 편하다 싶으면
멋도 모르고 함부로들 달려들고 그러나봐, 여기선...
현우 미국에선 멋만 부리느라 메스 들고 설치나 보네.
남준 참 재밌게들 논다. 왜 디스크 사진 걸어놓고 AVM 타령이야?
저 길쭉하게 생긴 게 머리야? 허상도 사진 다 봤지?
상도 네.
남준 (일어선다) 돌자. 회진 돌고 저 두 선생, 수술대 위에 얹어놔
라. 스컬(두부) 뚜껑 좀 열어보게..
남준, 씩씩하게 일어서고 우르르 뒤따르는 직원들.
현우와 하경이 겸연쩍은 듯 천천히 일어선다.
$#12. 복도 대회진
아직도 신경전이 오고가는 현우와 하경.
현우 미국 갔다 오더니 목소리만 높아졌냐, 넌?
하경 목소리뿐이겠니, 어디? 연봉도 너 보단 높을 걸.
가던 걸음을 멈추는 남준, 둘을 쏘아본다.
$#13. 병실
뇌부종 수술로 한쪽 머리가 깊게 패인 소년의 머리를 자상한 손길로 만져보고
있는 남준.
남준 물 다 빠졌네. (환자의 손을 환자 자신의 머리에 얹어준다) 안
만져봤지?
소년 (부끄러운 듯) 징그럽구요.. 겁나요.
남준 징그럽긴 임마. 만져봐... 숨쉬지?
소년 (가만히 만지곤 한참 숨을 죽인다) 모르겠어요.
남준 뭘 몰라, 임마? 네가 말하고 생각하는 게 다(머리를 가리키며)
이 분이 숨을 쉬고 있어서 그래. 잘 모셔, 응?
소년 (웃으며) 네.
환자의 머리를 쓰다듬곤 옆 베드로 간다.
다른 스텝들과 레지던트들도 한 차례씩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곤 남준의 뒤를
따른다.
40대 남자 환자가 누운 채 계속 훌쩍대고 있다.
수간호사 순덕이 노티파이를 한다.
순덕 Dementia(치매)라는 거 알고 상심했나봐요. 입원하고 계속 저
러내요. 식사도 않고...
남준 (환자를 보며) 눈이 팅팅 부었네. 계속 질질 짤 거요? 어디 아
픈 데라도 있어 그러우?
환자 안 아파
남준 근데 왜 짜? 다른 환자들 씩씩하게 병 치료하는데... 양심도 없
어? 나이롱 환자 주제에 병실 분위기까지 흐릴래?
환자 치매가 나이롱이야, 왜?
남준 안 아프면 나이롱이지.
환자 아파.
남준 어디.
환자 (꺽꺽대며 가슴을 친다) 마음이.
남준 까불고 있네.
환자 (운다) 외로워서 그러지. 나쁜 놈들 문병도 안 오고 흑.. (운다)
남준 (웃는다) 심심하면 이따 저녁 먹고 진찰실로 와. 내 놀아줄테
니까...
환자 (울음을 그친다) 몇 시에?
$#14. 계단
신경외과 스탭들 남준의 빠른 걸음을 따르느라 바삐 내려가고 계단을 오르는
신경내과 스탭무리와 마주친다. 그 무리 중에 수연이 끼어있고 인찬과 슬쩍 부
딪친다.
상희와 친근한 눈인사를 나누는 인찬.
인찬을 바라보는 수연, 반가운 듯 미소 짓는다.
인찬, 어리벙벙하게 수연을 힐끔 보면...
수연, 인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O.L)
$#15. 수술방 안 - 수연의 회상
마스크를 쓴 수연의 모습(O.L)
일반내과의 수술을 참관하는 수연의 눈이 아득해져 온다.
스텐 용기에 꺼내지는 장기.
수연, 입을 가리며 구토증세가 일어난 듯 허겁지겁 수술 방을 나간다.
$#16. 수술방 앞 - 수연의 회상
문이 열리면 수연이 식은땀을 흘리며 비틀대다가 이내 쓰러진다.
수연의 가물대는 눈에 수연을 급히 부축하는 푸른 마스크.
십자로 묶여진 하얀 끈이 수연의 눈에 십자가처럼 가까이 빛난다.
숭연, 눈을 감는다.
현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연의 가슴을 거세게 누르기 시작한다.
수연이 이내 거친 숨을 내뱉는다.
현우, 일어선다.
인찬이 복도 끝에서 다가온다.
현우 권인찬, 얘 좀 어따 갔다 눕혀라.
인찬 네, 선생님.
인찬과 간호사들이 수연을 이동 침대에 눕혀 끌고 가는데 손전등 하나가 떨어
져 있다.
현우가 집어든다.
현우 (큰소리로 부른다) 권인찬.
$#17. 수술 환자용 엘리베이터 안 - 수연의 회상
수연, 어렴풋이 눈을 뜬다.
눈을 뜨면 인찬이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린 채 서있다.
수연, 몸을 일으키려 하면
인찬 그냥 누워있어요.
