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놀이③ 매미
살다보면 너무 당연해서 그것의 소중함을 문득문득 잊어버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늘 곁에 있을 것 같은 가족이 그렇고, 공기, 숲, 물, 햇살 등의 자연이 그렇습니다. 때가 되면 당연히 나타나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매미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여름 풍경에 단골로 등장하는 매미. 우리는 매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장난감이 많지 않았던 제 어린 시절엔 숲과 들판을 뛰어놀다가, 살금살금 매미를 잡아 울음소리를 들어보려고 배를 간질여보곤 했지요. 그러다 매미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지는 어른이 되어갈 무렵, 매미의 유충이 땅속에서 수년을 지내고, 나무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기는 겨우 보름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매미에게 경외감과 애잔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 요즘 숲에 가면 매미가 우화하고 남은 껍질이 나무에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연놀이의 소중하고 재미난 소재가 된다. |
시작은 우선 아이들과 매미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어느 쪽에서 들리는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아이들이 직접 소리를 흉내 내며 그곳으로 찾아가 봅니다. 우리나라에는 매미가 15종이 있는데, 종류마다 그 소리가 달라서 들리는 소리를 흉내 내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 매미가 어떤 종류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데, 예를 들어 ‘맴-맴-맴-맴-매앰’ 하고 우는 참매미, ‘쓰~름 쓰~름 쓰~름’ 하고 우는 쓰름매미, ‘취르~~’ 하고 아주 크고 길게 우는 말매미, ‘취그지글지글지글’ 하고 빠르게 지글지글 우는 유지매미, ‘아이씨 츠르르르 아이씨 츠르르르~~~’ 하며 다양한 높낮이로 소리를 내는 애매미, ‘찌~~~~’ 하고 째지는 듯한 소리를 내는 털매미가 있습니다. 물론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으니, 함께 듣고 각자 그 소리를 표현해보세요.
매미들이 우는 시간대도 다릅니다. 새벽과 아침엔 참매미, 아침부터 오전까지는 덩치 큰 말매미, 낮부터 오후 시간엔 날개가 기름종이 같은 유지매미와 크기가 작은 애매미, 늦은 오후엔 털매미가 웁니다. 이 밖에도 좀 더 다양한 매미가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곤충도감과 인터넷을 꼭 활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자세히 보면 나무 앞 땅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땅속에서 7년을 보낸 매미가 어른이 되기 위해 땅을 뚫고 나온 흔적이다. |
매미가 그토록 쉼 없이 노래를 하는 이유는 짝을 만나 후손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매미는 수컷으로 배 안에 소리를 내는 발음기가 있고, 알을 낳아야 하는 암컷은 소리는 못내는 대신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고막 같은 기관이 있습니다. 암매미의 이상형은 소리를 크게 내는 매미이기 때문에 매미들은 서로 경쟁하듯 더 큰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지요. 그렇게 수컷은 암컷과 결혼에 성공한 얼마 후 생을 마감하고, 암컷은 나무줄기 속에 알을 낳은 후 생을 마감합니다.
이 매미들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나무 속 알에서 깨어나면 천적으로부터 몸을 피해 그 여린 몸으로 바로 그 나무 아래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긴 시간이 흘러 땅속에서 나올 때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땅에 나오기 직전, 날씨를 감지할 정도 깊이의 땅 밑에서 머물다가, 우화에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의 맑은 날씨, 적절한 온도, 천적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저녁 시간에 땅 밖으로 나와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애벌레 시절, 땅속의 뿌리 진액을 빨아먹고 지내기 때문에 그 땅 밖에 나무가 있음을 잘 알고 있지요. 우리가 밟고 있는 나무 아래의 땅속에는 곧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매미가 있겠지요?
구멍을 발견했으면 그 주변 나무에 분명 매미 껍질이 보일 겁니다. 운이 좋으면 노래하거나, 나무즙을 빨아먹거나, 알을 낳고 있는 매미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구경하다가 들키면 매미가 오줌을 찌익 싸고 도망가기도 하니 조심하세요. 매미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려고 할 때 몸을 가볍게 하려고, 먹었던 수액을 몸 밖으로 내보내곤 하거든요.
매미의 생김새를 직접 보고 어떤 매미인지 찾아보는 재미도 큽니다. 직접 눈으로 보며 매미 종류를 구분하다 보면 매미를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매미 소리를 소음이 아닌 아름다운 노래로 들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겠지요.
매미 껍질을 액세서리처럼 모자나 가방, 옷에 매달수도 있습니다. 매미가 우화하기 위해 나무를 꽉 잡았던 발 모양까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옷에 붙이며 그 구조와 원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지요.
나무에 매달려보기 놀이와, 매미처럼 나무에 매달려 껍질을 벗고 우화하는 모습을 흉내 낼 수도 있습니다.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매달려 있는지 시합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오래 매달릴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우화에 성공할 수 있는지 함께 방법을 모색해 봐도 좋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느낌에 대해 나무 입장과 매미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나눠도 좋습니다.
놀이와 함께 창의성과 예술적 감각을 깨울 기회도 있습니다. 나뭇잎과 나무껍질, 나뭇가지들로 매미를 만들어, 각자 만든 매미를 나무 곳곳에 숨기고 서로 찾아보게 하는 ‘매미 숨바꼭질’도 참 재미있습니다. 땅바닥이나 도화지에 매미를 직접 그려 본다거나, 직접 매미가 되어 자신만의 매미노래를 개발해서 서로에게 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아주 즐겁답니다.
자연에서 논다는 것, 그것은 즐거움을 넘어선 그 무엇입니다. 그 무엇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점점 짐작이 가시지요?
양평시민의소리 webmaster@ypsori.com
첫댓글 글이 너무 좋아요!
매미의 우화!
한여름의 아침을 알린 경이로운 소리가 지금 들리기 시작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