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75) 사도행전
세상 끝까지 복음 전파,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다
- 사도행전은 성령의 이끄심으로 사도들이 땅 끝까지 모든 민족에게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다’라는 복음을 선포하는 구원의 여정을 서술하고 있다. 장 레스투 작 ‘성령 강림’, 유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사도행전은 ‘성령의 복음서’입니다. 사도행전은 신약 성경 27권 가운데 네 복음서와 21권의 서한 사이에 있습니다. 복음서와 서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요.
네 복음서가 예수님이 그리스도 곧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제시하고, 21권의 서간이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신앙 공동체의 삶의 자리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사도행전은 말 그대로 사도들이 예수님에 관한 기쁜 소식을 어떻게 세상 끝까지 선포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헬라어 신약 성경은 ‘Πραζειs των Αποστολων(프락세이스 톤 아포스톨론)’,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Actus Apostolorum’,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사도행전’이라 표기합니다.
사도는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루카 5,43) 활동을 시작하시면서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 가운데 친히 뽑으신 12명을 말합니다. 이들은 집과 가족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사도, 곧 ‘파견된 자’로서 제자 교육을 받은 이들입니다. 예수님 생전에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받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활동을 했던 이들입니다.(루카 9,1-6)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들에게 “너희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마태 10,40)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도들은 성령 강림 이후 ‘하느님의 일꾼’(2코린 6,4)으로 파견됐습니다. 그들은 모든 민족에게 파견돼 교회를 세웠습니다.
한국 주교회의가 펴낸 「주석 성경」은 사도행전을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사도행전은 어떤 의미로 신약 성경에서 현시성이 가장 큰 책이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말씀’의 시간과 공간이, 주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1,11)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형제들’ 곧 모든 그리스도인이 인내심을 가지고 다 함께 이 책 읽는 법을 알게 된다면, 다양성 속에서도 하느님의 유일한 백성을 이루는 교회 안에서, 자기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땅 끝까지’ 공동으로 증언해야 하는 사람들임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 예수님께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베풀어 주시는 성령께서 그들에게 그러한 ‘일치된 결정’(15,25)을 불어넣으시어, 다 함께 ‘주님의 길’을 걸어가도록 이끌어 주실 것이다.”(450~451쪽)
사도행전의 저자는 전통적으로 루카 복음서의 저자로 알려졌습니다.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은 모두 ‘테오필로스’(Θεοφιλοs-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헌정됐습니다.(루카 1,3; 사도 1,1) 사도행전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인 테오필로스처럼 그리스도인 독자들을 위해 쓰였습니다. 곧 그리스도인들을 교육하고 신앙을 굳건히 하게 하려고 펴냈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사도행전 저자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울려 퍼지는 날까지 복음 전파를 이야기합니다.(28,31) 또 저자는 신앙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교를 유다교화하려는 경향을 반대합니다. 그는 온 교회가 성령의 인도에 따라 “한마음 한뜻”이었던 예루살렘 교회처럼 살아가라고 촉구합니다.
성경학자들은 사도행전 저자가 “바오로의 로마 도착 이 년”(28,30. 62~63년)에 작품을 저술했다고 밝히지만 80년께 사도행전이 집필됐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 이유는 루카 복음서가 70년께 저술됐고, 바오로 사도의 재판 결과보다 로마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더 비중 있게 증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예루살렘부터 로마까지 이르는 길에서 유다 사회에서 시작해 세상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선포되는 ‘구원의 여정’을 사도행전은 밝히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28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5장을 기준으로 이전은 유다인 세계를 중심으로 사도들이 복음을 선포하는 과정을, 이후는 바오로 사도를 중심으로 이방인 지역에서 복음이 선포되는 과정을 상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신앙으로 해석된 역사가 펼쳐집니다. 곧 성령 강림으로 탄생한 교회를 토대로 펼쳐지는 구원의 역사를 서술합니다. 이 역사는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일으켜 세우신 때’부터 시작됩니다.(3,22.26; 13,23) 아버지 하느님께서 성자 그리스도를 부활시키시어 그분을 “주님과 메시아”로 세우시고(2,36) 그분께 약속된 성령을 파견하십니다.(2,33)
그리하여 구약의 백성인 이스라엘에 하신 약속이 완전히 실현됩니다.(13,22-23) 그러나 이 약속의 대상이 이스라엘과 함께 “땅 끝에 이르기까지”(1,8) 모든 민족이기 때문에(2,39) 사도들의 복음 선포를 통해 구원의 역사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이 구원의 역사는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는 날에 완전히 성취될 것입니다.
이처럼 복음과 구원이 이스라엘 백성에게서 다른 민족들에게로 넘어감(13,46)이 사도행전의 주제입니다. 사도들은 모든 민족을 향해 예수님께서 주님이시며, 메시아로 받아들여 믿으라고 촉구합니다.(2,36)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이들”(1,5; 11,16)이고, 예수님께서 하신 “약속”(1,4)에 동참하는 이들입니다.
사도행전은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교회’라 부릅니다.(5,11; 11,26) 교회는 하느님의 유일한 백성입니다. 하느님께 속한 이 백성과 교회들은 주님과 결합된 존재입니다.(2,47; 5,14; 11,24) 성령께서 늘 교회의 삶에 생기를 불어 넣으시고 인도해주시기 때문입니다.(1,8; 5,3; 15,28) 교회의 일상은 ‘빵을 떼는 것(성찬례)과 기도’(2,42)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곧 성찬례를 중심으로 기도하고 서로 나누면서 영적 일치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6월 2일, 리길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