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참 오랫동안 벼르던 여행이다. 몇달동안 모임에서 곱씹고 곱씹었던 여행..그 덕에 가기전에 즐거움의 반은 이미 누린 듯^^
아줌마 11명이서 마치 쿠테타 일으키듯 가정을 박차고 나왔다. 니 떡 내 몰라라하는 맘으로(나만 그런건가?ㅋㅋ).
수능친 아들 딸을 둔 엄마도 다섯이나 되는데,정작 수능후 해방을 맞은 건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었다. 야호!
그 수다스러움이 어딜가랴..땅에서도 하늘에서도 이루어졌나니..ㅋㅋ
p.m.10:30(현지 시각)에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호텔로 가다 보니 탕롱다리라는 말그대로 롱다리가 있었는데,그 다리를 건너는 동안 LG광고판이 가로등마다 매달려 있었다. 약 200여개.
여기선 꽤나 알아주나 보다 싶어 우쭐했는데..여기 저기 한국어로 된 간판이 널려 있다.
호텔에 도착해서 방으로 올라가는데,우리 방엔 세명이 배정되었다.
내껀 두 개!!
11월 24일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을 두 여인네랑 함께 묵고 하룽베이로 이동을 위해 버스를 탔다.
조금 가다 보니 출근 시간인지 대단하다.
우리 나라와는 다른 풍경.
오토바이로 마라톤이라도 하는 건지...거리엔 온통 오토바이(여기선 그냥 `혼다'라고 부른댄다)다. 무섭게 몰려 온다. 절대 멈출 것 같지 않은 분위기...으악!!
거리의 건물들은 마치 초등학생이 그려놓은 그림같으다.
따닥따닥 붙은 폭좁은 집들,색바랜 페인트,자그마한 가게들....
앗! 그 순간 지나가는 경기대학교 버스..어머?? 바로 뒤엔 롯데 마그넷 버스..그러고 보니 우리가 탄 버스 앞문유리에도 자동문이라는 글씨가 그대로 쓰여 있다.
이것도 한류 열풍인가?
마치 한글이 대단한 계급장이라도 되는 듯 중고차를 수입해서 그대로 아니,그들에게 필요한 글씨를 추가로 적어서 다니나 보다.
그 옛날 우리도 그랬었었지. 영어로 써 놓으면 왠지 폼나는 듯한 그런 시절이 있었었지...
후진국의 비애(?)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
사방에서 몰려오는 오토바이땜에 무질서해 보이지만,그들 나름대로 질서가 있댄다.
그 곳에선 우리나라 쓰리아웃제처럼(똑같지는 않지만) 위반하면 면허증에 구멍을 뚫는데,그 구멍이 3개면 면허취소되고 재면허취득은 불가라니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 없지.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더라만...
드디어 하룽베이 도착..근데 여기선 그야말로 배타는 거 이외엔 할 게 없어 보였다.
하룽베이는 약 3000개 정도의 섬이 있어 파도가 밀려 오기엔 상당히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한 듯..그래서인지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여기도 섬..저기도 섬..무질서하게 한무더기씩 싸 놓은 응아같다..좀 심한가?
바다가 좀 지겨워질만 하니 잠시 내리랜다. 어디로?
그곳엔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수산시장인데,가재도 있고,조개도 있고,새우도 있고,그 비싼 다금바리도 있었다.
지난 봄 제주도에서 미친척(?)하고 1kg에 18만원하는 다금바리회를 먹었었는데,여기선 1kg에 30$이랜다. 우와!! 먹는 게 남는 거 맞제?
그리하여 우린 먹어치웠다. 다금바리회,새우,가재...등등..
배가 갑자기 멈추길래 밖을 보니,수상잡상인이다. 쥐똥만한 애기가 그 배위에서 맘대로 마구 돌아다니고...안빠질래나? 조마조마하다.
1$에 바나나 한 송이를 다준다. 우린 또 먹었다.
또 다른 배 하나가 다가온다.
한 꼬마가 손을 내밀며 외친다. "원달라!! 원달러!!"
불쌍하기도 하고 얼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우리도 조그만 배로 옮겨탔다.
섬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들어갈 모양인데,큰배는 들어갈 수가 없단다.
우린 작은 배를 타고 유일한 출입구인 Hang luon(일명 항문)으로 들어 갔다.
그곳은 왠만한 오페라극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울림이 좋았다.
그 핑계로 우리도 산타루치아도 불러 보고,반야심경도 외우고, 함께 다년간 연습(?)해 온 찬불가도 부르고...
난 그래도 우리나라 동강에서 본 풍경이 더 좋은 것 같다.
다시 큰 배로 이동..계속되는 바다풍경.
저멀리 목적지가 보인다.
그 많은 섬 중에 우리가 내려서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고,모래사장이 있는 유일한 섬으로도 유명하댄다. 띠톱섬.
이 섬은 띠톱이라는 러시아 우주비행사가 호치민의 초대로 여기에 왔다가 이섬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호치민에게 달라고 했다는데,...호치민의 대답이 걸작이다.
"주지는 못하겠고,가져 갈래면 가져가라." ㅎㅎ
베니스 상인 2편을 보는 듯^^
수영복입고 즐기고 있는 백인도 여럿 보인다.
부러버라~~
전망대까진 400여개의 계단이 있었다.
으악! 허나,김미영씨조차 그 옛날의 김미영이 아니라며 올라가는데,누가 포기하랴.
우린 기가 막힌 띠톱섬의 아름다움을 두눈에 가득 담고 내려 왔다.
배로 돌아가니,매운탕과 함께 점심이 나온다.
아까 먹었던 건 `참'이었나? 에궁.. 멀리까지 와서 뱃살 늘릴일은 없는디...그래도 안먹는다고 돈내주는 거 아니니까 묵자.^^-아줌마 생각-
실컨 먹고 ,바다 구경 실컨 하고..호텔로 갔는데,좀 쉬었다가 또 저녁먹으러 나오랜다.
그것도 삼겹살! 오호! 통재라!!
우짜라꼬??
일단 방으로 가서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를 하던지...
다들 편한 옷차림으로 한방에 모였다.
누군가가 그랬다. 유혜정씨한테.
"형님!! 꼭 포주 같애"
이어 뒤질세라,"야! 오늘 물 괜찮은 겨? 누가 젤 먼저 나갈껴?"
"많이 해 본 순서대로 가!(뭘? 밥을..ㅋㅋ)"
"아니,그건 연식보단 마일리지로 따져야지"-오늘의 명언 1
푸하하하핫...끄억끅...다들 뒤집어졌다.
근데,배는 좀 꺼졌남?
어쨌든 우린 궁시렁거리면서도 주는대로 삼겹살도 먹고(역시 아줌만 위대혀!),월남술도 맛보고,야시장도 구경하고,밤바다보며 산책도 하고...배불렀지만,좋은 밤이었다.
첫댓글 월남 구경을 다시 한번 더 갔다 온 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