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원숭이를 가두어 두었다는 전설의 금원산(金猿山).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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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태풍 “나크리” 보다 먼저 발생한 느린 태풍 11호 “할 롱”의 영향으로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내일 거창 금원산을 산행해야 할 우리는 마음 편할 리가 없었다.
기상예보도 비관적이다.
태풍 “할 롱”의 진행방향이 일본으로 예상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영향권에 들어
있어 남동해안에 많은 비가 내리고 내륙 산악지역에는 곳에 따라서 집중호우가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 약한 회원들이 자꾸 산행취소를 한다.”고 부회장한테서 걱정하는 전화가
왔었다.
그런 어제는 비 내리는 말복이었다.
초복에서 말복까지의 기간은 1년 중 가장 더운 때로 이 시기를 삼복(三伏)이라
하며, 이때의 더위를 “삼복더위”라 부른다.
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에 놀러가는 풍습이
있었으며,
“복달임”이라 해서 더위에 지친 몸을 보신하기위해 민어탕, 도미 탕, 개장국(구탕),
삼계탕을 먹기도 한다.
나도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한방(韓方)상황버섯 삼계탕을 진상했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말복과 입추(立秋)가 같은 날로 겹쳤다.
입추는 대서(大暑)와 처서(處署) 사이에 드는 절기로
여름이 끝나고 가을에 들어선다는 뜻이며 이날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로 친다.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는 하지만,
밤이 되면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며 여름의 흙일도 끝나고 이제
서서히 가을채비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세시(歲時)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쓰르라미가 운다고 하였다.
한편 농촌에서는 참깨, 옥수수를 수확하고 일찍 거두어들인 밭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기 시작한다.
태풍과 장마가 자주 발생해 논에서는 병충해 방제가 한창이고,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느라 분주하다.
이 무렵부터 논의 물을 빼기 시작하는데 1년 벼농사의 마지막 성패가 이때의
날씨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중요한 시기이다.
아직 남아 있는 늦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받아 벼가 누렇게 익어야 하는 시기이다.
올 해수욕장은 연이은 태풍으로 손님이 없어 상가가 울상이라고 한다.
태풍 때문에 아직 여름다운 더위를 느껴보지를 못했는데 벌써 입추(立秋)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다시 누었다.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 발목까지 / 발밑까지 눕는다. /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의 “풀” 全文)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은 물구름으로 가득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주차장 아스팔트 일부가 말라있어 가벼운 마음이 든다.
광주역광장에 도착하니 산행버스는 대기 중이고 회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부회장과 총무한테 두어 번 전화가 걸려왔는데 “산행취소”전화란다.
신경은 쓰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늘도 35명의 남녀회원들이 일기예보에 신경 쓰지 않고 금원산산행을 떠났다.
산행버스는 몇 년 채 하나마나한 도로 확장공사 중인 88올림픽고속도로를 달려
거창을 지나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했다.
해는 잃어버렸지만 물기 머금은 하늘구름은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다.
금원산(金猿山)은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 사이에 있는 산으로 높이가 1,353m이다.
백뢰산(1,019m), 단지봉(1,258m), 삼봉山(1,234m), 덕유산(1,594m) 등 높은
산들과, 한국의 남부지방을 호남지방과 영남지방으로 구분하는 소백산맥 중에
솟아 있다.
금원산계곡일대와 지재미, 지암골짜기는 풍경이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이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상천里에서 합수하여 상천(上川)이 되어 위천면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금원산이라는 이름은
옛날 이 산속에 금빛 나는 원숭이가 날뛰므로 한 도사가 바위 속에 가두었다는
전설에 따라 금원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산중턱에 있는 그 바위를 금원巖 또는 원암(猿巖)이라고 한다.
산행은 오저 10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산행안내판 앞에는 황금색 원숭이 형상이 세 개가 세워져있어 금원산의 전설을
말해주고 있다.
출발 전 기념촬영을 하고 계곡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 산행코스는 주차장에서 출발:- 유안청폭포 -제2코스 -동봉 -제3코스
-유안청폭포 -주차장으로 원점회귀 하는(약11km,5시간소요)코스다.
유안청계곡은 조선 중기 이 고장 선비들이 공부하던 유안청이 자리한 골짜기로
유안청폭포를 비롯한 자운폭포와 소, 담이 주변 숲과 어우러져 산악 경관이
빼어나다.
금원산은 아스팔트 임도가 잘 개설되어있고 계곡이 흐르며 계곡건너는 등산로인
숲길이다.
아스팔트길 따라 합성목재로 만들어 논 산책길이 있어 계곡을 구경할 수 있었다.
화장실과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고 주변이 깨끗해서 좋았다.