수연, 부끄러운 듯 누워서 인찬을 본다.
수연 (누운 채 어색한 고갯짓)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인찬 (재밌다는 듯 웃는다) 죽는 줄 알았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수연.
인찬 참, 이거. (손전등을 내민다)
손전등을 매만지는 수연.
$#18. 계단
주머니 속에서 손전등을 만지작대며 인찬을 바라보고 섰는 수연.
앞서가던 상희가 수연을 부른다.
상희 (짜증스레) 한수연, 뭐하니?
수연이 바삐 오르면 현우가 뒤돌아 수연을 얼핏 바라본다.
$#19. 신경외과 의국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속에서 수연이 차트를 들고 섰고 상도가 의자를
벌렁 뒤로 젖혀 앉아서 담배를 피워대고 있다.
인찬, 2층 침대에 누워자고 있다.
수연 콜록 콜록. 나이는 26세구요, 미혼이구요 이름은 김소희. 콜록
콜록 지방에서 까페를 한다고 하네요.
상도 까페 이름이 뭐래?
수연 예? 가시게요?
상도 (못마땅한 듯 꼬나본다) 1년차! 내가 한가해 보이냐?
수연 그건 제가 잘 모르는데... 콜록 콜록
상도 (담배를 뻑뻑 피워댄다) 모르긴 뭘 몰라? 레지던트 치프가 한
가할 수 있냐고 이 사람아. 내가 선보냐? 환자가 미혼이든 까
페주인이든 카페트 주인이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응?
(아무데나 재를 털며) 증상만 얘기하라고 응? 우리 시간 없잖
아, 응? 증상을 알아야 컨설튼지 나부랑일 하지, 응? (신경질
적으로 담배를 바닥에 비벼끈다)
상도의 큰소리에 누워있던 인찬, 부시시 깨어난다.
이층침대에서 바라보는 수연의 뒷모습.
수연 죄송합니다. 저기 모닝 헤드에이크(morning headache)가 있어
서... 신경외과 쪽으로 트랜스퍼(전과) 시키는 게 나을 것 같습
니다.
상도 트랜스퍼? 무서운 분이시네. 아예 결정을 하셨어, 1년차가? 신
경과 컸네. 막가네. 레지 1년차 보내서 우리한테 오더를 내린
다 이거지? (다시 담배를 핀다) 치프 오라 그래, 박상희지? 치
프 오기 전엔 안 해줘.
상도, 회전의자를 돌려 수연을 등지고 흔들댄다.
상도 (뻔질댄다) 뭐해? 가.
수연 (당황한 듯) 선생님, 콜록 콜록
상도 싸가지 없이 치프가 담배를 피는데 기침 해대는 것 좀 봐라.
아까부터 내가 그 점부터 거슬렸어, 1년차. 너, 우리 과 아닌
게 다행이다. 박상희한테 물어봐, 나 유명하다.
인찬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재빨리 뛰어 내린다. 수연이 들고 있는
차트 빼앗듯이 받아 보고는) 기다리세요 (전화를 한다) 장현우
선생님 좀 바꿔줘요... 선생님 컨설트(의뢰) 환잔데요... 네, 지
금 차트 가지고 내려가겠습니다.
인찬, 후다닥 나가버린다.
상도와 수연, 멀뚱히 인찬이 나간 문을 바라본다.
상도 어?... 저런 싸가지 봐라.
수연 콜록 콜록
상도 내가 그런다고 담배를 끌줄 안다면 오산이야. 왜 이래 이거.
근데, 1년차
수연 네?
상도 애인 있어?
$#20. 외래 옆 신겨외과 사무실
차트를 살펴보고 있는 현우, 컴퓨터 앞 책상에 앉아있다.
앞에는 의찬이 서있다.
현우 (CT사진을 형광판에서 본다) CT엔 잘 안 나타나는데... (차트
본다) 트랜스퍼 시켜라. MR 한번 더 찍어서 판독실에 걸어놔.
인찬 고맙습니다, 선생님. (차트를 들고 나가려는데)
현우 뭐가 고마워?
인찬 글쎄요? (머리를 긁적댄다) 뭐가 고맙죠?
$#21. 중환자실
입에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워있는 초등학교 남아 선재, 잠을 자고 있다.
이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선재 모.
회진을 돌던 준서가 선재를 잠깐 보더니 선재 모와 눈을 마주친다.
선재모의 매서운 눈빛.
준서, 고개를 돌리고 선재 앞의 차트를 검토한다.
준서 (간호사 순덕에게) 헤모가 조금 낮네. 더 투입해야겠다.
순덕 예.
선재가 눈을 뜬다.
순덕 선재, 일어났네. (선재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준서 잘 잤어?
선재 모 (선재에게) 선재야, 안 아파? 아프면 말을 해. 그래야 알지.
순덕, 무안한 듯 물러서 있고
준서, 뒤돌아선다.
선재 모 (들으라는 듯) 그래야 니가 아픈 걸 나도 알고 저 의사선생님
도 알 거 아냐, 응? 아프다고 말을 해. 저 의사선생님이 알아
야 한다니까...
