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새해를 맞아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나에게는 정말 행운의 한 해였다. 2011년에 조경 공부를 하였으나 자격증 취득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고, 옆자리 동료의 체인톱을 익혀야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고심하다가 산림기능사 공부를 시작했다. 2월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3월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능인훈련원이 전북 진안에 있음을 알게 되어 산림기능사 실기 대비 과정에 입소해 교육을 받고, 4월 최종 합격했다. 6월에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계훈련원에서 12주간 산림경영자과정을 수료하면서 산림에 대한 현장교육을 착실히 배우며 보람된 기간을 가졌다. 산림기사 1차 필기시험에 7월 응시 10월 합격, 올 1월에는 양산에 있는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술인훈련원에서 산림공학과정을 2주간 수료함으로써 산림과 묘하고 귀한 인연을 가진 한 해였으며 내게 이러한 행운을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할 뿐이다.
산림조합이 내게 준 것들
산림이란 막연히 산에 숲이 있는 것을 말하거나, 삼림(森林)이라 하여 산에 많은 나무가 살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어릴 때의 기억으로는 주변 산에서 나뭇가지를 잘라다 땔감으로 했고 겨울을 위해 좀 더 깊은 산에 가서 나무를 잘라 수십 짝씩 묶어 소달구지로 운반, 저장해두고 겨울을 넘기곤 했었다. 이웃 제재소에 큰 나무들이 힘센차(GMC)에 실려오면 많은 주민들이 기다렸다 서로 다투어 껍질을 벗겨가서 땔감으로 썼고, 껍질 벗긴 몸뚱이는 쌓아두었다가 큰 기계톱으로 가지런히 잘라서 파는 것을 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많은 제재소가 사라졌다. 진안의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능인훈련원에서는 처음 접한 체인톱의 원리와 어떻게 다루어야 안전하게 나무를 베어낼 수 있는지 배웠으며, 산림 공부를 더해서 산림기사 자격증을 따면 소득이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 후 강릉의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계훈련원에서는 좀 더 깊이 있게 체계적으로 숲과 목재를 알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근대 산림 역사의 시작은 속성수를 위주로 한 치산녹화사업 원년인 1973년부터이며, 지금은 10년 단위로 추진하는 국가산림기본계획 5차 기간(2008∼2017년) 중으로 2010년 기준 우리 산림이 주는 가치가 연 109조 원에 이르고, 세계 4대 조림국가에 우리나라가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학교림을 답사해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심호흡을 하였고 마을 수호목으로 500년 된 소나무를 안아보면서 감개무량했다. 임도 개설구간을 걸으면서 왜 임도가 필요한가? 잘 닦은 임도란 어떤 것이며, 얼마나 친환경적인 면을 고려하고 절토와 성토를 최소화할 것이며, 골짜기로 쏟아질 물을 어떤 배수로를 만들어 물길을 터줄 것이며, 임도 유지에도 설계나 시공상의 노력이 있었는지 이 공사를 직접 진두지휘한 교관의 설명이 피부에 와 닿았다. 측량 부분에서는 오차, 평판측량의 3요소,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목표지점을 찾아 여러 측점을 기록 관리하는 법, 또 표준지를 만들어 일정 이상 나무를 선목 표시하며 윤척으로 흉고직경을 측정하고 측정한 수고로 재적을 산출, 해당 소반 또는 임반 전체의 재적량을 산정함으로써 산림경영계획서까지 작성하는 등 과정마다 정말 흥미로웠고 이 교육과정을 수료한 보람이었으며 자랑이었다. 한편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술훈련원에서는 포항 민둥산의 돌산을 인력으로 깨고 계단식 골을 파 그곳에 양질의 흙을 옮겨와 채워서 조림하였다는 사방사업의 동영상과 현장을 보고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임도를 만들기 위한 기초와 측량실습을 통해서는 과연 내가 만든 임도설계서의 절토량, 성토량과 경사도가 적합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래도 강원도의 아름드리 금강송이 쭉쭉 뻗어 있는 숲이야말로 우리에게 피톤치드와 같은 유익한 테르펜 계통의 유기화합물 제공은 물론, 목재로서의 가치 또한 엄청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100년쯤 뒤에는 잘 키운 나무 한 그루가 고급 승용차 1대 가격을 받는 숲이 많아질 것을 기대해본다.
숲은 목재, 인간은 인재?
