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특집
--이서빈, 이진진, 글보라, 김정오, 장정희, 정구민, 최이근, 고윤옥
권택용, 우재호, 이정화, 글빛나, 김일순, 이옥, 안태회의 시
함께, 울컥
이서빈
함께라는 말에는 따뜻한 체온이 숨 쉬지
자음모음의 합계는 자음모음이지만
자음모음의 함께는 어떤 글자도 다 만들 수 있지
함께는 숨결이고 물이고 햇빛이지
함께라는 이 짧은 음절은 울컥이란 神이 사는 신전이지
세평 구둣방서 21년 동안 구두 5천 켤레 고치고 닦아 평생 번 3만3천 평 땅
코로나로 힘든 이웃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울컥씨
4년간 모은 10원 5백 원짜리 코 묻은 저금통 기탁하면서 도움주고 싶다는 7살 최울컥
어려운데 써 달라고 1백원 5백원짜리 전달한 취약계층 울컥 독거노인
행정복지센터 찾아와 1백만원 내놓으며 이름 밝히지 않은 무명울컥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란다며 곰팡이 핀 지폐를 내 놓은 폐지 줍는 굽은등울컥
바자회 열어 수익금 1백 59만원 전한 울컥고등학생
개인 병원 문 닫고 코로나 치료 위해 대구로 달려가는 울컥의료진
이 위기 잘 넘기자고 각 체인점에 힘 한가마니씩 지원해 주는 프렌차이즈 울컥사장
임대료 면제해 주는 울컥주
위험 무릅쓰고 밤낮 코로나 환자들 돌보는 울컥의사 울컥간호사
함께 울컥, 눈물을 제조해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슬픔 찢고 나온 푸른휘파람
울컥나라 국기에 울컥울컥 희망을 펄럭이고 있네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바그마티강 암에 걸리다
이진진
히말라야 산맥 키워낸 네팔
식수원이었던 청정 바그마티강도 키웠다
사람 죄 씻어주던 강
문명발달의 끊임없는 시간 흐름속에
쓰레기 반란 시작된다
밥해 먹고 빨래 하던 맑은 강 쓰레기 매립장 되어
진액 뽑아낸 매실 같이 쪼그라들고 오염되어
폐기종 걸린 환자되어 숨 헐떡인다
천국으로 직행하는 승차권 얻으려
강가서 화장해 극락왕생 빌며
수 많은 시신 화장해 강물에 버리고
‘아스뚜’를 섬기던 시간의 축적에
화장하고 남은 재와 남은 물품 무덤에 강 죽어간다
네팔 사람들 벌금 두려워 싱가포르 가서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고
처벌이 죽어있는 네팔에 오면 공항에서부터 쓰레기 버린다
강 아프다고 소리쳐도 듣지 못한다
쓰레기의60~70%만이 매립장으로 가고 나머지는 강에 버린다
버려지는 쓰레기 쓰레기길 만든다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 자신에게 몰려온다는 진리 어디서 잠 자는가
바그마티강물 다시 식수원으로 살아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그들의 눈물은 말한다, 신이 그들을 버렸다고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나비바람
글보라
세상을 바꾸는 일은
나비바람이면 되지요
벌목 당해 민둥산이 된 곳도
스티로폼으로 숨 막히는 바다도
아스팔트로 흙이 사라진 골목도
나비바람 불면 환해져요
꽃씨를 심어요
온난화로 어느 곳이든 발아가 잘되요
아픈 지구 스스로 치료하는 거래요
꽃이 피고
나비가 찾아오면
그 바람 오존층을 식혀주지요
사뿐사뿐 가쁜 숨을 쉬던 지구
다시 큰 숨을 쉴 수 있도록
나비바람 가뿐히 날게 해 주실거죠?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물의 노래
김정오
가만히 귀 기울여 봐요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나는 알지 못해요
햇살이 보여준
무지개빛 풍경과
지나가는 바람이 전해준
항긋한 풀냄새와
빗소리에 실려온
따스한 온기로
나는 매일 꿈을 꾸어요
어떤 날엔
구름이 되었다가
또 어떤 날엔
꽃잎도 되었다가
다른 날엔
새하얀 눈송이도 될 수 있어요
내게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나로 인해
아름답게 보여지기를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무성한 하루
장정희
봄빛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물소리 파랗게 자란다
새싹에 봄바람이 매달려 있다
새싹에 봄향기가 매달려 있다
바람과 향기는
새 노래 소리에
온 몸에 피가 도는지
양 날개를 휘저으며 날아오른다
고성산* 오르는 길에 만난 푸른 빗소리
목젖을 적셔주고
어느 먼 곳에 있어 아직 당도하지 못하는
강물과 만나 또 다른 별이 될
속눈썹사이로 봄 싹트는 소리가
파랑파랑 날아드는 봄
* 고성산: 강원도 고성에 있는 산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북극곰
