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이 격해질 때, 방구석에서 떨고 있는 아이를 보신 적이 있나요? 가정폭력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영혼에는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남고, 이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 됩니다."
Q. 선생님,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과거에 남편과 저는 집에서 물건을 던지거나 심하게 몸싸움을 하는 등 폭력적인 부부싸움을 자주 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그 장면을 방구석에서 덜덜 떨며 다 지켜봤어요. 하지만 저희 부부는 맹세코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직접 때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아이한테는 늘 미안해서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고요.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수시로 주먹다짐을 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화가 나면 물건을 부수는 등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밖에서는 그렇게 거칠게 굴면서도, 집에서는 제 옆에 껌딱지처럼 매달려서 극도로 불안해하고 우울해합니다.
우리는 아이를 때린 적이 없는데, 단지 부부싸움을 좀 험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사회에 적응을 못 할 수가 있나요? 폭력을 보고 자란 우리 아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안녕하세요, 과거의 가정폭력 노출이 아이에게 미친 영향을 마주하시며 크나큰 죄책감과 고통을 느끼고 계신 부모님의 마음이 글을 통해 무겁게 전해집니다. 용기를 내어 과거의 잘못을 돌아보시고 아이를 돕고자 하는 그 절박한 마음에 먼저 위로를 전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부모님께서 아이를 직접 때리지 않았더라도 부모 간의 폭력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은 직접 맞은 것과 같은 치명적인 내상을 입습니다.
아이가 부부 폭력을 목격하는 것은 심리적, 정서적, 행동적, 사회적, 학업적 문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심각한 지장을 초래합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가정폭력을 목격한 아이들의 부적응 정도는 직접 신체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의 결과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가정폭력을 목격한 아이들은 직접 신체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보이는 문제와 매우 유사한 적응 어려움을 겪으며, 비폭력 가정의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부적응 양상을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폭력에 노출된 아동의 약 63%가 폭력을 겪지 않은 일반 평균 아동보다 훨씬 더 열악한 적응 상태를 보입니다.
현재 아이가 밖에서는 폭력적이고 안에서는 매달리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가정폭력 노출에 따른 전형적인 심리적 후유증입니다.
가정폭력 노출은 아이들에게 우울, 불안 등의 내재화 증상과 공격성 등의 외현화 증상을 모두 중간 이상의 크기로 뚜렷하게 증가시킵니다.
어머니께서 묘사하신 불복종, 거짓말, 물건 파괴, 싸움, 나쁜 친구들과의 어울림 등은 대표적인 외현화 문제에 해당하며, 동시에 어른에게 매달리거나, 외로움, 우울함, 걱정 등을 느끼는 것은 내재화 문제에 해당합니다.
특히 부모의 폭력에 노출된 남자아이들의 경우, 여자아이들보다 이러한 외현화 증상을 유의미하게 더 많이 표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매우 강력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겪게 됩니다.
어머니, 아이는 부모의 폭력을 지켜보며 자신이 언제 다칠지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 그리고 자신을 보호해 주어야 할 부모가 서로를 파괴하는 모습에서 오는 지독한 혼란을 온몸으로 견뎌왔을 것입니다. 아이가 직접 맞지 않았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부모님의 안타까운 방어기제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신 것이 아이를 살리는 출발점입니다. 당장 가정 내에서 어떠한 형태의 폭력(신체적, 언어적 모두 포함)도 완벽하게 근절되어야 하며, 아이가 느꼈을 극심한 공포와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즉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나 트라우마 전문 심리치료 기관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부모님 또한 아이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기 위한 가족 치료와 부모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아이의 엇나가는 행동과 불안은 부모에게 보내는 구조 요청입니다. 폭력의 굴레를 끊어내고 아이가 다시 건강하게 또래 관계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3가지 대처 방안을 소개합니다."
1. 폭력적인 환경으로부터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기
연구에 따르면 부모 간의 폭력을 단지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와 심리적 문제를 겪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를 폭력적인 상황과 소리로부터 물리적, 정서적으로 완전히 분리하여 더 이상의 노출을 막고, 이제는 안전하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모든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2. 아이의 엇나가는 행동을 '상처받은 마음의 표현'으로 이해해주기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불안해하며 심하게 위축(내재화 문제)되거나, 반대로 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 공격성을 밖으로 표출(외현화 문제)하는 등 극단적인 사회 부적응 행동을 보일 위험이 큽니다. 아이가 거칠게 행동하거나 엇나갈 때 이를 단순한 '나쁜 버릇'으로 규정하고 혼내기보다는, 깊은 두려움과 상처가 겉으로 드러난 것임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셔야 합니다.
3. 지체하지 않고 아동 트라우마 전문가의 심리 치료 시작하기
가정폭력 노출은 아이들에게 악몽, 플래시백, 작은 소리에도 크게 놀라는 과각성 등 매우 심각한 수준의 트라우마 증상을 유발합니다. 부모님의 따뜻한 위로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깊은 흉터를 모두 치유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지체 없이 아동 심리 및 트라우마 전문가를 찾아 아이가 겪은 충격을 안전하게 다루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Evans, S. E., Davies, C., & DiLillo, D. (2008). Exposure to domestic violence: A meta-analysis of child and adolescent outcomes. Aggression and Violent Behavior, 13, 13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