순덕, 무거운 어깨로 중환자실을 빠져나가는 준서의 뒷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본
다.
선재 모 (선재의 손을 잡은 채 어둡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허망한 듯
간호사님도 아이가 있다셨죠?
순덕 네.
선재 모 그럼... 내 마음 아시겠네요.
순덕, 역시 같은 눈빛으로 선재 모를 바라본다.
$#22. 병실
수연, 소희 앞에서 설명을 한다.
수연 신경외과로 옮겨서 다시 확실한 검사를 받으셔야겠네요, 그럼.
(나가려 한다)
소희 선생님
수연 네?
소희 왜 제 눈 피하시죠?
수연 네?
소희 내 눈 피하고 있잖아요, 계속.
수연 ...
소희 (실없는 미소로) 내가 드러워 보이죠? 늙은 남자라...
수연 (어금니를 문다) 김소희씨, 전 의삽니다. 김소희씨 사생활에 대
한 건 제 업무와 무관하지요. (나가려 한다)
소희 (쓸쓸한 침묵, 이내) 무슨 말이든 해보세요. 난 내 얘기했으니
까...
수연 (나가려다 돌아본다) 개인적인 견해를 얘기하자면... 김소희씨
의 취향이 좀 거북합니다. (고개를 돌린다) 그 분... 결혼하신
분이 아니었으면 하네요. (병실 문을 연다)
소희 (대뜸) 아쉽게도 유부남이에요, 그 사람. 아이도 있죠.
수연 (소희의 눈을 피한다) 안됐네요.
수연, 잠시 멈칫하다가 눈을 내리깔고 병실 문을 열고 나간다.
$#23. 복도
수연, 입술을 질근질근 씹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수연 못된 여자야. 못됐어.
이때, 수연의 어깨를 스치며 바삐 걸어가는 현우.
수연, 현우의 어깨에 밀려 휘청.
현우 (수연은 의식도 않은 채 저만큼 하경을 향해 간다) 최하경 선
생.
휘청했던 수연을 얼떨결에 부축하는 인찬.
수연, 깜짝 놀라며 옆으로 비켜서면 인찬도 어색하게 물러선다.
인찬 아니, 넘어질까봐...
수연 아, 네. 괜찮아요, 전.
인찬, 머리를 긁적이고
수연, 입술을 만지작댄다.
인찬 (시선을 돌리며) 또 붙었네. 저 선생님들.
현우와 하경.
현우 (하경에게 바삐 다가서며) 최선생 맘대로 내 환자 퇴원시키나?
하경 (퉁명스레) 아닌데? 퇴원 안 시켰어. 그래야 되지 않느냐했지.
응급실 컨설트 환자가 갈 곳이 없단다. 그러면 양보 좀 해야되
지 않나? 보니까 거의 요양수준이던데, 장선생 환자.
현우 멀쩡한 사람이 병원에서 요양을 하나?
하경 장선생의 접대가 호텔보다 훌륭한가부지.
현우 너, 왜 갈수록 사고가 천박해지냐?
하경 (매섭게 현우를 노려본다. 그러다 문득 인찬을 본다) 권인찬
선생.
인찬 (멀찍이 구경을 하고 있다가 놀라서) 네, 선생님. (다가온다)
하경 (인찬에게) 권선생은 나보다 장선생하고 일을 오래 했지?
인찬 네. 아마...
하경 장선생 혹시 환자한테 촌지 받나?
인찬 (놀라서) 네?
현우 최하경.
하경 천박의 극치를 보여주지, 내가. (돈 지갑을 꺼낸다) 얼마 줄까?
(또박또박 강한 어조로 말한다) 얼마주면 그 요양환자 자리에
머리에 피 터진, 무연고 응급환자 넣어줄래?
현우 말 말자, 더 이상. (뒤돌아 선다)
하경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순간 난... 이제 너하곤 정말로 아
무것도 아닌게 된다.
현우가 뒤돌아 보면 어느새 하경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하경을 바라보는 현우와 그 사이에서 어찌할 바 모르는 인찬.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들을 바라보는 수연.
$#24. 판독실
끝없이 돌아가는 사진판.
하경, 사진은 보지도 않은 채 허한 눈빛으로 형광불빛 아래서 발을 떼었다 놓았
다 한다.
그 앞 탁자에 엎드린 채 발판을 그대로 밟고 있는 하경.
탁자 위에 지친 듯 엎드려 있는 하경의 머리 위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끝없이
돌아가는 사진판.
$#25. 의대 도서관
종양에 대한 연구자료들을 훑어보는 현우.
앞에서 공부하던 의대생이 자리를 일어서면 남겨지는 의학서적들.
현우, 그 앞의 서적을 끌어다 책갈피 뒤를 펼쳐 도서카드를 펴보면 최하경, 장
현우가 수 차례 교대로 대출란을 메우고 있다.
웃음 짓는 현우.
