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시인이 『오늘만 져 준다』에 이어 두 번째 동시집 『이름을 불러줘』를 세상에 내놓았다. 2019년에 첫 시집을 출간했으니, 5년 만이다. 첫 동시집의 머리글에서 시인은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이나 이야기를 주워 동시를 쓴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시인은 여전히 그와 같은 방법으로 동시를 쓰고 있는 듯하다. 이번에 발표한 시들도 어김없이 어린이의 마음을 익살스럽게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동시의 첫 번째 독자는 어린이다. 그러므로 동시에 무엇을 담던지 어린이가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김진숙 시인은 그 요건을 잘 지키고 있다.
목차
제 1 부 내 친구도 투명 인간?
귀밑 30센티│반 배정하는 날│앵무새 죽이기│공부 증명서│내 친구도 투명 인간? 수수께끼│춤│내 짝│요즘 마스크│교실 탐험│갑자기 비 온 날│별명이 달라지겠다
제 2 부 즐거운 등교 시간
4학년 3반이 추위를 이기는 방법│겁나│도라에몽 주머니│물병 연주회│그렇긴 하지 나는 위인의 딸│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피자│이상한 칭찬│자석 달린 책 이름을 불러줘│지우개 세 개의 쓸모│즐거운 등교 시간│특별반 강지훈 제 3 부 내 발은 고릴라
우리 집 앵무새│별일│사과를 따지 않은 까닭│가족 여행│우리 집 소방차 할머니 퇴원 날│저녁 운동│지구 열화 시대│우리 할머니│하고 싶은 말 내 발은 고릴라│로드킬
제 4 부 경고! 까치에게
존댓말│딸기│봄꽃 찾기│숙제│냉이│경고! 까치에게│릴레이 선물 딱밭골 가는 길│베개 박물관에서│겅중겅중│책 읽기│배롱나무│딱 하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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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진숙
경남 고성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2012년 창주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2018년 고성 설화를 바탕으로 쓴 동화 두 편이 ‘구쁘다 이야기 열 조각’(공저)에 실렸습니다. 2019년 부산 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자로 선정되어 첫 동시집 『오늘만 져 준다』를 냈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들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하며 동시와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실내화를 갈아 신는데 지우가 소리쳤다
-도원이 양말 빵꾸났다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구경왔다
뒤꿈치를 쓰윽 내밀었다 친구들이 와아아 웃었다
-「즐거운 등교 시간」전문
눈앞에 즐거운 등교 시간의 모습이 환하게 펼쳐진다. 아울러 마음까지 즐겁고 따듯해진다. 빵꾸난 양말을 신으면 으레 부끄러워 숨기 일쑤인데,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도원이 양말 빵꾸났다”고 지우가 소리치는 바람에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구경”하러 나온다. 도원이는 얼굴이 빨개지거나 부끄러워서 슬쩍 숨는 대신 오히려 “뒤꿈치를 쓰윽 내”민다. 그러자 “친구들이 와아아 웃”는다. 이보다 재밌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을까? 사이좋게 지내라든지, 따돌림하면 나쁜 짓이라든지 말할 필요 없이, 그저 이 시 한 편을 주면 저절로 아이들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것 같다.
시인은 아이들이 겪으면서 느끼는 순간을 포착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시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비 오는 날 우산 하나를 친구들과 함께 쓰고 가다가 홀로 남게 되자, 빗소리가 “따다닥따다닥” 유난히 크게 들리는 이유는 (「갑자기 비 온 날」) 어느새 자기 마음에 친구들이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리라. 평상시에 몰랐던 그것이 감동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아이들은 마음의 키를 훌쩍 키우게 될 것이다. 이로써 이 시집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는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게 된다. 따듯한 이야기가 편편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시인이 손짓한다. “얘들아, 동시의 뜨락에서 함께 놀자!”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