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김문수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한데 대해 노동계와 전문가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김문수가 최근까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극우적 발언을 해 온 탓에, 노동계·재계와 소통하며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나가기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한다.
김문수는 한 때 선진적 노동운동가였다. 그가 김영삼의 눈에 들어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부천에서 출마를 하려고 나에게 자기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서 만났을 때 마침 지하철노조의 파업 문제가 대두될 때였다.
나와 대화 중에 누군가의 전화를 받더니 "이번에는 정부가 강경하니 신중하게 했으면 좋겠다. 중간에서 자기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고 위에다 말을 했다"고 했다. 나는 본의 아니게 옆에서 그의 대화를 들으면서 '이 사람의 역할이 불을 지르는 입장에서 불을 끄는 입장으로 바뀌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김문수의 입장을 보면서 나는 철학에 나오는 ‘즉자적 존재와 대자적 존재’라는 말이 떠올랐다.
즉자적(卽自的)이라는 말은 자기 자신에 매몰되어 전혀 객관적이지 못한 것을 말한다. 대자적 태도는 이와 반대로 주관인 자기 자신까지도 객관화하여 반성하고 관찰하는 태도이다.
인간이 성숙하려면 즉자적 존재에서 대자적 존재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문수는 대자적 존재에서 즉자적 존재로 전환된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철저히 주관적으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존재로 변한 것이다. 인간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내가 김문수를 다시 만난 것은 10년 전이었다. 한국에 와서 ‘두 개의 문’이 상영되는 광화문 인디페이스 극장 커피숍에서 시드니 상영을 위하여 두 감독, 제작 PD, 배급책임자와 회의를 하고 있었다. 문 쪽을 향해서 앉아 있던 홍 감독이 갑자기 “어? 김문수씨가 오네?‘해서 뒤를 돌아다보았더니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수행원들과 함께 들어와서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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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서 ”어이! 김문수 ! 김문수 !“ 하면서 그를 쫒아갔다. 다행히도 김 지사나 수행원들은 내가 무례하게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그냥 올라갔다. 내가 다가가서 김 지사의 어깨를 ’툭‘ 치니까 뒤를 돌아다 보았지만 순간적으로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기야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94년 내 출판기념회였으니 갑자기 나타난 나를 알아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손을 잡고 ”나 지성수 목사요.“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알아차리고 ”아니? 어떻게 된 일이요?“ 하더니 정치인답게 명함부터 꺼내 밀었다. 순간적으로 나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서 ”나 호주 갔잖아? 이리 와 봐요.“ 하고 김 지사를 우리 일행들이 있는 자리로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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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를 보고 일어선 일행들을 소개하려고 김 지사에게 ”두 개의 문 알지요?“ 했더니 김 지사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하고 ”문은 여러 개 있잖아요?“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아니? 대권 후보라는 사람이 '두개의 문'을 몰라?"라고 말을 했지만
그제서야 그가 영화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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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내가 알고 있었던 김 문수가 아니었던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20 년만에 갑자기 나타나서 독립영화 이야기를 불쑥 꺼낸 내가 비정상이지 현직 경기도 지사인 그가 비정상이 아닌 것이다.
더 이상 이야기 할 것이 없다고 판단이 되어서 ”만났으니 사진이나 하나 찍읍시다.“ 하고 홍 감독에게 핸드폰으로 사진 한 장 찍어 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어차피 우리는 같은 길을 갈 사람이 아니니까. 다시 만날 일도 없고.
24김범호, 정인조, 외 2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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