정구민
남극으로 가는길 뚫는 북극곰
평범하게 사라진 소문을 믿고
삶 경작위해
길을 뚫어보는 길이다
비틀걸음 돌뿌리에 차여 발톱이 빠지더라도
이것은 필수 항목이다
가시밭길 벼랑 끝 긴 이야기 차츰차츰
고인물 걸러 봄빛 연두로 흐르고 촉들의 이야기가 파릇파릇 움트는
언덕에서 살랑이는 봄바람과 이마를 맞대는
이것은 절대 항목이다
살랑바람 벌나비 엉덩이
새털구름 강너울 따라 북극곰 희망은 하늘바다에서 헤엄치는 일
짭쪼롬해진 날짜들이 그림자 만들고 눈이불 덮은 벌판 힘 잃어갈 때
이것은 붉은 절규다
언젠가는 그곳엔 북극곰 화석 빛나고
선인장 먹고 가시박힌 글을 읽고 살던 수업시간 끝났고
회오리 바람기둥 큰 절벽에 박혔을
이것은 북극곰 미래학이다
모기들 자웅동체로 바꾸고
여기저기 독들이 우글거린다
독들 지나간 자리마다 주검이 나뒹굴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또 독을 번식시킬 것이다.
이것은 장난이 아니다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하늘로 간 북극곰
최이근
위기에 빠진 북극곰
빠른 속도로 녹고있는 해빙
북극곰이 곰곰곰 하얗게 운다
점점 더워지고
삶에 터전 붕괴
석유 천연가스 탐사 유해 화학 물질
북극 온도 올리고
인구증가 지구온난화 부추긴다
포유류 멸종해가고 동식물 죽어가는 기후변화
대기오염 심해지고 환경 무너지자
하늘로 이주한 곰들
큰곰 작은곰 모두 북두성 북극성에 자리잡고
인간들이 잠든 밤에 놀러나온다
하늘로 올라간 곰 쓸개 발바닥
인간들은 쌍불켜고
하늘까지 곰 사냥 떠날까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파란 깨달음
고윤옥
장사꾼은 돈돈돈
농사꾼은 열매열매열매
정치꾼은 권모술수로 가득찼다
부잣집 곳간엔 욕심이
없는집 부엌엔 가난이 가득하다
짓밟힌 지구는 안간힘으로 버티는데
욕심 바닥나고
열매 사라지고
권력 뭉개지고
돌기 멈추는 오디처럼 까만 날
장사꾼에게 불황이
농사꾼에게 태풍이
정치꾼에게 성난 민심이
창을 들고 덤벼들 수도 있다는 걸 파랗게 깨닫는 날
팔을 걷고 나섰다
환경 환경 환경
지구를 향한 방아쇠에
일제히 손가락을 걸었다
예견은 이쪽에 남겨지는 것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해바라기꽃 필 무렵
권택용
언제부턴가 장점마을엔
장례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한 집 건너 한 집 암환자가 발생했다
비료공장 악취 오염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지 17년
환경부는 화학공장 집단 암발병 인과관계 인정
비료공장은 담배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연초막을 이용해 유기질 비료 생산했다
제1군 발암물질 발생
퇴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연초막 유기질을 비료 생산에 사용했다
장점마을 주민 88명중
18명이 암으로 숨졌고 12명이 투병중이다
집단 암발병 마을되었다
생명보다 돈이 소중한
화학공장 사장도 폐암으로 숨졌다
오폐수 정화시설 공기오염 방지시설도 마을을 지켜주지 못했다
해바라기꽃 필 무렵 장점마을*은 단점마을이 되고 말았다
*장점마을은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에 있음.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손이 부끄러운 날
우재호
봄 알리는 철새 소리 들을 수 없다
아침을 물어 나르며
노랫소리 핏톨처럼 혈관을 흘러다니던 새들
거대한 무덤으로 변하고
느릅나무 썩은 잎 먹은 지렁이
불임으로 어두운 그림자 드리웠다
살충제 살포 후 사라졌던 해충들
다시 돌아오는데
새들은 다시 올 수 없어 신나는 해충
신은 이 우주 모든 생물체에게
머리 벗겨주고
단추 여며주고
눈물 닦아주고
함께 살아가라고 인간에게 손을 주었는데
손으로 해서는 안 될 죄를 뿌리고 있는 인간
손이 부끄러운 날이다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팽귄나라
이정화
환한 시간 갑자기 멈췄다
심장 송두리째 뒤흔든 격정
뒷걸음질 모르는 욕망빛
오메가3 지방산
황산화 살빼기 뇌세포구성성분
이것저것 허구를 만들어
크릴새우 영혼을 팔아넘긴다
고래와 팽귄 먹이를 빼앗아 먹고
자연과 이어지는 순환고리 통로 끊은 인간
인간의 욕망 먹고 사는 균들
이제
사람 욕망에 공격을 시작했다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신(神) 대합실
글빛나
어두운 강물에
달빛이 목욕 중이다
신(神) 대합실
안대 쓴 부엉이신
채소영안실 지키는 냉장고 신
아귀 웃음 펄럭이는 비닐 신
앙큼 야비 코로나 신
시끌벅적 떠들어 되네
피켓 들고 시위하는 생태 신
강 살려내라!
