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저희 아이는 유예를 깊이 고민하다가
결국 제 나이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게 말씀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이 정신연령이 5~6세 수준이라
힘든 점도 있지만
반친구들과도 사이 좋게 잘 지내고
담임선생님과도 사이가 좋아서 사소한 이야기까지도
선생님 앞에서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2년 정도 유예를 했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복잡한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교장선생님 말씀은 항상 옳았는데 저희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ㅠㅠ
저희 아이는 동화책을 300권(총900권)이상 읽었고
학교 입학 후 국어교과서를 서점에서 따로 또 구입을 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1학년1학기 국어교과서가 3권인데
그 중 1권은 이미 끝냈습니다.
교과서에 꽤 어려운 글자들도 많지만
우리 아이가 모르는 글자는 단 하나도 없고
동화책을 읽을 때는 조금씩 버벅대기도 하지만
교과서를 읽을 때는 전혀 버벅대지 않고
아주아주 잘 읽고 있어요.
그리고 3월부터 받아쓰기도 연습하고 있는데
처음엔 조금 힘들었지만
4월 들어와서는 받아쓰기 실력도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글자도 5번만 연습하면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고
연습하지 않았던 글자도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글자를 외워서 쓰는게 아니라
한글원리를 알아서 글자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한글을 알고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받아쓰기는 급하게 하지 않고 있어요.
천천히 가고 있어요.
저희 아이 반에 한글을 전혀 모르고 입학해서
나머지 공부하는 아이들이 몇 명 있어요.
그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교장선생님을 알게 된건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평범한 지능을 가진 아이들도 저렇게 글도 모르고 학교 오는데
그 아이들보다 훨씬 떨어진 우리 아이는
한글을 알고 입학 했으니까요.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고 뒤돌아가버렸을 때
다시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아이는 과연 6학년때도 한글을 읽을 수 있었을까
말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아찔한 마음이 듭니다.
저희 아이는 작년 봄, 교장선생님을 알기 전
발달검사에서 지적3급 수준으로 나왔지만
턱걸이로 3급이라서 2급도 해당이 된다고 했어요.
지적장애 2급 지능은 검색해 보시면
알겠지만..
상처의 점수...
교장선생님은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지만
이런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점수에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네요.
놀이치료, 언어치료, 학습지, 태권도, 수영, 여행 다 다니면서
죽어라 노력했는데
마치 부모의 무관심으로 아이가 저렇다는 듯한 눈빛의 임상심리사와
저능아라는 눈빛으로 저와 아이를 쳐다보던
소아정신과 의사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다른 병원도 갔었지만
거기는 젊은 의사가 더 *씹은 표정으로
아이를 바보천지 취급을 하더군요.
한글을 배우고
법적효력이 있다는 웩슬러로 다시 검사를 했는데
아이의 지능이 20점 가까이 올라서
지금은 경계선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때 예상되는 지능은
평균하(81점) 라고 하구요.
서울대생의 3분의1이
지능 90점대임을 생각했을 때
지적장애 2급, 3급 소리 듣던 아이가
'평균하'이든 말든 평균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발달검사 결과지를 보면서
임상심리사가
'참 흔치 않은 경우' 라고 말을 했어요.
타고난 지능은 매우낮음이고
하위 0.3프로도 아닌 0.03프로 인데
후천적인 지능과
잠재지능이 '매우높음"이었고
이런 겨우 학습환경적 여건이 적절하게 조성되어 있거나
본인에게 효과적인 교수방법이나 학습방향이
적절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본인의 학습동기나 부모의 교육열 등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기대된다. 라고
적혀 있는데
그 밑에 과잉학습의 우려 또는 지나친 강요에 의한 학습을 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글도 같이 적혀있습니다. 타고난 지능이 낮은 아이의 후천적 지능이 높으니
병원에서 생각하는건 그런 것 밖에 없나봅니다.
나올 수 없는 잠재 지능이 나왔다고 하지를 않나...
그나마 임상심리사는 그렇게라도 말을 하지
의사는 아이의 가능성을 완전 뭉개는 말 한 마디
"타고난 지능이 중요하지 잠재지능은 의미가 없다"
병원이란 그런 곳이더군요.
부모를 포기하게 만드는 곳...
처음 교장선생님과 통화 했을 때
못해요..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가 7개월 뒤에 책을 읽는다구요?
안될 것 같은데요..
우리 아이는 안돼요..
교장선생님, 우리 아이는 말을 못해요. 단어로도 말 못해요.
그런데 어떻게 글을 읽어요?
한글 알려면 2~3년 걸릴 것 같아요. 기대하지 마세요.
못할 것 같은데...
아... 안될 것 같은데...
교장선생님이 말할 기회를 주실 때마다
항상 저런 소리만 내뱉고, 그러다가 혼나기도 하고..
