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카파르나움
갈릴래아 호수의 북쪽에는 카파르나움 유적지가 자리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 당시 거점으로 삼으신 마을입니다. 히브리어로는 [크파르 나훔] 곧 ‘위로의 마을’이라는 뜻인데, ‘나훔의 마을’이라는 의미로도 풀이됩니다. 따라서 열두 소예언자 가운데 하나인 나훔과 관계 있다는 설도 있지만, 나훔의 고향으로 소개되는 “엘코스”(나훔 1,1)의 위치는 아직까지 수수께끼입니다.
예수님의 유년기 고향은 나자렛이지만, 공생활을 시작하신 뒤에는 카파르나움이 ‘주님께서 사신 고을’(마태 9,1)로 여겨졌습니다. 현재 유적지 입구에도 ‘예수님의 고장’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다만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8,20) 하신 걸로 보아 거처는 따로 없이 베드로의 집에서 지내신 듯합니다. 베드로가 장모와 함께 살았을 집(17,25)이 카파르나움에서 발굴되었는데, 현재는 그 위로 배 모양의 성당이 봉헌되어 있습니다. 물고기 낚는 어부에서 사람 낚는 어부로 불림 받은 베드로의 소명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장모는, 고기잡이를 하며 잘 살던 사위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홀려 가정에 소홀히 한다고 화병이 났던 모양입니다. 열병처럼 타오르는 이 화병은, 베드로와 함께 오신 예수님을 만난 뒤 비로소 해소된 듯합니다(8,14-15). 이후 베드로의 집은 최초의 ‘가정 성당’(domus ecclesia)이 되었고, 로마 시대 탄압받던 이들은 이곳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카파르나움은 ‘예수님의 고장’답게 기적이 많이 일어난 곳입니다. 망령 들린 자, 중풍병자 등이 치유 받았고,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죽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탈리타 쿠미]라는 말씀 한 마디로 소녀를 일으켜 주셨습니다(마르 5,35-43). 이 말은 아람어로서 “소녀야, 일어나라.”라는 뜻입니다. 루카 7,2-5에 따르면, 카파르나움의 회당은 신심 깊은 어느 이방인 백인대장의 도움으로 지어진 것인데, 예수님께서는 이곳에서 생명의 빵에 관한 말씀도 해주셨습니다(요한 6,22-59). 이후 그 백인대장은 자신이 아끼던 노예가 병들자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지금도 미사 때 바쳐지는 그 유명한 청원입니다: “주님, ···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루카 7,6-7).
카파르나움은 예수님께서 세리 마태오를 부르신 곳이기도 한데요(마태 9,9), 당시 카파르나움은 ‘해변길’(Via Maris)이라고 하는 국제 도로가 지나가는 마을이었습니다. 이사 8,23에 언급된 “바다로 가는 길”이 마을을 통과하였으니 카파르나움에선 세금 거둘 일도 많았을 테고, 그래서 많은 세리가 활동했을 것입니다. 이 해변길 덕분에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과 말씀도 다른 지방으로 쉽게 퍼져 나갔을 테고요. 그래서 마태 4,13-17에 나오듯 “바다로 가는 길··· 이 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게 되었으니, 과연 ‘위로의 마을’이란 뜻의 카파르나움은 ‘예수님의 고장’으로 손색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6월 30일(나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