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입동기
나는 올해 41세의 만학도이다.그런데 오래전부터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여러 여건상 쉽지가 않았다.1남1녀의 자녀를 두고,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41세의 나이에 대학교를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하던 일이 뜻대로 잘 되지않아서, 낙심가운데 자포자기하며 한동안 지냈다.매사에 자신감이 떨어졌고 삶이 무기력해졌다. 이러할 즈음에, 쉽지않은 결심을 하고 방송통신대학의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하기로 했다.방통대 원서접수에 필요한 서류를 떼러 전적대학에 가서,혹시 전적대학도 편입모집하는지 물어보니,모집한다고 해서 자신감은 별로 없었지만 시험을 준비하고자 결심했다.근데,문제는 시기였다.그 때가 아마11월,그러니까 편입시험 약2개월 전이었다.2개월 만에 영어와 전공의 두 과목을 공부해야만 했다.그러면서,정보를 얻으려고,대구의모 편입학원을 방문하였는데,서울에는 소위 탑7대학이라는게 있다는 말을 처음으로 들었다.그 대학들은,물론 자신은 없었고,그냥 시험치는데 의의를 두고,어차피 공부하는데,시험을 함께 보기로 생각했다.학원 수강은 여러 여건상 곤란하여 그냥 독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의 소위 탑7대학 중, 중앙대는 접수 마감시간을 놓쳐서 못했고,한양대는 국어시험 때문에 못했고,고려대는 솔직히 한동안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 2개월 준비해서 치는게 너무 무모하게 생각되어서 그냥 접수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하면 사람일이란 알 수 없으니 한 번 쳐볼 걸 하는 후회도 된다.)그래서,접수한 대학은 경북대영문과,부산대영문과,서강대영미어문,한국외대영어과,성균관대영문과,경희대영문과,서울시립대영문과,방통대영문과 등이었다.
내가 대구에 살았기에,물론 이중 제1의 목표는 경북대이고,나머진 그냥 시험이라도 한 번 쳐보자는 그런 심정이었다.
2.공부방법 및 교재
나이도 많고,내가 그때까지 하던 일의 성격상,영어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일이었으므로 영어공부는 안한지도 꽤 오랜 세월이 지난 상태였다.
오랜만에 공부한다는 것,나이가 40이 넘어서 공부한다는 것,결코 쉽지가 않았다.(초기에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공부하는게 힘들었다.) 집중력과 기억력 등에서 난조를 보였고,책상에 장시간 않아있는 자체가 쉽지 않았다 .33,000의 어휘수준도 만만치 않았다.그래서 한동안은 애를 먹었다.약 보름정도 지나니 서서히 조금씩 공부가 적응이 되어갔고,집중력도 조금씩 호전되었다.
경북대,부산대는 영어와 전공의 두 과목 시험이 있었기에 두 달 동안 공부하면서,그 중 절반은 전공공부에 할애해야만 하였다.그래서 엄밀히 따지면,순수한 영어공부는 한 달 정도 한 셈이 되는 것 같다.전공공부는 부산대교수님이 쓰신 영문학책과,그리고,얼마전에 영어 임용고시를 합격한 누나로부터 받은 임용고시 영어학책으로 공부했다.
우선,제1순위 희망이었던 경북대의 기출문제를 풀어보았다.그래서,시험의 난이도와 현재의 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공부방법은 주로 먼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서 실천하는 것이었다.
어휘는 먼저,고교능률 보케뷸러리로 기본어휘를 다지고,보카22,000을 봤다.이어서,우연히 헌 책방에 들러서 33,000교재를 하나 싸게 구입했는데,나중에 알고보니,그게 그렇게 유명한 엠디33,000이었다.
문법은 대입수능 대비용 문법교재로 핵심사항 위주로 정리했다.
독해는 김영에서 나온 ‘편입시험에 잘 나오는 독해’란 교재로 공부했다.
영어순해도 조금 보았다.영어순해책에 좋은 문장이 하나 있어 내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되었다.“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최선을 다한 사람들이지,그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 사람들이 아니다.”란 문장이었다.나도 여러 가지 악조건이 있었으나(나이,독학,짦은 준비기간 등등)그냥,현재의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했다.
준비기간이 너무 짦았고,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어서,중간에,포기할까,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 등이 있었는데,위의 말을 되새기면서,열심히 공부했다.
3.최종시험결과
나의 최종시험결과는 대충 이러했다.
서강대 영미어문: --불합격(약2명정도 모집한 것 같음)
한국외대영어과: ---합격
성균관대 영문과: --합격
경희대 영문과: --합격
서울시립대 영문과:--합격
경북대 영문과:--합격
부산대 영문과:--합격
방통대영문과:서류전형만 있음--합격
서강대 시험은 어렵지는 않았는데,전날 2-3시간 자고 콘디션 조절에 난조가 보여,잘 치지 못한 것 같다.
인터넷으로 보았던,발표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그 감동과 기쁨은 아마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합격’이란 두 글자 앞에서 나 자신도 깜짝놀랐고,믿기지 않았고,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이 중 어디를 가야할지 행복한(?)고민을 하다가 약20년 전에 나의 꿈이었던 한국외대 영어과를 선택했다. 합격보다 더 소중한 건, 침체되고 자포자기 상태에 있던 저의 삶에,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활력’을 되찾은 것이었습니다.
4.편입이후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지 염려가 되었다. 그런데,첫 학기 성적은 의외로 4.05/4.5가 나와서 성적우수 장학금까지 받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 편입생들은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고, 대부분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재학생들과도 잘 지내고,그리고 재학생들이 편입생들을 무시하는가라는 문제는 잘은 몰라도,적어도 내가 느끼는 바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5.후기
저의 어머님은 나이가,71세이십니다.또한 뇌졸중으로 여러차례 쓰러지셨고,지금은 호전이 되었으나,아직 치료중이십니다.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제가 합격한 걸 가장 기뻐하신분이 바로 저의 어머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그리고,당신도 환자이신데도,부족한 이 아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시는 저의 어머니.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공부하느라,가장으로서,남편으로서,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힘든 가운데서,잘 인내해주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나에게,이렇게 좋은 학교에서,좋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끝가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본받겠습니다. ^^
대단하세요~~
대단하세요. 이번에 저희 어머님도 저희 대학에 입학 하십니다. 두분다 멋지세요. 화이팅..
정말 넘 부럽네여..저도 열심히 해야겠어여..축하드립니다.
두달만에..이야..
대단해요ㅕ~!!!!!!!!!ㅠㅠ멋집니다
진짜 감동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