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06시. 알람소리에 일어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는
니꾸사꾸 배냥을 메고 삼성동 전철역 3번 출구로 향했다..
금년들어 17번째하는 등산인지라 마음만은 한결 가벼웠다.
회사행사가 아니라 청상 선후배님과 함께하는 첫등산인지라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3년만에 다시 찾게된 설악산이지만 흘림골과 주전골은 처음인지라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호기심 반 설레임 반으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중부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강원도 횡성을 지날 때엔 고속도로의 교각은 정말 장관이었다.
쭉~쭉~ 뻗은 롱 다리.. 서로 몸매를 뽐내는듯 하다.
솟다리, 나에겐 으메~ 기죽어..
어느덧 버스는 홍천IC를 지나 한계령을 넘고 있었다.
다 함께 매표소로 이동하여 등산 시작..
가랑비가 내려 배냥카바를 씌우고는 지팡이도 준비했다.
비소리에 화음이라도 맞추려는듯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
가랑비와 운해의 싱그러움이 참으로 묘한 기분이다.
3년만 이지만 설악산을 다시 오를수 있다는 뿌듯한 마음과
20년만에 개방된 흘림골과 주전골 감상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오르는 양옆에 나무들의 가슴에 달려 있는 이름표도 보였다.
선배님 그리고 친구들과 세상살아가는 얘기를 하면서도
눈은 흘깃 흘깃 여기 저기에 있는 이름들을 보면서
카메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대곤 하다보니
주목나무 군락지를 지나 여심폭포에 다달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으니..
흘림골 마지막 골짜기에서 각자 준비해간 음식을 풀어놓고
친구들과 모여 앉아 먹는 도시락은 꿀맛이었다.
도시락, 김밥, 순대, 김치, 오징어무침, 오이김치, 호박무침,
포도, 토마도, 참외, 오렌지등등.. 소주 몇잔씩..
3년만에 설악산에서 진수성찬을 맞이했다.
특히, 돗자리와 비를 가릴수 있는 천막을 준비한
38광땡에서 가장 수고를 많이 하는 류찬걸친구 고마우이~
완전히 비인지 땀인지 모를 정도로 옷을 흥건히 적시는 땀..
안개비와 운해에 모든것을 맡기면서
저멀리 보이는 괴암과 폭포 그리고 초록빛 경치에 취해보니
오늘 청상동문과 함께한 첫산행이지만
너무나 잘 했다는 생각이 앞선다.
대부분 산행에서는 선두에서 산행을 하다가
어느날 부터인가 후미에 가는 편이다.
선두에서면 죽자살자 1.2등 다툼하기 보다는
경치구경과 아름다운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처음 입구부터‘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운치가 그만이다.
가지가 기이하게 구부러진 짙은 주목들이 운해를 이룬 가랑비와
신록과 어깨를 나란히 해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주목 군락과 가랑비, 운해, 폭포, 괴암절벽등이
세상살이 지쳐버린 우리들에게는 더 없는 마음의 휴식처로
정글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총 4개기로 36명이서 등산한 설악산 흘림골과 주전골..
비가와서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주전골을 지나
오색약수방면으로 돌아 내려오는 하산길..
괴암절벽에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길로
신선들이 사는 별천지같은 곳이었다.
친구 및 선배님들과 세상사는 얘기를 하면서..
28회 선배님께서 뒷풀이로 주문진에서 회를 사신다고 하니
내려오는 하산길이 한결 가벼웠다.
산에는 왜 오르는 걸까?
산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살아가면서 삶의 한페이지를 엮어가고자 하는 욕구는
설악산 흘림골과 주전골에 두고 온 발자국 같은 것 들이다.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그 것을 찾으려는 노력..
산을 오르기 전과 산을 오르고 난 후.
그로 인해 생활이 바뀐 것은 그 다지 없는것 같은데..
내가 오르고 난 이후에도 산은 그대로이듯.
설악산 흘림골은 수려하지만 남성적이었고
설악산 울산바위 투박하지만 오히려 여성적이다.
오늘 하루 설악산 8키로미터 등산을 마치고
주문진에서 맛있는 싱상한 회에 쇠주한잔를 하고
버스에 올라 흥겨운 노래방속에서
이렇게 사색에 잠기다보니 어느덧 서울에 도착하였다.
선후배님과 함께 즐거운 산행을 할수 있도록 수고하신
이한국산악대장님, 28회 선배님, 31회 선배님, 38회 친구들,
그리고 40회 후배님께 짝.짝.짝 박수로 수고의 인사를..
또한 뒷풀이로 주문진에서 싱싱하고 맛있는 회를 쏘신
28회 선배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고향사랑, 선후배사랑"
청상 화이~팅!!!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