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살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마을이 있다. 군사력이 강해서 다른 나라가 얕보지 않는 나라, 돈이 많아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나라, 도둑과 강도가 없어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 등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나라를 꿈꾼다. 하지만 나의 꿈은 소박하다. 군사력이 강한 나라, 경제력이 있는 잘 사는 나라처럼 그리 거창 하지 않다. 나는 그냥 ‘장수풍뎅이 가족처럼 가족들 끼리 행복하게 사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무더운 작년 여름 방학 때였다. 방학이 하루하루 지루하게 느껴질 쯤 이었다. 우리 집 뒷산에서는 매미들이 ‘맴맴’ 여름을 노래하고 있었다. 집을 계속 지키기에는 너무 심심했던 나는 ‘장수풍뎅이를 잡으러 갈까?’ 아니면 ‘멱을 감으러 갈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때 마침 우리 집에 놀러 온 6학년 대호 형과 함께 일림산으로 장수풍뎅이를 잡으러 가기로 했다. 걸어서 5분 거리인 일림산, 오늘 따라 그 곳에 가는 길이 길게만 느껴졌다. 햇볕은 따갑고 후텁지근하였다. 숲속에서는 매미들이 ‘맴맴’ 여름을 노래했다. 논에는 벼들이 무더위에 지친 탓인지 쭉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일림산에는 상수리 나무가 꽤나 많다. 그 상수리 나무의 갈라진 틈 사이에는 이름 모를 곤충과 벌레들이 많았다. 그 때였다. 저쪽에서 대호 형 목소리가 들렸다.
“순호야, 찾았다!”
“뭐, 형?”
“장수풍뎅이 말이야.”
장수풍뎅이 가족이었다. 큰 놈 두 마리와 작은 놈 한 마리가 있었는데 아마도 그들은 한 가족인가 보다. 머리에 긴 뿔이 난 녀석이 수컷이다. 그 수컷이 아빠인가 보다. 못생긴 상수리 나무 껍질에 앉아 무엇인가 열심히 빨아 먹고 있었다. 장수풍뎅이를 곁에 두고 오랫동안 보고 싶던 나는 대호 형에게
“형, 우리 이거 잡아가자.”
“그럴까?”
대호 형은 내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형은
“순호야, 가족들끼리 행복하게 살게 그냥 놔주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아빠,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어린 장수풍뎅이가 부럽기만 하였다.
나는 우리나라에 장수풍뎅이 같은 가족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가 계셔서 한 나무에서 수액을 빨 듯, 한 밥상에서 함께 밥 먹고 TV도 함께 볼 수 있는 그런 가족. 그래서 가끔 어리광도 부리고 가끔 반찬 투정도 해보고……. 그러면 못이기는 척 어리광도 투정도 받아주는 그런 우리 가족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 그리고 나 또한 더 행복해질 텐데 말이다. 나는 그냥 ‘장수풍뎅이 가족처럼 가족들 끼리 행복하게 사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첫댓글 아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