책장 맨 밑에 쓰여진 글씨 "현우와 하경이 오늘 졸업한다"
현우, 생각에 젖어 책을 뚫어지라 보다가 이내 굳은 표정으로 책표지를 닫는다.
$#26. 패쇄병동 스테이션
재봉, 환자의 노트를 훑어본다.
옆에는 신경정신과 레지던트 1년차가 서 다.
재봉이 상도의 태도와 닮아있다.
재봉 아예, 환자 자서전을 쓰셔, 응? 차트가 소설이구만, 이건.
레지1 그럼, 정신관데.
재봉 그지, 그지. 정신과. 우리 같은 칼잽이랑은 다르시지, 물론. 정
신과 선생님들, 그 형이상학. 그 정신세계. 야 죽인다.
우린 모르지. 그 고매함. 야!
레지1 우린 그런 태도를 콤플렉스라고 고매하게 말해.
재봉 에이, 싸가지. 환자 좀 보자, 야?
레지1 (저만치 우두커니 앉아있는 순영을 보며) 문순영씨, 잠깐 와볼
래요?
순영, 느릿한 걸음으로 재봉 앞에 와 선다.
재봉 (손전등을 꺼내 순영의 동공을 검사한다. 레지1에게) 멘탈은
어때?
순영 정상이에요.
재봉 정상이에요.
재봉 아가씨한테 물은 게 아니고 이 의사 분한테 물어본 거에요.
순영 정신과 환자한테 멘탈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어떡해? 뻔한 거
지. 정상이면 여기 입원했겠어? 하지만 난 정상인인데 입원했
어요...(퉁명하게) 진짜루.
레지1, 뒤돌아 실소
재봉 (두 손을 순영의 이마 위에 올리고) 내 눈을 보세요. 눈동자를
내 눈에 고정시켜요. 자, 제 두 손이 보여요?
왼손만 보이면 왼손만 보인다고 하고, 오른손만 보이면 오른손
만 보인다고 하세요.
순영 (반히 보다가) 눈꼽 좀 봐. 드러워라. 세수 좀 하고 다녀요, 바
빠도.
레지1, 킥킥대며 웃는다.
재봉 (신경질적으로) 누가 눈꼽 보래요? (손으로 눈꼽을 슬쩍 떼며)
내 두 손이 보이냐 안 보이느냐만...
순영 시야결손을 진단하나 본데 난 정상이에요. 그건 후두부에 프랙
쳐가 있을 때 얘기지.
재봉, 멍하니 순영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레지1 전직 간호사분이셔.
순영 레지던트 1년차쯤 됐겠네. 고생되지? 처음엔 다 (재봉의 어깨
를 두드려주며) 그렇게 고생하는 거야. 근데 세수는 좀 하고
다녀라.
재봉, 멍해서 있는데 오픈 콜이 들린다.
"코드블루, 신경외과, 1층 ER"
재봉, 급한 듯 서두른다.
재봉 (레지1에게) MR 찍어 놔. 이따가 가져갈게.
뛰어나가는 재봉, 급히 돌아가다 문에 부딪혀 넘어진다.
순영과 레지1이 나란히 서서 한심한 듯 재봉을 바라본다.
순영 쟤 좀 모자라지?
레지1 그러게요.
$#27. 응급실 복도
코드 블루, 오픈 콜이 다시 한번 들리며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
하얀 까운을 날리며 뛰어오는 현우.
각각의 신경외과 스탭과 직원들이 뛰어오는 모습 몽따쥬.
$#28. 응급실
상도가 사력을 다해 인공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다.
급히 뛰어온 현우.
수연이 건너편 침상환자 앞에서 노티파이를 하다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현우
쪽을 바라본다.
현우 (상도 쪽으로 가며) 비켜봐. 넌 엠부 잡고 있어.
현우, 인공심폐술을 하다가 심폐기를 요구한다.
현우 (신경질적으로) 기계, 간호사 어딨어? (그러다 건너편의 수연
을 바라본다) 구경났어? 기계 좀 가져와.
수연, 어리벙벙 섰다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틈에 간호사가 이미 기계를 가
지고 오고 수연이 간호사 뒤에 선다.
현우 100줄 넣어.
수연, 현우 뒤에 섰다가 현우가 든 기계에 몸을 부딪친다.
현우 뭐야, 이 사람? 비켜.
이때 환자 주변으로 하나 둘씩 몰려드는 신경외과 스탭들.
그들 틈에 가려지는 수연, 환자 가슴에 충격을 가하는 심폐 소생기.
준서 혈압이 계속 떨어지는데...
현우 150줄, 고상도, 피 좀 더 달라 그래.
상도 (재봉을 보며) 뭐해 임마? 엠부 잡아, 짜식이 느려터져 가지
고... 권인찬, 임상과 연결해.
재봉이 엠보를 잡고 인찬이 스테이션으로 간다.
준서 최선생 집에 연락해줘라. 최선생 환잔데... 상도야.
현우 가만 있어봐. (환자의 콧구멍에 손을 가져다 댄다) 숨쉰다. 올
라가지? (혈압 측정기를 본다)
상도 올라간다.