자운폭포를 지나자 일반산막(방갈로), 숲속교실, 작은 마당, 매점 등이 있었으며
비가 온 뒤라 계곡의 수량이 풍부해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유안청 1, 2계곡은 불어난 물로 그 위세가 당당하다.
아우토반에서 아스팔트 포도(鋪道)위를 마치 전속력으로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의
조명라이트처럼 하얀 물살이 빛으로 느껴진다.
뇌성벽력처럼, 아니 포효하는 짐승들의 울음소리처럼 무섭게 떨어지는 폭포수,
그리고 부서지고 튕겨지는 물살이 한겨울 눈보라처럼 휘날린다.
오늘은 계곡에 취한 회원들 때문에 산행속도가 늦고 선두, 후미가 따로 없이 일렬로
줄을 맞춰 나아갔다.
임도를 무질러 올라가면서 시간과 거리를 단축했다.
“산으로”가 산악회 꼬리표를 놓고 올라가 뒤에 사람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유안청 2폭, 1폭을 지나 동봉에 올랐다.
동봉에서 20m 쯤 더 가면 금원산정상이었다.
해를 잃어버린 하늘은 망망대해처럼 보이고 바람은 시원했다.
정상에서 모든 회원들을 다 만났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젊은 여성회원들의 세련되고 화려한 등산복이 젊음과 어울려 더욱 빛이 난다.
기분이 좋았다. 금광이 20년은 젊어진 것 같았다.
하산은 제3코스로 내려 왔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임도로 내려갔다.
내려가다 보니 금원산자연휴양림(金猿山自然休養林)으로 와 버렸다.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里에 있는 자연휴양림이다.
1993년 11월 30일 개장하였으며 구역면적은 130만㎡ 경남도청에서 관리한다.
해발 1,352m의 금원산 동쪽 유안청계곡의 자락에 있으며,
낙엽송 등 인공조림지와 천연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휴양림에는 목본 류 147종, 초본 류 500여종, 한국 특산수종인 “히어리” 외 6종이
분포하고 있다.
휴양림 입구에는 보름달이 뜨는 날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였다는 선녀 담이란 연못이
있다.
계곡 주변으로 한국에서 단일바위로 가장 큰 문바위와 고려시대 삼존불인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보물: 제 530호)이 있었다.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광장, 야영장, 캠프파이어장, 등산로, 산책로, 물놀이장, 체력단련시설,
임산물판매장, 숲속교실 등이 있으며,
양지식물 관, 숲 생태관람 장, 고산습지 관, 생태연못, 수생식물원, 암석 원, 온실,
숲 관찰전망 대, 구상나무 골 등이 있으며 미로처럼 합성목재 길로 연결되어있고
숲이 울창하여 가족단위로 하루쯤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몇 사람이 어울려 휴양림매점에 들려 거창막걸리를 몇 잔 했더니 취기가 돈다.
산행버스 주변에서는 벌써 하산 주를 들고 있었다.
산행버스 최 사장이 아침에는 요구르트 100개를 돌리더니 오후에는 커다란 수박
2통을 희사했다.
하산주가 끝나고 서둘러 내려오는데 계곡 끝부분에서 미폭(米瀑)을 만나 차를
세우고 사진촬영을 했다.
미폭(米瀑)은 쌀 이르는 폭포란 뜻으로 “동암폭포”라고도 한다.
지재미골자기 어귀 북쪽 산기슭에서 너럭바위를 살짝 옆으로 흘러내리는 폭포다.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모양이 쌀이 흘러내리는 듯하여 “쌀 이르는 폭포”라 했다.
옛날 폭포위에 동암寺란 사찰이 있어 쌀 씻는 뜨물이 바위 위를 흐르고 흘러
동암폭포라 하였다.
사찰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서당이 생겨 동암寺서당 터라 하는데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있다.
오늘은 모두가 기분이 좋았다.
“해뜰날”, “꽃사랑”, “기순자”자매, “로즈”일행도 “수선화”도 마냥 즐거워했다.
강나루 건너서 / 밀밭 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 남도 삼백 리 / 술 익는 마을마다 /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 (시인 박목월선생의 詩 “나그네” 全文)
(2014년 8월 8일)
첫댓글 산행후기 잘보고갑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생깁니다^^
유안청계곡의 힘차게 쏟아지는 계류를 보았으면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동생을 동반하고 가는 산행인지라 태풍 할롱이 어찌 지나갈지 ,,,
일주일내내 일기예보를 봐가며 마음 졸였는데.. 너무나 좋은 산행이었지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많이 웃었던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 산행후기 애독자 로즈 ㅋㅋ
"로즈"는 "루비"를 데리고 오고, 웃음과 즐거움을 선물했습니다. 금광은 보배 "로즈"를 얻었습니다.
댓글 고맙구요, 언제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