숲 살려내라!
지구 살려내라!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두 살배기 여행
김일순
‘비가 오네!
비도 함께 여행 가려고 왔네.’
두 살배기 말을 차에 싣고 여행을 떠난다.
빗소리를 가르며 낯선 산길 달린다.
바람 흰머리 풀어 차창에 덤벼들고
검은손 흐느적대며 겁을 뿌린다.
심장 소름 돋고 뽕짝 메들리 차 가득 춤춘다.
어둠 헬쑥할즈음 가시에 긁히고 옷이 찢어져 마음밭이 훼손되었다.
젖은 마음으로 바닷길 걷다 고래 뱃속을 구경했다.
플라스틱 비닐 먹이로 채운 배
방금 혼례 올린 인어 한 쌍
쓰레기부케 안고 바다에서 나오는 바다 체험 영화를 관람했다.
초보 여행길에 콧노래 부르던 두 살배기 말
다음 여행엔
고래에게 줄 플라스틱과 비닐과
인어에게 줄 쓰레기부케 사 가지고 오잖다.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양떼울음 듣는 밤
이 옥
푸른목장을 기르는 하늘
초원 양떼는 계절을 먹고
자라는 풀은 양떼를 기르고 있어요
풀 풀 풀피리 불던 양치기 소년
양떼 찾아 휘파람이 헤매고
애타게 부르던 한나절은 돌아오지 않았지요
하늘엔 밤마다 양떼울음 가득했어요
꽃구름 모자구름 버섯구름
두루마리구름 깔때기구름
구름들 초원에 그림자 늘이고
흘러가는 것은 견딘다는 것
뭉게뭉게 땅에 붙어 한쪽으로 자란 세상
사철 구름만 올려다 보고 있어요
한 치 앞도 모르고 추락했던 시간 자동층계 타요
쭉쭉 내려오는 초고층건물 가까워지면
천둥소리 낯설어 때때로 약해지고
언젠가 강했을 자신도 되돌아봐요
구름이 신발 신고 산 오르면
바람은 허허로이 허공보고 허허 웃어요
하늘도 땅도 아닌 텅 빈 공간에서
수천만 년을 미완성으로 살고있는 양떼 울음
대를 잇는 물과 공기와 햇빛과 식물들에게 절을 올려요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숲 발전소
안태희
유모차 지팡이 차들 쿨럭거리는 소리
새들의 날갯짓 물고기 헤엄 동물들 포효도
들리지 않는 지점에서 흙비만 내린다
발전소가 멈추었다
비바람 수증기를 만들어내는 숲발전소 주식회사
살아있는 것들의 숨을 만들던
주식회사 숲발전소는 지구에서 가장 의로운 회사
그 회사가 부도를 맞았다
숲발전소에 빌붙어 먹고 살던 생명체들
아무도 회사를 살릴 생각 않는다
거래처인 콩고숲도 부도위기를 맞고
숨을 할딱인다
연이은 거래처인 숲들 모두 하나 둘 망하고
회사가 도산위기에 처하자
전 인류의 목숨도 위험에 처했다
모래 온도는
거북의 성별을 장난질친다
부도는 바람을 부채질하고
열 오른 태양
후후후 푸푸푸 펄펄 지구를 끓인다
파리 오줌 같은 사슬에 걸려
한반도로 밀려온 밍크고래 생이 다 부서지고 깨졌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숨통을 끓어라
自然이自然으로 무릎 꿇는 날 우리 지구별은 사라질 것이다
밍크고래 마지막 말이 쓸쓸 망망대해를 출렁이는
서천 하늘이 붉다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