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교육현장에서 단연 화두가 된 단어가 촌지인가 보다.
서울시교육청은 ‘불법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1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는 교사는 파면이나 해임조치하고 교육 현장의 부조리를 신고하는 공무원이나 시민에게 최고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공익신고 보상금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서울시교육청의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 발표 이후 현장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학부모와 교사를 잠재적 비리집단으로 취급한다는 지적과 함께 음성적 촌지를 막기 위한 쌍벌제 도입 주장도 나온다.

나도 전직이 선생소릴 들었던 접장 출신이라서 관심이 있어 촌지의 정확한뜻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촌지(寸志)는 촌심(寸心), 촌의(寸意), 촌정(寸情)이라고도 하고 원래는 속으로 품고 있는 작은 뜻, 또는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흔히 선생님이나 공무원 기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주는 선물이라고 뇌물을 포장하여 쓰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본래의 긍정적인 의미가 부정적인 의미악화로 변질되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어쨌든 이런 부정적인 촌지문화는 근절되어야 마땅하지만 세상 참 살벌하게 돌아가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ㅎ
다음은 내 자서전 중에 촌지와 관련된 부분이다.ㅎ 지금 시각으로 보면 해임됐거나 1억원 포상대상으로 형사 처분감이다. 국민세금 1억원을 축내고 횡재하고픈 사람있으면 이 글을 읽는 즉시 신고해도 좋다. ㅎ 그러나 처벌시효가 지났으니 어쩌랴..... ㅎㅎ
1972년 봄 교사가 되어 처음 맡은 반이 1학년 4반이다. 그 때 우리 반 반장을 맡았던 녀석은 공부 잘했던 박OO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다 일찍 퇴직하고 개인 사업을 하다 지금은 화곡동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면 두 부부가 열심히 살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방금 전에 그와 통화를 했다. 큰 아들은 장가를 갔고 둘째 아들은 대학에 다닌다고 하면서 일간 찾아오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화곡동 근처로 혹시 갈일이 생기면 그때 연락할 테니 그 때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바쁘게 열심히 사는 제자들은 찾아보는 것도 무척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 때는 매학기 초에는 학부모 회의가 있었다. 초임교사라 많은 학부형을 모시고 얘기하는 게 처음이라서 무척 긴장했고 그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없다. 아마 열심히 하겠다는 끝마무리 인사를 했을 텐데.....
인사가 끝났는데도 학부형들이 가시질 않는다. 나는 멋쩍게 내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잠시 무언의 침묵이 흐르자 한 학부형이 내 앞으로 오시더니 봉투를 꺼내 책상위에 놓는다. 그러자 다른 학부모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몰려 나와 제각기 책상위에 봉투를 놓고 나가신다.
당황한 나는 얼굴 빨개져서 어쩔 줄 모르고 있자 반장 엄마가 손수건을 꺼내 그 봉투들을 싸서 내 서랍을 열고 넣어준다. 교사가 된 후 처음 받아본 봉투였고 부끄러웠던 그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나중에 교무실에서 고참 선생들에게 그 얘길 했더니 모두들 폭소를 터트린다. 그날 저녁 내가 그 봉투 돈으로 한턱 내며서 고참들의 오물 섞인 경험담을 많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도 생활인으로서의 때가 서서히 묻어갔다. 생각하면 얼굴 뜨거워지는 부끄러운 젊은 날의 자화상이다.

그때 학년주임은 함경도 출신인 과학을 담당하시던 유O암 선생님이시다. 회식이 있거나 모임이 있을 때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봉급쟁인 말이야. 주면 주는 대로 먹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다 무사무탈 한 거야. 하하” 이 말은 봉급쟁이로 정년을 맞을 때 까지 내 머릿속에 늘 저장되어 있어 촌지사건(?)과 함께 필요할 때마다 명심하던 말이 됐다.