현우, 기계를 내려놓고 인공 CPR을 한다.
스탭들, 안도한다.
수연도 안도의 숨을 쉰다.
준서 땀난다, 야.
상도 (재봉 보며) 너 이 싸가지, 자다 왔지?
재봉 아니에요
준서 자다 왔구만, 뭐. 눈꼽도 안 뗐네.
상도 뭐해, 싸가지. 엠부 빠지잖아. (현우에게) 최선생님한테 연락
드려요?
준서 그래야 되잖겠어?
현우 됐어, 나 의국에서 잘 거니까 상도 네가 지키고 있다가 연락해
현우, 뒤돌아서다 수연과 부딪친다.
현우 (짜증스레) 이 사람은 뭔데 자꾸 걸리적 대냐?
인찬이 수연을 잡아 뒤켠에 세운다.
현우 의사야?
인찬 (고개를 끄덕인다)
현우, 무시하듯 수연을 훑어보고 나가버린다.
인찬, 수연 보면 인찬의 뒤켠에서 고개 숙이고 있다.
$#29. 건물 밖, 의대로 가는 길목 (밤)
수연 고맙습니다, 선생님. 늘 신세를 지네요.
인찬 늘요?
수연 네.
인찬 트랜스퍼 땜에 그러는구나. 그거 우리 치프 선생님이 놀려먹느
라 그런 거에요. 내가 아니었어도 트랜스퍼 되는건데 뭐..
수연 그 전부터요.
인찬 네?
수연, 생긋 웃으며 손전등 켜 인찬의 눈에 비춘다.
인찬, 눈이 부신 듯...
수연이 전등을 끄자 인찬의 어리벙벙한 표정...
수연, 무안한 듯 손전등을 내린다.
수연 (풀이 죽어) 기억 안나세요?
인찬 뭘요?
수연, 실망스런 표정으로 돌아선다.
수연 그렇죠, 뭐. 환자가 한 둘이 아니었을텐데...
수연의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인찬, 어리벙벙.
$#30. 폐쇄 병동
재봉이 다른 필름들을 들고와 스테이션 카운터에 놓고 레지1에게서 건네받은
MRI 필름을 봉투에서 꺼내려고 한다. 뒤에서 순영, 봉투 째 빼앗는다.
순영 (필름 꺼내려고 하며) 이거 내 MR이죠?
재봉 (봉투 도로 뺏으며 짜증스레) 이리 내요, 아줌마, 예?
순영 (다시 빼앗으려 하며) 줘봐요, 한번만 봐요. 내 머리에 뭐가 있
나 좀 봅시다, 응?
재봉 (필름 봉투들 위에 포개 놓으며) 나중에...예? 진단 나오면 그
때, 그때 보여줄게요. (얼르듯 순영을 방으로 인도한다) 들어가
요, 착하지?
순영, 풀 죽어서 방으로 들어가면 재봉, 봉투 챙겨서 가려고 한다.
레지1 여기서 보고 대충 얘기 좀 하구 가.
재봉 야 나 바뻐. 신경외과는 바쁜 데야. 니네 과처럼 한가하질 않
아요. 궁금하면 이따 의국 들러봐. 내가 의국에 있을 시간이나
있나 모르겠지만...
이때, 간호사 멀찍이 끝쪽 방에서 뛰어온다.
간호사 (레지1에게) 오숙자씨 또 시작했어요.
레지1 돌아버리겠네. 또 벗고 날뛰어?
간호사 (찡그리며 고개만 끄덕)
재봉 (솔깃한지) 뭘? 옷을 벗어?
레지1 자기가 누드모델이었다고 허구한 날 벗어젖힌다, 야.
재봉 어디야?
재봉, 필름들을 스테이션에 놓고 끝방으로 먼저 뛰어간다.
레지1 야, 바쁘다며?
재봉 모든 정신과 환자는 신경외과의 컨설트를 받아야 된다고 봐,
난. 우리가 남이냐? 그런 거 있었으면 진작 말을 하지. 어디
야?
레지1 에그, 저거...
레지1, 피식 웃고는
앞서가는 재봉을 따라간다.
셋이 끝 방으로 사라지자, 순영이 고개를 내밀어 스테이션 카운터 위의 필름을
꺼내본다.
다른 필름도 꺼내본다.
순영 내 머리가 도대체 어떻다는 거야?
재봉이 멀리서 걸어온다.
재봉 (실망해서) 50먹은 할머니가 누드 모델이야? 아이씨, 바뻐 죽
겠는데...
순영, 재봉보고는 잽싸게 필름을 봉투에 집어넣는다.
필름봉투가 바뀐다.
재봉 앞에 순영이 베시시 웃으며 서있다.
재봉 (필름 챙겨들며) 왜 그래요, 겁나게? 아, 웃지마.
재봉, 기분 나쁜 표정으로 문 앞에 선다.
재봉 이거 문... 어떻게 여는 거야? (저만큼 보이는 레지1에게) 야
이 문 어떻게 여는 거냐!
