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 송욱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춤을 추리라.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핏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면은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해인연가 부분 – 송욱
구석에서 꽁하니
하염없이
고래를 용서하고
새우를 지새우는 버릇을 벗고서
먹자 죽여라
죽자 판에서
일어선 산더미
솟구치는 물결 위에
춤추는 의분! 태양!
철(鐵)의 주(竹)의 인(人)의 장막!
막바지로 밀려든다.
밀고 나간 벌판이며
들어먹은 정부를
‘로켓트’에 맞은 달을 내뿜는 숨결!
*그의 대표시는 시집 ‘하여지향’에 실린 시 ‘하여지향’이다. 시집만을 소개하겠다.
<하여지향(何如之鄕)>
. 제1부에는 <장미> <비오는 창> <꽃> <금(金)> <승려의 춤> 등 9편, 제2부에는 <쥬리에트에게> <햄릿트의 노래> <맥크베스의 노래> <라사로> <유혹> 등 5편, 제3부에는 <그 속에서> <생생회전(生生回轉)> <실변(失辯)> <시인(詩人)> 등 7편, 제4부에는 <왕소군(王昭君)> <비단 무늬> <기름한 귀밑머리> 등 7편, 제5부에는 <낙타를 타고> <거리에서> <그냥 그렇게> <서방님께> 등 14편이 실려 있다.
제6부에는 <남대문> <홍수> <의로운 영혼 앞에서> <어느 십자가> 등 4편, 제7부 ‘하여지향’에는 일련번호가 매겨진 연작 형태의 시 12편, 제8부 ‘해인연가’에는 역시 일련번호가 매겨진 시 10편, 제9부에는 <무극설(無極說)> <우주가족> <삼선교> <소요사(逍遙詞)> 등 10편이 각각 수록되어 있다.
“망신(亡身)과 망명(亡命)을 잃은 망령(亡靈)들”에서 보는 두운(頭韻) 및 “야당이 아니라/여당이드라. /당이 아니라/사람이드라.”에서 보는 바와 같은 각운(脚韻)의 시도는 우리말의 시적 잠재 가능성에 대한 실험적 탐구의 일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말놀이 시도에서 뜻과 음상(音相)이 결합하여 그나마 의미 있는 발화(發話)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현금이 실현하는 현실 앞에서/다달은 낭떠러지!”, “회사같은 사회가/호랑이처럼/납뛰며 덤벼드는 꿈을 잃었다”, “시시한 시시비비” 등과 같은 펀(pun: 同音異義의 말을 장난삼아 쓰는 것)의 경우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말놀이의 시도는 그것대로 재미있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망종(亡種)이 펼쳐가는 만물상’을 드러내면서 1950년대의 시대상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이다.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하여지향 일(壹)>에서도 만물상적인 세태를 풍자하는 면모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적되는 결함은 작품의 조직 원리에 관한 것이다. 낱낱의 시행에서 보여주는 말놀이가 균질감과 일관성을 지니면서 통합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말놀이의 대부분이 술자리의 재담이나 육담(肉談), 또는 사담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큰 결함 중의 하나이다.
첫댓글 잘 읽고 기억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