첫댓글 그땐 그랬지 촌지라는게 선생님 한테 감사의 뜻으로 드리는것인데 넘 오버하는 경우도 있더라고 ^^^
43년전 일인데도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는걸 보면 인격에 손상이 갈정도로 부끄러운일이였어ㅎ
그런데 순수한뜻의 정표가 뇌물로 변질된건 받는 쪽보다 내자식을 특별히 봐달라는 이기적인 주는 쪽이 더~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금전이 오가는 촌지는 이유를 막론하고 없어져야하는데 액수가 커지고 뇌물형태로 남아서 대다수의 교사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같다
문제교사나 학부형은 극소수인데 마치 전체가 오물집단처럼 취급하고 낯뜨거운 동영상까지 만든 행정가들도 문제가 있다
일선교육현장보다 권력과 유착된 부정부패가 없어져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건데 그게 더문제야 그래서 김영란법도 만들어지는 모양인데 두고봐야겠
선배님 말씀을 들으니 첫발령지 정선에서 연탄 100장 표를 받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광부 아버지가 가져온 탄표를 주며, "선생님, 여기는 추운 곳이니 방 따뜻하게 하세요."하며 부끄럽게 주고 간 우표 딱지 만한 검은 촌지~~. 그 시절을 돌아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디지탈시대와 아날로그시대를 거친 선생님들을 촌지에 대한 추억들이 한두개씩은 다~있었을것 같해요
후배님의 따스한 추억과 내가 겪은 당혹스럽고 민망했던 기억이 대조되네요 ㅎㅎ
요즘 IT시대까지는 그런저런 추억과 기억들이 모두 범죄시 되니 삭막한 세상이 된것만 같아요ㅎ
선배님 전 학부모로써 촌지에 대한 부끄러운 추억이 있답니다 딸아이 초교 2학년 학기초에 담임선생님께 케잌에 촌지를 넣어 드렸었는데 케익은 맛있게 먹겠다는 편지와 함께 촌지를 딸아이편에 돌려냈더라구요
그봉투를 돌려받고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과하지만 않으면 감사의 표시이고 정표인데 요즘은 너무 심하게 취급하는것 같네요
ㅎㅎ 부형들도 민망하고 부끄럽다고 느끼시니 돈봉투는 없어져야겠지요ㅎ
나도 저~봉투사건 때는 초임시절이라 되 돌려줄 수없는 분위기라서 공개하고 학년주임에게 일임했지요
그후에도 여러번 촌지아닌 돈봉투때문에 고민한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서로 민망하지 않는 방식을 찿아 되돌려줬어요
어쨌든 이젠 시대도 변했고 서로 부담되는 병패가 됐으니 없어지는게 당연합니다. ㅎ
ㅋㅋ~~~
이자리가 과거 촌지에 대한 흑역사를 고백하는 자리가 되었네요..ㅎㅎ
구름정 선배님은 공소시효 만기가 지났지만 용순 후배님은 아직 -ing!!!ㅋㅋㅋ
세계 최강 치맛바람과 교육열을 자랑(?)하는 배달민족이니 어떤 제제를 하더라도 결국 하는사람은 하리라 봅니다..
풍선효과 밖에 없어요..
음성적으로 변해서 단위만 커지고 그만큼 받아야 할 댓가가 커지겠지요..
그래서 목후배님의 따뜻한 연탄표가 생각나는 촌지가 그립습니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랄 수있는 독일도 촌지는 있어요 집으로 초대한다던가 직접 만든 꽃다발 손수건같은걸 보내준대요
그러면 선생님은 반드시 학생들한테 누가 보내줬다고 공개한다고 합니다 금전이 오가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구름정 그렇지요.. 돈이 문젭니다..
요사이 매스컴에 등장하는 비리에 연루된 유명인사들이 흔히 하는말 돈을 받기는 하였으되 댓가성은 없다가
큰 문제지요..
뭐가 어디가 그렇게 이뻐서 댓가없는 거액의 돈을 자기에게 거저 준답디까..ㅎㅎㅎ
개도 웃을 일이지요.. 멍~멍~멍~~~
@맨날청춘(최상호)14 강남 모초등학교에서 돈봉투액수가 무려 천오백이었다니 주는 놈이나 받는놈이나 정신 나간 새끼들이잖아요ㅎ
하기사 방산비리에 비교하면 새발에 피긴 하지만그래도 높은 도덕율이 필요한 교사나 성직자들은자제해야합니다 ㅎ
사회생활의 최소한의 규범으로서 법은 존재해야할 터인데 이제 사소한 것까지 삼십쌘치 대나무 잣대를 갖구 재나가야할 세태가 된건 순전히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것,회사생활할 때 서류철에 끼워온 돈봉투를 두고 며칠 고심하다 결국 부서내 회식으로.... 그 때가 차라리 순수했던것 같습니다.....****
인간사에 정이오가는건 좋은일인데 과유불급이라 지나치다 보니 서로 자업자득에 자승자박들 하게 됐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