순영 가만 있어봐요. 내가 열어줄테니까. 물러서.
재봉이 문에서 물러선다.
순영, 장풍을 하듯 두 손을 내밀고 힘을 준다.
얼굴에 핏대까지 세우며...
$#31. 의국 안
인찬이 수술복 차림으로 소파에 누워있다.
골똘하게...
상도 아구, 배고파서 자빠지겠다. 뭐 먹다 남은 거 없냐?
야, 싸가지.
인찬 ...
상도 싸가지.
인찬 ...
상도 (인찬을 덮치며 인찬의 눈을 까뒤집는다)
인찬 (놀라서) 왜 그래요?
상도 너, 검사받아야 돼. 요즘 줄창 동공이 헤롱대. (손전등으로 눈
을 비춘다) 보인다, 응. 여자다 여자.
$#32. 이ㅡ대 앞 도로 - 인찬의 회상
수연이 손전등을 자신의 앞에서 휘두르고 있는 모습.
고속촬영.
$#33. 의국
인찬 상도를 밀치고 벌떡 일어나 달려나간다.
상도, 뒤로 벌렁 자빠져 있고...
상도 엄마.
$#34. 복도
급하게 뛰어가고 있는 의찬.
$#35. 신경내과 병동 스테이션
인찬이 급한 듯, 간호사에게 수연을 찾는다.
간호사 급하세요?
인찬 네.
간호사 삐삐 쳐드려요?
인찬 아니에요. 찾아볼께요.
인찬, 바삐 뛰어간다.
$#36. 신경내과 약국
인찬, 숨을 헐떡이며 들어서면 상희와 일군의 레지던트들이 앉아있다.
상희 (돌아보며) 왜 그래요, 권선생?
인찬 한수연씨... (숨이 차서 컥컥댄다)
레지2 수술방 간다 그랬는데...
인찬이 재빨리 뛰어가고 그런 인찬의 모습을 바라보는 상희의 눈비치 날카롭게
빛난다.
$#37. 엘리베이터 앞
기다릴 수 없다는 듯 계단으로 뛰어 내려간다.
$#38. 마취과 앞
인찬이 뛰어 내려오면 저만큼 갱의실 쪽으로 가는 수연의 모습이 보인다.
인찬, 수연을 부르려하나 숨이 차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39. 갱의실
수연이 들어와 탈의장 앞에 선다.
이때, 갱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인찬히 헉헉댄다.
인찬 한수연씨. 헉헉. 생각이... 헉헉... 났어요. 손전등... (꿀꺽) 수술
실에서 임상실습 나온... 그 기절한 의대생... (꿀꺽)
수연 선생님. (감격적인 표정,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 땜에 뛰어 오
셨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인찬.
$#40. 인찬의 회상 - 플래쉬 컷
누워있는 수연에게 손전등을 주는 인찬.
이 때
E 여자의 괴성
$#41. 갱의실
인찬이 놀라서 눈을 번쩍 뜨면 간호사들이 소리를 질러댄다.
그제사 여자들의 속옷을 보는 인찬, 여자들의 괴성에 놀라서 나갈 생각도 못하
고 눈만 껌뻑이며 그대로 우두커니 서있다.
수연은 그저 인찬을 바라보며 감격적인 미소만 짓고...
인찬, 뒤늦게야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42. 수술실
준서가 수술중이다.
하경, 수술방 앞에서 서서 시니컬하게 외친다.
하경 (간호사에게) 간호사선생, 내가 되도록 3번방을 쓰겠다고 말한
것 같은데? 장선생이 우선권이 있나?
준서 (하경에게) 아직 수술 안 들어갔길래 내가 3번 방에서 한다 그
랬어.
하경 (깜짝 놀란다) 하선생이야?
준서 응.
하경이 준서의 디ㅜ로 다가온다.
수술 중인 환자의 머리를 같이 바라보며
하경 어? 오늘 없었잖아, 수술 스케줄.
준서 응급환자야. 출혈이 심해서 빈방에 먼저 들어왔어? 왜? 꼭 이
방 서야돼?
하경 아니... 마스크 쓰고 있으니까 장선생이랑 헷갈린다, 야.
준서 장선생한테 싸움 걸러 왔구나,
하경 무슨 싸움을 걸어?
이때 피가 준서와 하경의 얼굴로 튄다.
준서 (어시스트에게 지시) 패디 (탈지면)
하경 패디론 어림도 없겠다. 건드리는데마다 터지네.
준서 피바다야. (마취과에) 피 5개는 더 있어야겠는데? (하경에게)
수술 안 들어가?
하경 상도가 준비하고 있어. 야, 그렇게 깨작깨작 어느 세월에 하
냐? 피도 저렇게 많이 나는데...
준서 그렇다고 막 잘라낼 수도 없고....
하경 성격대로야. 네 와이프한테도 그랬지? 맺고 끊는 거 없이 희미
티티하게..
준서 고만해라. 이게 장현우 없으니까 날 갖구 그러네.