한 개인이 운 좋게 일정기간 내 산림에 대하여 아주 많이(?) 알게 되었다 하나 시야를 넓혀보면 얼마나 미미한가!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갖고 싶다”는 말을 잘한다. 그것은 인간을 상품화한 단어이다. 즉 ‘인간의 상품화=인재’. 인력 구조조정, 비용절감이라는 경제 용어로 인간을 부품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를 가족의 우수한 인재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가족은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 기업이 당신을 ‘인재’라고 부른다면 그 기업이 당신을 단순한 부품, 대체 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숲의 상품화=목재’, 나무라는 말도 자원이라는 표현도 자연을 상품화하고 폄하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숲은 자원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다. 경제 척도만으로 측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자연은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문명을 유지하는 쪽이 많은 인간에게 더 중요하다. 숲을 조성하거나 유지하여 얻는 이득보다 주유소에서 싼 휘발유를 차량에 넣고 달리거나 슈퍼에서 대량의 유해 상품을 구입하여 편하게 살며 위험한 원자력 발전으로 전기가 잘 통하게 하는 것이 100배 1,000배 더 중요하다고 현대인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앞으로도 산림을 벌채하는 등 자연을 파괴하고 다닐 것이다. 근대사를 돌아보면 그렇게 지구의 숲을 많이 잃었다. 보르네오 섬 또한 아시아 최대의 정글이 감소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는 어떤가? 이 나라는 19만 종의 동물을 보유하며 그 60%가 이곳에서밖에 볼 수없는 귀중한 생물로 알려져 있다. 마다가스카르에서조차 이미 숲의 많은 부분이 사라져버렸다. 세계 곳곳에서 숲을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대량의 산림을 벌채한 것은 문명이 폭주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성 없이 갈 데까지 가다 보면 자괴할 수밖에 없다. 수십 년 후에는 종착역에 도착할 것이다. 지옥을 보는 것은 현대 문명을 잃고도 생명이 남아 있는 지금의 아이들이다. 그들의 미래가 석기 시대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숲을 모두 파괴하더라도 문명을 유지할 생각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가 멈추지 않고 벌채가 지금의 속도로 계속된다면 50년,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95년쯤 후 인류는 둘도 없는 소중한 것을 완전히 잃을 것이다. 인류는 무엇을 믿고 죽음을 서두르는 것일까? 속도와 편리함과 1회용 문화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왜 그렇게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하는 것일까. 왜 위험천만한 원전에서 에너지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일까? 왜 나무를, 목재를, 열대 우림을 더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숲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어디선가 돌이킬 수 없는 광범위한 영향의 방아쇠를 당겨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인류는 자연 환경의 상호 작용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뭔가 아주 중요한 생물의 순환 시스템 어딘가의 고리가 파괴된다면 단번에 모든 생물의 붕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자연이 붕괴될 50년을 기다리는 동안 그것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50년 후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구는 열대 우림을 잃고 모든 생명체는 가혹한 서바이벌 게임에 던져져 난처해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후손을 위한 숲
다행스럽게도 최근 산림보존을 역설하고 실천에 옮기는 움직임들이 힘을 얻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약 ‘교토의정서’가 이를 증명한다. 교토의정서는 세계 기후변화의 주요소인 탄산가스의 흡수원인 산림을 살리는 방안까지 발전시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 간 이행 협약이다. 교토기후협약이라고도 하며,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UNFCCC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되었고, 2005년 2월 16일 공식 발효되었다.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구체적으로 정해짐에 따라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도와 공동이행제도, 청정개발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를 교토메커니즘이라 한다. 이러한 제도들은 낮은 비용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는 취지 아래 강구된 것들이다. 이렇듯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배출권거래제도 등을 적극 검토해 세계적 변화에 신중히 그리고 신속히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산림 종사자들의 고령화 해소 등을 목표로 고졸자 산림 기능인 양성교육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산지 특용·약용식물의 집약적 재배와 보급 확대로 산주들의 관심을 유도하며, 산악지역에 적합한 기계개발 강화 및 개발자금 지원, 기계장비 도입 지원 확대, 산림관련 제안제도 홍보 및 보상금 현실화, 소규모 개인 소유 산림 국유화 또는 통합조정제도 검토, 기후변화와 천이에 대응할 수종 개발·육성 등 후손에게 물려줄 숲과 목재를 유지·발전시키는 노력을 국민 모두가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산림청이나 산림조합중앙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인간의 상품인 인재를 숲을 사랑할 줄 아는 자로 뽑아 숲의 상품인 목재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많이 생산하여 후손들을 보호하는 대비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시기를 감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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