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전 세계를 휘쓴 가장 뚜렷한 사회운동의 기조는 '미투운동'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고발로 촉발된
미투운동은 우리나라에서도 격렬하게 벌어졌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정치,사회,믄화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해 온
여성들이 '나도 피해자'라며 우후죽순 격으로 고백하기 시작했다.
성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유독 공직사회는 미투 '미풍지대'였다.
공직사회가 꺠끗해서였을까.'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앙 부처와 광역지자체 공무원의 11.1%가
최근 3년간 간직접인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공직사회의 경우 성희롱은 묵인하거나 회피하는 등
'소극적 은폐'가 반복되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적 분위기를 중시요시하는 경직된 조직 분위기와 성희롱 피해 입증의 어려움.
2차 가해의 발생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30년 넘게한 직장에 다녀야 하는 특성상 성희롱 문제를 꺼내면 내부 고발을 하는 것과 다름없고,
단체장이 강력한 처벌 의지가 없으면 문제 제기 자체가 어렵다'는 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목소리다.
이런 가운데 성범죄 공무원에 대한 무관용 조치를 담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8일 공포됐다.
내년 4월부터 모든 유형의 성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당연 퇴직되고,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파면.해임된 경우 공직에서 영구 배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나 공무원 임용예정자도 성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3년간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
특히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형.치료감호가 확정된 경우 영구적으로 공무원 임용이 금지된다.
공직사회부터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성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앞으로 사회전체적으로 성범죄 무관용 원칙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이 공무원의 인사관리 기준을 준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제도 개선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미투운동뿐 아니라 '혜화역 시위' 등 최근 여성들의 목소리가 활화산처럼 분출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다양한 폭력과 차별이 그만큼 깊게 꽈리를 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상의 성차별이 사라진 평등하고도 민주적인 사회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성별과 세대를 떠나 모두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남성 위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눈물 흘리는 이는 '우리 모두'인 까닭이다. 이두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