하경 왜 쫓겨났니, 너? 와이프한테.
준서 (어시스트에게) 석션.
하경 잘 살지 왜 별거를 하구 그래. 괴롭게.
준서 네가 왜 괴로워?
하경 괴롭지. 네가 아직도 날 잊지 못하는 거 같아서...
어시스트가 하경을 본다.
하경 (어시스트를 바라보며) 하선생이 옛날에 나 좋아했었어. 뭐?
그만 좀 보셔.
준서 (얼빠진 어시스트에게) 석션. (다시 반복한다) 야, 뭐해 석션해.
야, 그 걸론 안되겠다. 물 한양푼은 부어야 이리게이션(세척)
되겠다.
하경 이제야 좀 액티브해지네, 하선생.
$#43. 복도
수연, 복도에서 마주친 환자와 다정스레 인사를 주고받으며 걸어가는데
소희E 선생님
수연, 돌아본다.
난간에 기대어 수연을 바라보는 소희.
수연 (어색한 듯 소희에게 다가선다) 나와 계시네요. 별일 없으시
죠?
소희 네. 덕분에...
수연 그럼. (목례를 한다)
소희 선생님, 이거 가져가셔야죠. (잘 접혀진 의사까운을 내놓는다)
수연 아, 고맙습니다. (가려하자)
소희 냄새 한 번 맡아보세요. 향수도 뿌렸어요.
수연 (어찌할 바 모르며 대충 냄새를 맡아본다. 인사치레로) 좋네요.
들어가 쉬세요. 병실 옮기느라 피곤하셨을텐데...
소희 ...그냥 잠깐만 같이 이렇게 있어 줄래요?
수연, 어물쩡대다가 소희와 나란히 난간에 기대선다.
한참 아무말이 없다.
소희 ..우리 엄마랑 이름이 같단 말했죠?
수연 네.
소희 ...어려서 돌아가셨어요. (쓸쓸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든다)
됐어요, 선생님. 바쁘실텐데...
소희가 뒤돌아서 간다.
수연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김소희씨
소희, 뒤돌아본다.
수연 ...옷 고맙습니다. 특히 향수...
소희, 웃음짓곤 뒤돌아서 가려는데
수연 그리고 죄송합니다... 의사가 그러면 안 되는데.
소희 ...그래도 돼요. 아마 우리 엄마였어도 못마땅해 하셨을테니까..
선생님은 의사 같지가 않아요. (미소짓는다) 좋은 분 같아요.
이때 나타나는 현우.
현우 김소희씨?
소희 네.
현우 보호자분 어딨습니까?
소희, 수연을 바라본다.
현우, 소희의 눈을 따라 수연을 바라본다.
수연, 멍청히 서있다가 현우쪽으로 다가간다.
$#44. 신경외과 과장실
두 장의 필름이 판독기 위에 걸려있다.
남준이 두장의 필름을 보고 있다.
옆에는 상도와 재봉이 서있다.
상도 정신과에서 컨설트 해온 환잔데요. 프론탈 부분에 SAH(지주
막하출혈)가 있고 고 옆엔 에뉴리즘이 보입니다.
남준 내일 하자. 나, 내일 딴 건 없잖아.
상도 네, 과장님. 그리고 이건 신경과에서 트랜스퍼 해온 환잡니다.
장현우 선생님 환잔데 좁쌀처럼 퍼져있어서 CT상으론 잘 안
나타나 있었습니다. Tumor(종양)죠?
남준 몇살이냐?
상도 처녑니다. 까페주인이라는데요.
남준 그게 대답이냐?
상도 (긴장한다) 26셉니다.
남준, 사진을 한참 보고 있다가 암말 없이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45. 마취과 사무실 안
재봉이 겁먹은 표정으로 문을 열고 섰다.
정형외과 레지2가 레지3의 머리를 계속 후려치고 있다.
태동이 책상에 앉아 아무말 않고 꼬나본다.
그리곤 책상 위에서 카드놀이를 한다.
손놀림이 유연하다.
레지2 퍼미션을 안 해주시면 전 얘를 계속 팰 수밖에 없습니다.
태동 해봐. (그리곤 눈길도 안 주고 카드에만 전념한다)
레지2, 맞아서 널부러졌다가 일어서는 레지3을 다시 후려갈긴다.
태동 (카드를 엎는다) 니네는 무식하게 노는 게 목숨 바쳐 지켜야
할 전통이냐? 십년을 그 수법이냐, 어떻게? 야, 가.
레지2 선생님. 마지막으로 한번만 해주십시오.
태동 정형외과, 간판 내렸냐?
수술이 이게 마지막이게? 가, 가랄 때 가.
레지2, 고개 숙이고 아무말 않는다.
태동 내가 마취제가 아까와서 그러냐? 해주고 싶어. 근데 마취가 아
니라 아예 영면을 해버릴 상태야. 네가 책임질 거야. 얘 뼈를
부러뜨려 봐라. 내가 해주나. 가. 환자상태 제대로 만들어놓고
그때 와.
