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착(放下着)과 착득거(着得去)
불가에서 흔히 이르는 말로
방하착(放下着) 착득거(着得去)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바꾸어 말하면
放下着은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내려 놓아라' 라는 뜻의 말이고
着得去는 '마음에 있는 모두를 그대로 지니고 떠나라' 란 말이다.
放下着과 着得去는 서로 상통하는 반대어다.
방하착(放下着)과 착득거(着得去)
放下着과 着得去라는 말의 어원은 중국 당나라 때의 일화에서 연유한다.
어느 날 탁발승 엄양존자가
선승(禪僧) 조주선사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하나의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찌 합니까"" 하고 물으니,
조주선사는 "방하착(放下着)하라"고 답한다.
엄양존자는 어리둥절하여 손에 든 염주와 짚고 온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한 물건도 갖고 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하라는 말씀이신지요?" 하니
다시 “방하착하거라”라고 한다.
등에 맨 걸망까지 내려놓고 손을 털면서
“몸에 지닌 것이 하나도 없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란 말입니까?” 하니
조주선사는 “그러면 착득거(着得去) 하거라." 라고 말했다.
방하착放下着, 방(放)은 놓는다는 뜻이다.
하(下)는 나무의 근원인 뿌리 격이며,
즉 내 인생의 주인공(主人公)인 ‘참나’에 해당한다.
착(着)은 執着이나 愛着을 의미한다.(어조사의 의미라고도 한다.)
착(着)은 세상에 나서 득(得)했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없는 것을 뜻하는 성격이 강하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공(空)인데,
온갖
煩惱(번뇌)와 葛藤(갈등),
怨望(원망),
執着(집착)과 愛着(애착),
이득과 손실과
옳고 그른 것에 얽힌 모든 것을
부처님께 공손히 바쳐 마음을 내려놓으란 뜻이 방하착이다.
즉 나와 내 것에 매달린
어리석은 아집(我執)으로부터 벗어나란 말이니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放下着’과 대비되는 말이 ‘着得去’이다.
위의 엄양존자와 조주선사의 대화에서
"착득거(着得去) 하거라"란 말은
"마음에 지닌 온갖 잡상을 그대로 지고 그냥 가시게나"라는
깊은 뜻을 포함하고 있다.
즉 마음속에 갖고 있는 온갖 번뇌와 갈등, 오욕칠정을 포함한
유무형의 가치를 그대로 가지고 여기를 떠나라는 선승의 말이다.
방하착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어떤 스님이 가파른 낭떠러지옆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절벽아래서 “사람살려”라는 소리가 들려 내려다보니
어떤 사람이 나뭇가지를 붙잡고 매달려 있었다.
스님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 장님이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는 낭떠러지 끝자락이라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 낮은 곳에 있었다.
그래서 스님은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손을 그냥 놓아버리라고 외쳤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맹인이라 주위를 살펴볼 수 없어
자신을 놀리는 말이라 생각하고 살려달라고 다시 애걸한다.
스님은 다시 손을 놓으라고 외쳤지만
맹인은 손을 놓으면 떨어져 죽을 줄 알고 매달려 발버둥만 친다.
그러다가 맹인은 끝내 지쳐 손을 놓아버렸다.
그랬더니 엉덩방아만 찧고 멀쩡했다.
맹인은 멋쩍어 하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