혼날 것 같고 그러니까 나중엔 그냥 네, 할 수 있어요.
될 것 같아요. 잘해요. 이런 맘에도 없는 말을 했었는데
정말 120일만에.. 그 정도만에.. 그러니까 6돌 지나고(7살 생일) 얼마후
콩쥐팥쥐 통과 했네요.
동화책 들어갔을 때는 정말
또 한 번 좌절했습니다. 자기 멋대로 읽고
다 틀리고... 분명히 아는 글자인데 대충 읽고..
100권(300권)까지 그렇게 읽는거 보면서
속은 타 들어갔지만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주고 안아주고
선물 사주고... 맘 같아선 기껏 한글 가르쳐줬는데 그 딴식으로
읽을래!!! 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애써 웃으며 잘했다고 하니까
아이가 저를 보면서 "엄마? 왜 그래? 엄마 표정이 이상해! 엄마 울어? 웃는거야?" 이런
말을 할 정도로 표정관리 안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200권(600권)방에 들어왔을 때는
꽤, 굉장히, 무척 잘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300권방(900권) 들어가서는
너무 잘 읽어서 이젠 다 끝났다.. 라는 생각에까지 이를 정도로
꽤 맘에 들게 잘 읽었고
도움반 선생님이 아이 책 읽는거 보고
"어머니... 도움반에서 공부 안해도 될 것 같은데요..
가르칠게 없는데요.. 또래보다 더 잘 읽는데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도움반에서 공부하려고
의사에게 저능아 눈빛 받으면서 병원검사까지 해서
교육청에 서류제출 했었는데
도움반에서 안해도 될 것 같다고...
1학년1학기 국어교과서 3권을 훑어보면
아이가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정말 1학년땐 일단 도움반에서
국어수업을 진짜로 안해도 되겠더라구요.
집에서 국어교과서로 공부를 하는데
아이는 쉬워.. 쉬워.. 너~~~무 쉬워... 너무 쉬우니까 짜증난다.
하기 싫다.. 다 아는건데... 왜 이렇게 쉽지? 계속 이런 말만 해서
요즘은 받아쓰기만 조금씩 하고 있어요.
아이가 한글을 안다는 것도 놀랍지만
저렇게 말을 한다는 것이 저는 더 놀랍네요.
작년 7월 교장선생님 알기 전까지만 해도
단어로도 거의 말 못 했으니까요.
수학은 놀이수학으로 하고 있는데
아이만의 속도로.. 1학년 마칠 때까지
1학년 과정까지는 무난히, 또는
조금 힘들게...? 이해 할 수 있을만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카페에 있는 땡땡이수학도
나중에 프린트 해서 같이 해보려구요.
나중에 3학년때 영어하게 되면
그때 또 교장선생님께 공부방법 배우고 싶어요.
다른 아이들은 벌써부터 영어하는 아이도 있지만
저희 아이는 용량초과 일 것 같아서 아직은 무리가 있을 것 같아요ㅠㅠ
항상 매일 교장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요.
아이 학교 입학 하고나서부터
한글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걸
너무 절실히 느끼게 되네요.
1학기 받아쓰기 급수표를 보면
연습하면 100점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받아쓰기를 생각보다 의외로.. 꽤 잘해요.
학교 입학하고 아이 학교 교장선생님이
동화책 그림도 없이 빡빡하게 적어서 책으로 만들어서 주셨어요..
읽고 옆에다 느낌점이랑 동화책 내용 적으라는 숙제를
많이 내주셔서
아이가 지금 완전히.. 책에 질려버린 상황이네요ㅠㅠ
좋아하는 만화책도 안보는 부작용이... ㅠㅠ
그래도 학교에선 자율독서 시간에 매일 책 한 권씩
꼭 읽는다고는 하네요.
자음, 모음부터 가르치라고 하는데
교과서도 그렇게 나와있는데
아이 학교교장선생님이 만들어서 주신 책은 그냥 한글 읽기, 쓰기가 완벽한
아이들만 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이건 아이 숙제가 아니라
엄마숙제가 되어버렸네요... ㅠㅠ
그래서 그 숙제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조금씩 하고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은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마치면 받아쓰기 조금하고
놀이 수학 하는 날엔 또 40분 수업하고..
그 외엔 안하고 있어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매일 놀다가 8시 되면
잠을 자네요.
그래도 1학년 과정은 일단 무난하게, 또는
약간 힘들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교장선생님 카페에
시계 보는 법, 땡땡이 수학, 영어자료 보면
아이공부 크게 걱정 안됩니다.
지금 당장 그 공부는 할 수 없겠지만
나중에 그 자료로 아이가 영어도 배우고
시계 보는 법도 배우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든든해요^^
교장선생님이 아직 교육현장에 계셨으면.. 그래서
우리 아이가 그 학교를 다닐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꿈을 꾸네요...
김영생 교장선생님,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