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으로 시작되는 순위, 각종 기사에서 자주 접해보셨을 겁니다. 포브스는 B.C. 포브스가 1917년 설립한 미국의 출판·미디어 기업으로, 격주로 발행되는 경제지 <포브스>로 잘 알려져 있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포브스>는 각종 순위 리스트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포브스>의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전 세계 벤처 투자자 톱 100,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창업자 등 각 분야에서 정상을 다투는 사람들의 목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출처 - 포브스 |
세계적으로 한국의 경제적·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포브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한국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에 발표한 순위 목록에도 다수의 한국인이 포함되었죠. 오늘은 그 목록에 오른 4명의 한국인 여성들 중, 3명의 공통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
지난 3월 5일, <포브스>는 2019 세계 억만장자 2,153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이 리스트에는 자산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295억 원) 이상의 세계 부호들의 이름이 올랐죠. 올해의 1위는 1310억 달러를 보유한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차지했고, 965억 달러 자산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출처 - 공공뉴스/ 타이쿤뉴스 |
한국인으로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역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입니다. 169억 달러의 재산으로 65위에 이름을 올렸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81억 달러로 181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9억 달러로 215위에 올랐습니다.
매년 발표되는 이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여성 부호가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2010년 91명에 그친 여성 억만장자는 올해 243명으로 늘어났죠. 이 중에는 물론 한국의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그리고 최기원 SK 행복 나눔 재단 이사장 이렇게 4명의 여성이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네요.
삼성가의 여성들
올해 억만장자 리스트에 포함된 4명의 한국 여성 중 세 명은 삼성가의 일원입니다. 한국 여성 중 1위, 전체에서 1281위를 차지한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로 총 18억 달러(한화 2조 334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부호 1,349위를 차지한 이서현 이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이자 이부진 사장의 동생이죠. 실적 부진으로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녀의 보유 자산은 17억 달러(한화 약 1조 9천억 원)입니다.
세계 부호 1,425위, 한국인 여성 중 3위를 차지한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은 이부진, 이서현 자매의 고모입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로, 이건희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이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어머니죠. 고 이병철 회장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자산은 16억 달러(한화 약 1조 8천억 원)입니다.
아티스트 DNA
이 세 명의 여성 부호들에게는 삼성가라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술을 공부한 이력인데요. 이명희 회장은 이화여자대학교 미대를 졸업했고, 이부진·이서현 자매는 흔히 '예원예중'이라 불리는 예원학교 미술과를 거쳤죠. 이부진 사장은 이후 대원외고 프랑스어과를 거쳐 연세대 아동학과로 진학하지만, 동생 이서현 이사장은 서울예고 미술과 졸업 후 파슨스 디자인 스쿨로 유학을 떠나며 미술적 재능을 계속 개발합니다.
일관성 있는 학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티스트 DNA를 사업을 통해 가장 많이 발휘한 것은 이서현 이사장입니다. 미국 패션디자이너 협회의 위원이기도 했던 그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이전부터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사장으로 활약했습니다. 작년 12월부터는 삼성물산의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직함을 새로이 달았죠. 올 1월부터는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직도 겸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인사이트 |
결혼 후 가정주부로 지내던 이명희 회장은 1979년, 아버지 고 이병철 회장의 권유로 신세계 그룹의 경영에 나섰는데요. 1997년에 신세계 그룹이 삼성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면서 전문경영인에게 본격적인 경영을 넘기지만 신세계 본점 재개발 사업, 신규 백화점 진출, 명품 브랜드 유치 등 특유의 뛰어난 감각으로 신세계 그룹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이부진 사장은 세 명의 여성 중 가장 <포브스>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번 억만장자 리스트에 앞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순위에 들었던 그는 순수 국내 브랜드 호텔로는 처음으로 신라호텔을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선정 5성 호텔에 진입시키기도 했죠. 그의 고급스러운 취향은 패션 스타일에도 그대로 묻어나는데요. 블랙, 화이트, 베이지 등의 한정된 컬러 안에서 다양한 소재로 변화를 주는 그의 룩은 '재계 여성 패션 스타일의 정석'이라 불릴만합니다.
한 동네 주민
출처 - 비즈한국 |
이명희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에게는 용산구에 자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사실 용산구 한남동·이태원동 주택은 이 세 사람뿐만 아니라 삼성가 구성원의 대부분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삼성 총수 일가로 인해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의 땅값이 뛰었다"고 말할 정도인데요.
출처 - 조선일보 |
우선 이명희 회장이 용산구 한남동에 보유한 주택은 대지면적 1758.9㎡에 연면적 2861㎡, 가격 270억 원으로 4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표준 주택'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용산구 이태원동에 각각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이 주택들의 공시가격은 각각 83억 5천만 원, 그리고 99억 원입니다. 용산구 일대에 포진해 있는 삼성가 보유 주택들을 통틀어 '삼성가족타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 주택들의 공시가격을 모두 합치면 총 1342억여 원에 달할 것이라네요.
지금까지 포브스 선정 2019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삼성가 여성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삼성 가는 2~3세대로 내려오면서 여성의 경영참여 비중이 늘어났죠. 시대가 달라졌으니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사고로 친아들을 잃자 딸이 둘이나 있음에도 경영권 승계를 위해 동생의 아들을 입양한 고 구본무 LG 회장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삼성물산의 패션사업에서 손을 뗀 이서현 이사장의 경영인으로서 다음 행보는 무엇일지, 전공을 살려 리움의 관장 자리를 이어받을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더불어 올해는 삼성가의 여성들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2020년 포브스 억만장자 리스트에는 어떤 한국 재계 여성들이 이름을 올릴지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