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 때문에..(레크 레카)
사람을 움직이는 요인(要因)은 무엇일까요?
관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는 물음이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러한 질문의 근본적 대답은 사랑과 은혜의 크기에 달렸다 하겠습니다.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는 지난 2015년부터 일손이 부족하여 허덕이는
농가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장로회 신학대학교 게시판에
도움의 글을 올리면서 도시교회 청년들과 연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도시에서 고이 자란 청년들이 금쪽같은 휴가 기간을 농촌교회와 농가들을 도우려고
푹푹찌는 하우스에서 땀 흘리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고마운 마음과 송구함이 자연스레 교차합니다.
금년에는 다른 해와 달리 연락 오는 교회가 없어서 반 포기하고 있던 차에,
하나님의 은혜로 연결된 일산충신교회 청년들은 8월 14일(수)부터 18일(주일)까지
지역 농가들의 막힌 일들을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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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태풍 크로사의 간접 영향으로 이른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터로 투입되는
청년들의 표정은 결기에 찬 모습과 장터에서 일당 노동자로 팔려(?)가는 노동자같은
결연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전형적 농촌 풍경이 생경하기에 자신이 해야 할 하루 일과가
어떤 형태의 일인지를 모르는 상태로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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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가정의 농가들의 막힌 일거리를 이틀 동안 해소하느라고 낯선 하우스 안에서
지독하고 얄궂은 내음의 썩은 수박을 치우는 수고와 메론 농가, 방울 토마토 농장등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성심껏 감당하는 모습들이 든든하면서도 미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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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청년들을 인솔하여 오신 담당 목사님의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은
한 오지랖 하는 필자가 자중하길 권할 정도로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농사일에 지친 농가들과 농촌 교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귀경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위로와 힘이 될 만큼 후배 목회자의 열정 넘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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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 레카(가라는 뜻의 히브리어)라는 주제로 제작된 농촌선교봉사활동 책자를 보면서
그 의미를 묻자, “가라”라고 명하셨던 하나님의 말씀에 아브라함이 순종한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농촌을 향하여 가라고 하시는 음성에 반응하길 원하는
청년들의 마음이 내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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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1명의 일산충신교회 청년들의 해맑고 꾸밈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한 주간의 시간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복되고 보람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안내하고 고된 일들을 함께하느라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정적(靜的)인 마을과 교회를 몇 일간이라도 사람 사는 곳처럼 활력 넘치게 해 주어서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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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이번 농활 봉사의 백미(白眉)는 일손이 모자라 방치해 둔 주인을 모르는
수박 농가 하우스를 정리해 준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 가정의 일거리를 마치고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남기에, 그동안 다니면서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방치해 둔 수박 농가 하우스가 생각이나
11명의 젊은이들을 인솔하여 두 가정의 하우스 정리를 말끔하게 해주었습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농장주가 몸으로 느낄 교회의 이미지 형성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리라는
확신하에서 저물어가는 시간임에도 총 9동의 하우스 정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몇해 동안 여름이면 지속해 온 농촌 일손 돕기 봉사를 이제는 몇몇 농가들은 봄철이면
올해에도 청년들이 오느냐를 물을 정도로 저희교회의 독특한 사역 형태로 자리 잡아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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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서의 계절에 귀한 시간을 하나님께서 베푸신 그 사랑 때문에 머나먼 양구 땅까지 찾아와
땀 흘리며 농촌교회와 마을을 섬겨준 일산충신교회 청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고
에벤에셀의 은총이 있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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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영상 촬영: 채윤희 자매)
주의 권능의 날에 주의 백성이 거룩한 옷을 입고 즐거이 헌신하니
새벽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도다(시편 110:3)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