레지2 (레지3에게) 가자. (문을 나서며) 아팠냐?
레지3, 고개를 끄덕이면
레지2가 레지3의 뒷통수를 어루만진다.
레지2 나는 가슴이 아프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재봉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 표정.
태동 수술 하루 전날 오면 나보고 어쩌란 얘기야? (재봉 보며) 내일
수술인데 오늘 프리미디(예비마취) 해주고 퍼미션(마취허가)
받는 게 말이 되냐? (재봉 보며) 그래, 안 그래?
재봉 안되죠. 근데 (눈 딱 감고 차트 보여주며) 저기 내일 수술 있
는데요.
태동 (받지도 않는다) 가져가. 네 입으로 안 된다며.
재봉 (차트 들고 불쌍한 표정 짓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네.
재봉, 인사를 꾸벅하고 나가려는데
태동 (생각난 듯) 누구 집돈데?
재봉 서남준 과장님이요.
태동, 재봉의 말에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이마를 짚는다.
책상에서 벌떡 일어서며 재봉의 차트를 뺏는다.
태동 알았어. 가!
재봉 (갑자기 얼굴이 펴지며) 된 겁니까?
태동 가. (손으로 귀찮다는 듯 나가라 신호한다)
재봉 고맙습니다.
태동, 책상에 차트를 던진다.
궁시렁대다가 차트를 살펴보곤 처방을 적고 있다.
태동 박사님 땜에 NS놈들한테 폼도 못 잡아. (고개를 흔다) 내가
박사님이랑 너무 친해. 같이 놀아주지 말까? (다시 적는다) 에
이. 어떻게 그래.
$#46. 폐쇄병동 앞
문이 열리고 이동 침상에 순영이 묶여있다.
옆에는 재봉이 성 있고, 뒤에는 인턴이 이동침상을 밀고 있다.
순영이 머리가 하얗게 깎였다.
순영 나 수술 안 해. 내 머리 괜찮아. 내가 봤다니까. 안 해. 무서워.
재봉 수술을 받아야 좋아지지.
순영 아냐. 아까 내가 필름 봤단 말야. (소리친다) 사람 살려.
재봉 (인턴에게) 야, 손수건 있냐?
순영 이 씨... 안돼. 안 된단 말이야! 안돼!
재봉, 인턴이 내미는 손수건을 순영의 입에 물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바둥거리는 순영의 침상이 안으로 들어가 문이 닫힌다.
$#47. 스테이션
MR사진이 걸려있고 그 앞에 무심히 소화가 서있다.
수연, 사진을 보며 놀란 듯 안절부절 못한다.
수연 (현우에게) 선생님, 잠시만.
현우, 슬쩍 바라본다.
수연 (다가가서 작은 소리로) 선생님, 저 분 보호자 오시면 그 때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보호자분 있습니다.
현우 당신이 보호자가 아니었나?
소희 제 보호잔 저예요, 선생님. (수연을 가리키며) 저 분은 제가 좋
아하는 분이구요. 말씀해 보세요.
수연 (간절하게) 선생님.
현우 1년차 양반. 대체 어디까지 관여를 할텐가?
수연 선생님, 제발...
소희 괜찮아요, 선생님.
현우 환자 분이 원하시는 바대로 하겠습니다.
김소희씬 뇌종양입니다.
눈을 질끈 감는 수연.
아련히 눈을 깜박이는 소희.
현우 헌데 더욱 운이 없는 건 이 종양이 뇌 전체에 파편처럼 퍼져
있습니다. 보이시죠, 이 점들?
이걸 수술로 제거하자면 뇌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건드려
야 하는데.. 건드린 뇌 부위만큼 그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겁
니다. 수술예후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결정은
환자 자신이 내려야 합니다.
소희 (눈만 깜박인다) 뭘요, 선생님?... 뭐라셨죠? ...뭔가 결정이 이
미 난 것 같은데...
수연 (머뭇댄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예요. 수술이 불가능한 건 아
니고...
현우 이런 경우에 의사나 환자가 감정에 사로잡히는 일이 가장 어
리석은 일입니다. 현명하게 판단하십시오. (사진을 뽑는다)
소희 (넋이 나간 듯 중얼댄다) 그렇죠, 현명하게요. (눈이 가물댄다.
수연에게) 그 사람한테 비밀이에요, 선생님. 네?
소희, 몸을 돌리는가 싶더니 깃털처럼 쓰러진다.
수연과 현우가 동시에 쓰러진 소희를 향해 몸을 숙인다.
수연이 거칠게 현우의 팔을 잡아챈다.
찢어지는 현우의 소매.
수연 (현우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소희를 부둥켜안는다) 이 여자 몸
에 손대지마. 가까이도 오지 말고...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현우 레지던트 선생. 사람으로 살고 싶으면 의사가 되지마.
현우를 바라보는 수연의 원망어린 눈길.
돌아서는 현우.
현우, 찢어진 옷깃을 들어보며 쓴웃음 짓는다.
이내 얼굴을 굳히고 걸어가며 퐂.
제 1 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