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저지 천주교종합상항실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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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고을 성주에서 봉헌된 미사 강론 공유합니다
2017년 5월 5일 부활 제3주간 금요일,
성주 평화 미사 강론(요한 6,52-59) 김용태(마 태 오)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성주의 평화가 곧 한반도의 평화입니다. 이곳 성주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고자 애쓰시는 성주지킴이 여러분들께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4월 26일 미군들은 마치 도둑놈처럼 한 밤중에 이 곳 성주 소성리로 들이닥쳐 불법무기 사드를 밀반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대한민국 경찰은 수천 명씩이나 동원되어 미군은 보호해주고 성주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에게는 거꾸로 폭력을 행사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울부짖는 주민들 앞을 차로 밀어붙이며 지나면서 의기양양하게 웃고 핸드폰 촬영을 하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은 동맹군이 아닌 점령자의 모습이었고, 그런 그들을 위해 성주주민들과 종교인들을 비롯한 평화지킴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경찰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경찰이 아닌 식민지 앞잡이의 모습이었으며, 이 모든 일을 미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한 황교안 권한대행의 현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매국노 그 자체였습니다.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상식이나 정당성 혹은 타당성이라고는 단 한 점도 찾아볼 수 없는 몰상식하고 불법적인 한반도 사드배치, 그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말도 안 되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정말 침통함과 참담함 그리고 울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박근혜 탄핵과 함께 탄핵된 부패하고 부정한 정권이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자숙하고 근신하기는커녕 못 다한 폐악질을 마저 다 해버리겠다는 이 모습에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저들은 정녕 우리를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천치로 아니 정말 개돼지로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겠습니까? 어찌 감히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려 하늘의 뜻을 거스르려 하는지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사드가 미국의 무기라는 것을! 사드는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고 동북아시아에서의 자신의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오로지 미국만을 위한 무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있어서 동맹국이기 보다는 그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요충지요 언제고 쓰고 버릴 수 있는 미국의 전략기지의 하나라는 사실을! 그래서 성주 주민들의 울부짖음도 그들에게는 그저 핸드폰으로 촬영할만한 웃음거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최근에 린지 그레이엄이라는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장하면서 만일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본토만은 안전하니 상관없다는 망발을 해대는 것도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안보를 외치며 사드배치를 주장하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현 정부를 비롯해서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은 사실 그들이 욕하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 가장 닮아 있다는 사실을! 전쟁위기를 부추기고 남북분단 상황을 고착화시키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정권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사익만을 추구해온 모습은 남한의 적폐정권이나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따라서 탄핵당한 현 정권과 한국을 자신의 점령지로 착각하는 미국이 서로 야합한 사드배치는 그 자체로 전면 무효임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평화는 그 어떤 전쟁무기로도 이루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평화는 오로지 대화와 협력, 이해와 화해, 용서와 자비, 상식과 양심을 통해서만 이룩될 수 있음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투는 아이에게 칼을 쥐어주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고 무기는 더 강력한 무기를 부를 뿐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밥값이 총탄보다 훨씬 싸다는 것을! 평화는 밥을 서로 나누고 술을 서로 나누는 데서 옵니다. 서운한 감정도, 속상한 마음도, 짜증도, 억울함도, 화도 잠시 숨 좀 고르고 차근차근 얘기하고 들어주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면서 그렇게 푸는 겁니다. 보통 다들 그렇게 합니다. 이게 남북한이라고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하나 설치하는데 1조3천억이나 든다는 사드보다 밥값 술값이 훨씬 쌉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4-56)
여기서 예수님은 참된 평화의 길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계십니다. 그것은 바로 내 살을 양식으로 내어주고 내 피를 음료로 내어주는 사랑과 나눔의 길입니다. 내가 너의 양식이 되어주면 너는 나 때문에 살 것이고 또 네가 나의 양식이 되어주면 나는 너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너는 내 안에 있고 나는 네 안에 있고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서로 별개의 남이 아닌 한 가족, 한 몸, 한 생명을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세상의 생명은 그런 식으로 커지고 자라서 생명이신 하느님을 닮아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참 평화의 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이 시간에 여러분이 누리는 풍요가 그들의 궁핍을 채워 주어 나중에는 그들의 풍요가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 준다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았다.’”(2고린 8,14-15)
예수님은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통해 이 평화의 길이 참되다는 사실을 확증시켜주셨고, 성체성사의 신비를 통해서 참 평화 참 사랑의 길을 끊임없이 재현하시고 기억시키시고 초대하시고 이끄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습니다. 평화는 더 강력한 힘과 더 발달된 기술과 더 정비된 조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져 함께 나누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에서 비롯된 대화와 이해와 용서와 화해와 교류와 협력과 일치에서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평화는 다른 이들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면서 다른 이들의 고통과 불행과 슬픔 위에 건설되는 어떤 여유나 풍요나 안녕이 아니라, 내가 조금 배고파도 내가 조금 불편해도 내가 조금 손해 봐도 다 같이 함께 먹고 함께 걷고 함께 살아서 그래서 다행인 것이 바로 평화라는 사실을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평화는 이 땅의 빨갱이가 다 사라질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안에 온갖 차별과 불평등이 사라지고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할 줄 아는 성숙함이 자리할 때 꽃처럼 피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과연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대로 평화는 정의의 결과입니다. 이 땅의 수많은 생명들의 탄식과 울부짖음 속에서 지속되는 전쟁 없는 소강상태를 어찌 평화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성주는 전쟁터이고 강정도 전쟁터이며 이 땅의 수많은 삶의 터전이 전쟁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국민을 위해 특히 이 땅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가공할 전쟁무기를 사들이는 데에 쓰이거나 안보장사의 밑천으로 쓰임으로써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어찌 평화일 수 있습니까?
이제 모든 것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평화는 정의의 결과입니다. 허물어야 할 것은 허물고 치워야 할 것은 치우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 잡고 새로 세워야 할 것은 새로 세워야 합니다. 그러는 중에 의로움이 자라고 그 의로움 속에서 평화는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그 평화의 한 걸음을 내딛으며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도둑놈처럼 밤 몰래 들여온 사드, 점령군처럼 밀어붙이며 들여온 사드, 사기꾼처럼 야합하고 속여서 들여온 사드, 하지만 들여왔으니 내보낼 수도 있는 겁니다. 설치했으면 치울 수도 있는 겁니다. 세웠으면 허물 수도 있는 겁니다. 4대강을 썩게 만드는 저 몹쓸 16개의 보도 다 허물어 버리고 저 몹쓸 핵발전소도 다 폐기해야 하는 마당에 이 까짓 사드쯤이야 치우는 건 일도 아닙니다. 트럭과 헬기가 싣고 왔으니 다시 트럭과 헬기로 실어 가면 됩니다. 부패한 정권이 미국과 야합해서 들여왔으니 새 정권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내보내면 그만입니다. 바람도 없이 천둥이나 벼락도 없이 무서리 없이 뙤약볕 없이 어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겠습니까? 우리의 이 몸짓이 우리의 이 싸움이 너무나 힘들고 고되다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을 받들어 이 땅에 참된 정의 꽃을 피우고 참된 평화의 열매를 맺게 할 것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오늘 성주 소성리에서 이 땅의 참 평화를 염원하는 거룩한 미사 중에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이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저 제주도 강정에서 울려 퍼졌던 말씀을 다시 한 번 외치겠습니다.
“성주야,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에 평화가 시작되리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사진은 장영식 선생님 페북에서 업어왔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