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출발점인 별방진 앞 하도리 포구에서 세화해수욕장 방향으로 해맞이 해안로 따라 행군 시작. 목표지점까지 찍고 돌아오니 만보를 훌쩍 넘겼습니다. 날아갈듯한 세찬 바람 속에서도 만보를 거뜬히 해냈으니 아이들은 점점 선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전국이 강풍상황에 들어가 버리긴 했지만 제주도는 내륙의 어느 지점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바람의 섬이니 그 강도가 제주도 답습니다. 바람이 일으키는 센 기운에 파도는 연실 하얀 포말들을 날리며 물결을 가로막는 모든 것에 사정없이 부딪쳐댑니다. 족히 2백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데도 짠 포말들이 안개비처럼 온 몸에 떨어집니다.
그저 세상이 좋아 죽겠는 천방지축 완이도 오늘은 사정을 헤아리는지 바다에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겉옷 벗어제끼기 버릇도 얌전해졌습니다. 중간에 바람막이 점버까지 더 입혔는데도 끝까지 벗지않은 것보니 이 점 참 좋아졌습니다. 운동화를 신지못해 겨울에도 크록스 밖에 못 신거던 것이 올해 2월까지 입니다. 이젠 양말도 운동화도 벗지않는 것을 넘어 신경도 안쓰니 그게 얼마나 기특한지요!
세찬 바람을 뚫고 세화해수욕장까지 갔으니 보답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화덕피자집을 들어갔습니다. 준이한테 '오뎅 떡볶이 먹을까? 피자먹을까?'하고 물어보니 피자먹겠다고 해서 세화해수욕장 갈 때마다 눈여겨 보았던 화덕피자 집을 들어갔더니 자그마한 공간이 너무 따뜻합니다.
대박은 너~~무 친절한 주인내외. 초로의 여인이 두 명의 덩치큰 청년과 아이 하나 끌고왔는데 어째 좀 조합도 이상하고 아이들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지 유난히 더 친절하게 해줍니다. 여기오기 전 중간 쉬는 장소에서 간식을 좀 많이 먹었더니 다들 피자먹기에 좀 시큰둥합니다. 배가 안고픈 것도 있지만 화덕피자가 좀 익숙치않은 점도 있었을 것입니다.
서비스라며 라초샐러드도 만들어주고 샤인머스켓 후식까지 줍니다. 4월에 제주도에 와서 7월에 오픈했다고 하는데, 우리도 4월 한달살이 후 7월 1년살이 돌입했으니 우연히 같아진 제주정착 시기에 서로 맞장구치며 정겨운 대화까지 주고받았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우연히 개인적인 말튼 첫 사람들이자 우리 넷이 온전히 다 나온 사진도 찍어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완이는 딴짓하는 모습이었지만... 완이 인물좋다는 말은 어딜가나 듣습니다. 사람들이 좋아 꼭 다시 오고싶은데 화덕피자에 익숙치않은 준이와 완이 입맛이 문제네요.
돌아오는 길, 바람과 파도가 휘몰아치는 해안도로에는 사람의 흔적도 거의 찾기 어려울 정도이고 혹시라도 이안성 파도가 들이닥칠까 완이 단속에 어찌나 신경썼는지 더 긴 시간이었던 듯 합니다. 너울성은 해안 쪽으로 쳐들어오는 파도인데 이안성은 해안 쪽으로 들어왔다가 갑자기 반대편 바다 쪽으로 빠지는 파도라서 이에 휩쓸려가면 바로 바닷 속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오늘도 태균이가 찍어주는 사진들에 고마와하며 흔적을 남겨주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4일차되니, 아이들도 확실히 익숙해져 가는 듯 점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 합니다. 매일 호사스런 풍경을 옆에 끼고 걸어다니니 눈이 행복하기 그지없습니다.
첫댓글 많이 발전된 모습, 참 보기도 듣기도 좋습니다.
애 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