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7일, 토요일
대구에서 근수 딸, 지현이의 결혼식이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봐 온 녀석이라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싶었다.
행복해 하는 지현이와 눈물을 흘리는 근수에게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결혼식이 있기 2주 전에 근수에게 전화했다.
"나, 정장차림이 아니더라도 이해해 다오"
친구는 금방 내 얘기를 알아챘다.
"그래, 잘 알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겠니?"
그러면서 물었다.
"이번엔 어딘데?"
"두류공원과 우포늪"
대구까지 갔는데 그냥 올 순 없었다.
내 사전에 그런 단어나 문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우포늪에 가보고 싶었다.
방송에서도 여러번 보았고,
신문, 잡지, 사진집, 책에서도 많이 접했던 곳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식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두와 헤어진 뒤에 혼자 두류공원까지 걸어갔다.
이미 차도 그곳 주차장에 두고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편도 5킬로 정도 거리였다.
그리고 땅거미가 질 때까지 두류공원 전반을 샅샅이 훑으며 새봄을 만끽했다.
공원엔 상춘객들로 붐볐고 하나같이 행복한 모습들이 가득했다.
멋지고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대구시민의 커다란 축복임을 았았다.
차를 몰아 다시 고속도로를 탔다.
이미 어두워진 대지.
우포늪으로 향했다.
늪 입구에 붕어찜 식당이 문을 열고 있었다.
들어가 물었다.
이 근방에 민박집이나 작은 숙소가 있는 지를.
지금은 성수기가 아니라서 민박집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에 편션이 있기는 하단다.
소개 받아 전화했더니 1명 숙박은 곤란하다고 했다.
가족이나 단체라면 몰라도 그 큰 공간을 혼자서 쓰게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난방문제도 있고, 비용계산도 안 되고.
방법이 없었다.
다시 창녕읍내로 갔다.
작은 시골 읍내.
조그만 여관이 눈에 들어왔다.
방을 잡아 두고 식당으로 가서 혼자 식사했다.
많이 걸어서 그런지 여전히 꿀맛이었다.
샤워하고 다큐멘터리 한 프로 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주말에 전국적으로 바람이 심했다.
그랬던 까닭에 날씨는 다소 쌀쌀했지만
시골 공기를 느끼고 싶어 창문을 활짝 열어 둔 채 잠을 청했다.
숙면이었다.
습관처럼 새벽에 일어나 차를 몰았다.
물안개는 주로 가을철에 접할 수 있는데 역시나 봄철에 물안개는 구경할 순 없었다.
사진 때문에 해가 뜰 때까지 혼자 운동을 하며 기다렸다.
땀을 좀 쏟았다.
찬란한 해가 뜨고 반가운 마음으로 새아침을 맞았다.
명징하고 신선했다.
높고 푸른 하늘, 잔잔한 호수와 하늘거리는 연둣빛 작은 잎새들이 반갑게 손짓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오롯이 혼자서만 우포늪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호젓하고 조용해서 더욱 감사했다.
혼자서 자연과 대화를 주고 받았다.
55년만에 처음으로 찾아온 우포늪.
람사르 보호 습지로 지정된, 하늘이 내린 자연의 보고인데
나의 무심함을 속으로 사과하며 걸었다.
내 강토, 내 조국을 좀 더 세세하고 알고 싶었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었다.
이것이 나의 종교요, 사랑이며 신념이다.
자연은 늘 그렇지만 인간의 영원한 스승이다.
그 안에 배움과 깨달음이 있고 감동과 환희가 있음을 잘 안다.
후대에 이 아름다운 강산을 잘 보호하여 물려주고 싶다.
나도 그 작은 역할에 좀 더 진력할 것을 다짐하며 기도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사유한 만큼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아름다운 자연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한다.
아무도 없는 우포늪은 그 자체로 무한한 감사였다.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첫댓글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가까이 있으면서도 가보지 못했는데,이렇게 사진으로 접하니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아무리 멋있는 풍경이 있어도 직접 가서 보고 걷고 즐기지 않으면 내 것이 될 수 없듯이 1시간 거리에 있는 우포늪도 사진이나 방송으로만 봤으니 감동은 내 것이 아니었죠..조만간 아내와 함께 꼭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