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명상수필】
좋은 관계
―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서 좋아요.
윤승원 수필문학인
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 즐겁다. 행복하다. 그 사람이 매일같이 밥을 사고 술을 사는 것이 아닌데도 좋다.
좋은 관계란 편안한 관계다.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다. 이해관계가 없이 친숙한 관계다.
좋은 관계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마음이다. 물질적인 것을 주고받지 않아도 사랑하는 마음이다.
좋은 관계란 존중하는 마음이다. 따뜻한 인품에서 나온다. 더 나아가 서로의 장점을 칭찬해 주고 단점까지 이해해 주는 관계다.
좋은 사람은 가식 없이 진실한 사람이다. 두 개의 얼굴을 갖지 않은 사람이다.
좋은 관계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관계다. 때로는 연인과 같이 내 마음을 빼앗아가는 사람이다.
좋은 관계란 자기 가족에게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이다. 내 장점을 친구에게 말해 주는 사람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만든다.
좋은 관계를 통해 인연 맺고 살아가는 사람은 너그러운 사람이다. 인정을 베푸는 사람이다.
전화가 왔다. 건강하시냐고, 평안하시냐고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
또 카톡이 왔다. 요즘 어떤 즐거움으로 사느냐고, 건강관리는 특별히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주는 사람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 「좋은 관계」의 조건 - 일상의 작은 태도가 관계의 「온도」를 결정한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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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보통의 시민으로서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좋은 관계의 조건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나름대로 짚어본다.
거창한 희생보다는 일상의 작은 태도가 관계의 ‘온도’를 결정한다.
‘적당한 거리’라는 예의도 필요하다. 아무리 가까워도 상대의 사생활과 감정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다.
‘친하니까 다 알아야 한다’라는 생각보다, 상대가 말하지 않는 침묵까지 기다려주는 배려가 좋은 관계를 오래 지속시킨다.
비판보다는 ‘경청과 공감’이다. 해결책을 제시하려 애쓰기보다 “그랬구나, 힘들었겠다”라는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된다.
내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진정한 좋은 관계가 시작된다.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도 좋은 관계의 조건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처럼, 사소한 도움이나 배려에도 “고마워”라고 표현하는 습관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이다.
고마움의 표현은 상대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결국 ‘좋은 관계’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말처럼, 오늘 내가 만난 사람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이웃인가.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친구인가.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며 자칫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짚어본다.
좋은 관계의 ‘온도’에 대해 수치가 내려갔는지 분수에 넘치지는 않았는지, 내 안의 ‘성찰 체온계’ 눈금을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
▣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좋은 관계」는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명상적 성찰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본질을 간명하게 짚어내는 철학적 사유를 품고 있습니다. 읽는 동안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서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평범함’이 독자의 마음을 깊이 끌어당깁니다. 그것이 이 작품이 지닌 문학적 힘입니다. 먼저 이 수필의 문학적 매력은 반복과 점층의 리듬에 있습니다. “좋은 관계란…”으로 이어지는 문장들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관계의 본질을 한 꺼풀씩 벗겨가며 점점 깊은 층위로 독자를 이끕니다. 처음에는 ‘편안함’과 ‘부담 없음’에서 출발하여, 점차 ‘존중’, ‘이해’, ‘진실성’, 그리고 마침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관계’라는 핵심 명제로 수렴됩니다. 이 구조는 마치 잔잔한 물결이 점차 넓어지며 퍼져나가는 듯한 명상적 울림을 형성합니다. 철학적 측면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관계를 ‘소유’가 아닌 ‘방향’으로 정의한 통찰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관계를 가까움의 정도, 즉 ‘얼마나 자주 만나고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누는가’로 측정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 글은 그것을 뒤집어,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관계를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며, 매우 성숙한 인간 이해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 작품에는 ‘관계의 온도’와 ‘성찰 체온계’라는 은유가 등장합니다. 이는 추상적인 인간관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관계에도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고, 그것을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자기 성찰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문학적 표현이 철학적 사유와 결합된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명상수필이 제시하는 ‘좋은 관계의 조건’은 결코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상 속 작은 태도에 집중합니다. 가령,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경청과 공감, 친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적당한 거리, 사소한 배려에도 표현하는 감사의 습관, 말하지 않는 마음까지 기다려주는 침묵의 존중 등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지만 쉽게 놓치기 쉬운 덕목들입니다. 특히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통찰을 자연스럽게 끌어와, 관계의 타성에 대한 경계를 일깨우는 대목은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경고로 다가옵니다. 이는 인간관계가 무너지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생활철학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나’에서 ‘우리’로 확장되는 시선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필자는 “나는 어떤 이웃인가, 어떤 친구인가”를 묻습니다. 이는 관계의 기준을 타인에게 두지 않고, 스스로에게 돌리는 태도입니다.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윤리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결국 이 명상수필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좋은 관계란 특별한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배려와 성찰을 쌓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읽고 나면 마음이 조용히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오늘 내가 스쳐 지나온 사람들의 얼굴, 그들의 말투, 그리고 나의 태도까지. 이 작품은 단순한 ‘관계의 설명’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살아 있는 명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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