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역전 무료급식 봉사를 마지막으로 하던 때가 언제였더라?
아주 오랫만에 가는지라 심지어는 역전 무료급식소 들어가는 길목이 여긴가 저긴가 감이 안잡혀.
무료급식을 받아드시는 어르신들이 틀림없을터.
눈에 보이는 구 역전 공터에서 모달불을 피워놓고 오종종 모여있는 노인들한테 일단 아는 길도묻고 갈 일이었다.
무료 급식은 뒷전이고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이발 봉사 하시는 분이 노인들의 머리를 다듬고 있는 풍경이 하도 정다워
사진을 한 방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입을 삐죽 내밀고 시큰둥 하다.
아마 이거 한장이면 지구상 인류에게 우는 얼굴도 웃게 하겠지 싶어 어젯밤 손님에게 온갖 간살을 떨어
타냈던 팁.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흔들며서 할아버지 성금함에 넣었더니 이발사는 물론이고
머리를 깍던 할아버지 입과 눈이 동시에 귀에 걸리며 열번이고 백번이고 막 찍으란다.
그리고 무료급식소 가는 길을 친절해도 너무 친절하게 알려준다.
혹시주차를 하다가 어디 부닫치지나 않을까 딱 봐도 마구 허둥대며 정신사나워 보이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히 보인다.
그 돈 만원의 화력이 양철통에 활활타오르는 모닥불 보다도 따땃 시럽다.
내가 노린것이 이 느낌이다.
내가 사진 한방에 돈 만원 주고 찍을만치 언제 부터 찍사정신이 투절했던가?
무료급식소 안에 들어서니 이미 와 있는 세노야 봉사자들이 분주한 손놀림이다.
350명 가량의 급식을 일년 열 두 달 매일같이 여러 단체에서 겨끔내기로 해낸다니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오전 10시 40분 부터 배식을 시작하기에 수많은.대개가 노인들로 구성된 급식자들은 습관된 규칙으로
조용하게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
검은 쌀을 섞은 쌀밥
들깨된장 시래기국.
감자돼지고기 볶음.
사과.감자.오이에 마요네스를 버무린 셀러드.
김치,
드디어 카운트 다운.
일사분란 척척 진행이 된다.
열시 40분에 시작된 급식이 한시간 정도가 흘러 마무리가 되었다.
척 보면 한끼 무료 급식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분의 식판에는 밥을 두배로 퍼담아 줄것을
요구한다.
가슴이 아파지면서 눈물이 날라고 했다.
우리 길똥씨도 좀 더 오래오래 살아서 이렇게 맛있는 무료급식좀 받아 먹고 살다간단 말이지.....
첫댓글 어르신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드리는
따뜻한 마녀님
아마 어르신들은 밥보다
그 손길이 더 좋았더랍니다
고운 마음 감사 드려요
마녀님 오늘도 해피데이
아마~~내마음한구석~~! 모두 같진않지만...제맘같은 언니글 읽으며~
모자란 내맘 생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