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月五嶽圖八曲屛. 작자미상. 조선 18세기말~19세기. 종이에 채색. 162.0x369.5cm. 삼성미술관Leeum소장
Sun, Moon, and Five Peaks : Refined Beauty of Abstract Nature
This work, called 'Irwol oakdo' or 'Irwol obongdo' in Korean, is an eight-panel folding screen that once stood behind the throne or royal portrait at the royal place during the Joseon period. Whether the king was alive or not, it symbolized the existence of the king wherever and whenever. It was also believed to protect the king. This work clearly shows the typical style of 'Irwol oakdo.' The five precipitous, rocky peaks are symmetrical with a high mountain at the center. Even the leaves of the red pine trees are depicted very exquisitely. A red sun and white moon in the sky symbolize royal authority. In addition to the exquisitely rendered pine trees, the rocks of the mountain peaks are drawn with outstanding technique, suggesting that this piece was done by one of the best court painters. Given its huge size, this folding screen is thought to have been used at important events at the royal court or put behind the throne.
지금도 경복궁 근정전과 창덕궁 인정전의 임금이 앉는 용상(龍床) 뒤편에는 일월오악도, 또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라 불리는 그림이 놓여 있다. 이 그림은 중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매우 독특한 형식으로, 조선시대 궁궐의 어좌(御座) 뒤는 물론, 임금의 초상인 어진(御眞)이 걸린 뒤편에도 설치되었다. 이는 일월오악도가 임금의 생존시나 사후의 구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임금의 존재를 상징하는 동시에 보호하는 구실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일월오악도에는 극도로 형식화한 산수가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검푸른 하늘에는 붉은 태양과 흰 달이 함께 떠 있고, 네모난 바위들을 쌓아올린 듯한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솟아 있다. 산의 계속 양쪽으로는 폭포수가 좌우대칭을 이루며 쏟아지고, 산 아래쪽에는 동심 반원을 그리는 물결과 튀어오르는 파도가 보인다. 또한 양 끝에 두 그루씩 서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는 다른 일월오봉도에서도 예외 없이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 소재들의 의미는 아직 확실치는 않으나 『시경(詩經)』에 실려 있는 「천보(天保)」시(詩)와 관련하여 해석되고 있다. 「천보」시는 신하들과 귀빈들이 군왕의 덕망(德望)을 칭송하고 하늘과 조상의 축복을 기원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언급된 아홉 가지 사물이 일월오악도에 모두 등장하기 때문이다.「천보」시 중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天保定爾 하늘이 그대를 보정하사
以莫不興 흥성하지 않음이 없는지라
如山如阜 산과 같고 언덕과 같으며
如岡如陵 산마루와 같고 구릉과 같으며
如川之方至 냇물이 막 이르는 것과 같아
以莫不增 불어나지 않음이 없도다
(中略)
如月之恒 달의 초생달과 같으며
如日之升 해의 떠오름과 같으며
如南山之壽 남산의 장수함과 같아
不騫不崩 이지러지지함않고 무너지지 않으며
如松栢之茂 송백의 무성함과 같아
無不爾或承 그대를 계승하지 않음이 없도다
한편으로 해와 달은 각기 왕과 왕비를 상징하며, 다섯 개의 산봉우리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성스럽다는 곤륜산(崑崙山)으로 역시 왕을 상징한다는 주상도 있다. 또한 해, 달, 산, 소나무, 물론 천계(天界), 지계(地界), 생물계(生物界)의 영구한 생명력을 표상하는 것으로서 모든 신의 보호를 받아 자손만대로 길이 번창하라는 국가관(國家觀)의 투영이자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十長生圖十曲屛. 작자미상. 조선19세기. 비단에 채색. 151.0x370.7cm
그런데 원래 궁중에서만 사용되던 일월오악도가 어찌된 일인지 조선 말에 이르러 민간에서도 사용되었다. 당시 서울 최대의 그림 시장인 광통교 아래 병풍전(屛風廛)에서 팔리던 병풍들 가운데 오봉산 일월도가 있었고, 남산의 목면신사의 국사당에도. 일월도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이는 십장생도 등과 같은 민화의 주제와 마찬가지로, 19세기 후반 미술 시장의 발달에 따라 궁중에서 그려지던 그림의 외연이 넓게 확장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일월오악도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가운데 험준한 바위들이 겹쳐진 높이 솟은 산을 중심으로 다섯 개의 봉우리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붉은 색으로 칠해진 소나무에는 소나무 잎이 매우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하늘에는 붉은 해와 흰 달이 떠 있어 왕권을 상징하고 있다. 이 작품은 특히 일급화원이 그린 것으로 생각되는데,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진 소나무 외에도 봉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바위도 뛰어난 기법을 보이고 있다. 또한 높이와 폭이 매우 커서 궁중의 중요한 행사나 어좌 뒤에 놓인 작품이 아닐까 추정되기도 한다. 여타 일월오봉도는 바위의 형식화가 심하고, 파도와 소나무 가지의 도안화도 심해져서 이 작품에 비해 시대가 떨어지거나 덜 형식적인 의례에 사용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본 작품은 당시 궁중에서 쓰이던 일급 일월오봉도 병풍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日月五峰圖六曲屛. 작자미상. 조선19세기. 종이에 채색. 90.5x27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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