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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 대학원 국제문화교류 동아리 학생들이 최근 모임을 갖고 단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물리적 개념의 중국 선교가 저물고 있다. 중국은 한때 가장 많은 한국인 선교사가 활동하던 땅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2기 시진핑 정권이 출범한 2018년 전후로 중국에서는 대대적인 외국인 선교사 추방이 이뤄졌다. 위기로만 보였던 추방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전화위복의 양상을 띠고 있다. 선교계에서 대두되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의 선교 개념이 가장 두드러지는 지역 중 하나가 중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온라인, 경계를 허물다
예배 사역자들을 돕는 단체 ‘올포워십’의 대표 채윤성 목사는 지난 9월부터 중국 서부 중심도시 청두의 학생들을 매주 만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예배학과 찬양 인도 방법 등을 가르친다. 채 목사는 지난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학생들의 찬양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며 “현지에서 교수님이 통역을 해주기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정부의 교회 탄압으로 교회가 소그룹 단위로 나눠진 것과도 적지 않은 연관이 있다. 채 목사가 출강하는 학교는 홍콩에 본부를 둔 홍콩생명길선교회(회장 윤형중 목사)가 청두에 세운 캠퍼스다. 선교회는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개 지역에 캠퍼스를 세우고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 학교 교수(예배학)인 김충성 선교사는 “6~7년 전만 해도 청두 지역 안에만 200여명 이상 모이는 교회가 여러 군데 있었다”며 “이전부터 있었던 중국 정부의 통제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강화됐고 20~30명 모이는 가정교회로 나눠 예배를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청두의 홍콩생명길선교회 청두캠퍼스 신학생들이
지난달 13일 한국인 교수가 진행하는 원격 수업을 듣고 있다. 홍콩생명길선교회 제공
김 선교사는 “모임이 분화하면서 예배에 어려움을 겪는 교회가 많아졌다”며 “목회자가 부족해 각 지교회를 돌면서 설교를 하거나 설교 영상을 틀어주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지교회마다 예배 인도자에 대한 요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 선교사는 “찬양을 인도하는 인도자들도 제대로 훈련받은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예배자 된 유학생들
중국인 유학생 대상 사역의 필요성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중국 유학생은 총 6만7439명에 달한다. 대학·대학원의 경우 중국 유학생 수는 5만9061명으로 2015년(3만3236명)보다 77.8% 늘었다.
경기도 군포시의 참사랑교회(강신조 목사)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 교회다. 2021년부터 매주 일요일 아침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미니버스를 운행한다. 학생 대부분은 충남 천안시 백석대 소속이다. 이 학교 출신의 장계위(40) 참사랑교회 전도사는 백석대 ‘중국유학생기도모임’ 학생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매주 일요일 천안과 군포를 왕복한다. 장 전도사는 “잠 많은 20대 친구들이 교회에 가겠다고 일찍 일어나는 자체가 기특한 일”이라며 “250㎞가 넘는 장거리 운행이지만 학생들을 보면 힘든 것도 잊는다”고 전했다.
장계위 군포 참사랑교회 전도사. 장계위 전도사 제공
장 전도사는 2015년 중국 허난성에서 한국인 선교사를 통해 세례를 받았다. 선교사의 권유로 2018년 한국으로 건너와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참사랑교회에서 파트타임 전도사로 일하게 된 그는 코로나 기간 교회를 가지 못해 어려워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사정을 교회에 알렸다. 이때부터 한주에 많게는 20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군포 참사랑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됐다.
올해부터는 장 전도사가 새롭게 전도한 대학원 학우들까지 하나둘 교회로 나오고 있다. 처음 교회에 온 학생들도 적지 않지만 교인들의 환대 속에 이내 마음을 열었다. 강신조 참사랑교회 목사는 “대부분의 중국인 유학생이 자발적으로 성가대와 악기 연주 등으로 예배시간에 봉사를 한다”며 “팬데믹이 끝나서 가까운 교회로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교회에 남아 신앙생활 하는 모습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기존에 우리는 선교지로 가는 것만 선교라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한국을 찾은 선교지의 사람들을 잘 섬기고 길러서 재파송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중국인 대상 선교 훈련을 하는 CMTC(치앙마이선교훈련원) 원장 왕부장 선교사는 “많은 인구수와 화교들로 대표되는 글로벌 네트워크, 자금력과 전도 접점인 중국어까지 중국인들이 가진 선교적 강점이 적지않다”며 “중국인들이 선교에 눈을 뜨면 세계 선교를 감당할 막강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선교사는 예장 백석대신 소속으로 2003년 중국에 파송돼 2008년까지 사역하다 자진 철수 후 태국으로 거점을 옮겼다. 이후 CMTC에서 49명의 중국인을 훈련해 선교사로 배출했다. 23명이 북한과 이란 이집트 터키 가나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나머지 26명은 중국에서 목회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왕 선교사는 “먼저 선교 붐을 경험한 한국교회가 중국인들에게 건강한 선교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며 “중국 땅에 대한 선교에서 중국인에 대한 선교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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