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323251§ion=sc30§ion2=
지난 2023년 7월 8일에 나는 약 한 달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7월 15일에 잡혀있던 큰 아들 결혼식이 가장 큰 목적이었고, 두 번째는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시술하는 일이었다. 한국에 도착해서 나는 먼저 나의 연고지인 부산으로 내려가 임플란트 기초 작업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아들 결혼식이 서울 강남에 있는 상록아트홀에서 있었기 때문에 나는 서울과 부산을 수시로 오르내려야만 했다.
8월 5일 저녁, 부산 민락동에서 친구와 함께 '회'를 먹고 그날 밤 막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이튿날 점심을 먹고 동탄에서 오후 6시 55분 SRT를 타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열차를 타기 전부터 몸에 오한이 생기고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승무원에게 담요를 부탁 했지만 열차엔 담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런데 승무원이 따라와서 걱정스러운 듯이 나에게 말했다.
"저, 손님. 제가 보기엔 손님의 몸이 몹시 불편해 보입니다. 다른 분들은 이 폭염에 다 덥다고 하는데 손님은 춥다면서 담요를 달라하고, 또 이렇게 온몸을 떨고 계시니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119를 불러드릴 테니 다음 역에서 내려 병원에 가보세요."
그 승무원은 강권적으로 내게 권했지만 나는 참고 부산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결국 그 승무원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잠시 후 그 열차는 천안역에 섰고 내리니 바로 휠체어가 대기하고 있었고 밖으로 나오니 119 구급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극심한 구토증과 함께 온 몸을 떨면서 병원으로 실려 가 혈액검사와 코비드 검사를 하고 또 X-Ray와 CT촬영도 했다. 그 병원은 천안의 순천향대학병원이었다. 그날 밤에 다시 서울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이 병원 응급실에서 5일 정도 치료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와 곧바로 Oregon주 포틀랜드에 있는 OHSU의 응급실로 입원해서 3일간 치료받고 퇴원을 했다.
그런데 내가 퇴원하기 하루 전인 8월 23일 새벽 3시경에 한국 부산에 있는 수영구청의 감염병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천안 순천향대학병원에서 내가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로 판명되어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며 연락이 왔다고...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내가 응급실로 실려 갈 때 열이 났느냐? 구토증이 있었느냐? 설사를 했느냐? 이런 질문에 나는 모두 '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또 음식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날 기억을 더듬어 '회'를 먹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횟집의 위치와 이름을 물었으나 가게의 이름은 기억할 수가 없어서 위치만 알려주었다. 그는 알았다고 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한 여름에 '회'를 먹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비브리오 균이 주로 조개와 생선 같은 어패류를 통해서 감염이 되어 패혈증을 유발시키니 앞으로는 조심 하세요." 그러곤 문제가 있으면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 전화를 받고 나는 내가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문득 ‘신바람 전도사’로 온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주던 세브란스 병원의 건강박사 황수관 교수가 2012년 12월 향년 67세에 급성 패혈증으로 생을 마감했던 일이 떠올랐다. 임종하기 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던 터라 황 교수의 별세 소식은 그 당시에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 간 이 패혈증(敗血症, Sepsis)은 말 그대로 피(血)가 썩는(敗) 병(症)으로 치명률은 방치 시 100%, 치료 시 20-35%인 무서운 병이다.
언론에 많이 보도 되는 여름철 ‘비브리오 패혈증(Vibrio Sepsis)’은 바다에 사는 비브리오(vibrio) 세균이 피부 상처에 오염되거나, 오염된 해산물을 먹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흔하게 일어난다. 패혈증은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하는 케이스가 많으므로 패혈증 증상이 보이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패혈증의 경우도 사망 위험도가 높은데 빠르게 악화되어 패혈성 쇼크가 오게 될 경우 40-60%가 사망하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환자가 자가면역질환이나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사망률은 더욱 높아진다. 이처럼 패혈증은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매우 높지만 증상이 나타날 때 신속히 병원에 가서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병이다.
찬송가 245장 2절 가사에 보면, "이 곳과 저 곳 멀잖다 주 예수 건너 오셔서/ 내 손을 잡고 가는 것 내 평생 소원이로다."라는 내용이 있다.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 곳과 저 곳이 멀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며 아직도 나를 이 곳에 있게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은총에 깊은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
미국 오레곤 비버톤에서
서북미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