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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심
「영화처럼 아름다운 광경이네.」
차에서 굴다리 너머로 노란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경계선을 지나자 주위는 온통 노랗게 익은 벼들이 꽤 멀리까지 펼쳐져 있었다.
앞으로 더 나아가자 머리만 하얀 갈대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고, 공중전화가 홀로 서 있었다. 정말 시골이다.
「이런 곳에서 살인이라니 좀 슬픈데.」
「어디든 간에 그런 일은 좋은 장면을 주진 않아.」
차는 어느 언덕에서 멈춰 섰다. 쓰레기장. 여기인가.
쓰레기 더미는 산처럼 쌓여 있었고 경찰 사람들은 그 위에서 조심히 내려오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고 잠시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하지만 곧 추워졌고 가을이라는 생각 때문에 몸을 떨었다.
「네, 저분입니다.」
뒤로 고개를 돌리자 흰머리가 군데군데 나있고 배가 바지의 허리의 경계선을 넘은 중년의 남자와 원서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나 말인가?
「아, 기자라고?」
「네, 또 제 고교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렇군. 만나서 반갑네. 나는 이곳 강력계 반장일세.」
나는 눈인사로 답했다.
「그러면 바로 현장 답사를 해야겠지?」
반장님은 턱으로 쓰레기장을 가리키며 걸어갔다.
두 남자는 노란 테이프로 둘러싸인 쓰레기장을 넘어갔다. 나는 노란 선에서 잠시 머뭇거렸지만 까짓것 뭐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쓰레기 더미는 4m쯤 되어 보였다. 주위에는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들과 여러 과자 봉투 쓰레기들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바삭 소리가 나서 기분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반장님은 버려진 옷장이 보이는 곳에서 멈춰 섰다.
「저 안에서 사지가 잘려나간 성인 남성의 사체가 검은 봉투에 담긴 채로 오늘 오전 6시에 발견되었어.
당시 사체는 사후 8시간 정도 경과했지. 쓰레기장 청소원 분들이 발견했다네.」
「제법 이른 시간이었네요?」
「오늘이 이곳을 완전히 비우는 날이라더군. 이것들을 치우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니 그랬겠지.」
반장님은 그 중 꽤 높아 보이는 쓰레기 더미를 보고 다시 한 번 놀라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이번 일이 귀찮아진 게, 얼굴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헤쳐져 있었다는 거야. 게다가 사체의 지문도 남아나질 않았어. 다리미나 고데기 같은 걸로 지져놓은 것 같아.」
나는 반장님의 끔찍한 대목을 듣고 몸을 떨었다.
「그래서 신원파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DNA검사밖에 없어. 그것도 가족들과 비교를 해야 알 수 있겠지만…
검사결과는 내일 오전쯤에 나올 거야.」
「그렇다면 현재 이 사체는 누구인지…」
「모른다는거지. 그래서 지금으로선 이 마을에서 실종된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최선인 듯해.」
반장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래 저었다.
「아니면 외지에서 살해를 하고 이곳으로 옮겼을 수도…」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만, 너도 오면서 홀로 서있던 편의점을 봤겠지? 거기에 있던 CCTV를 확인해보았는데,
겨우겨우 도로만 보이긴 했지만 거기서 차가 오고 가던 장면은 나오지 않았어.
그곳이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인데 말이야. 그래서 범행이 내부에서 일어났다는 것으로 보고 있어.」
「걸어서 옮기는 건 불가능한가요?」
나는 이 경우가 빠졌다는 것에 질문을 던졌다.
「시체를 옮기려면 성인도 꽤나 힘든 일이야. 게다가 쓰레기장까지 가려면 더더욱 그렇고. 일부러 그렇게 힘들이면서 그쪽으로 옮기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는 않겠지.」
원서가 나를 거들어 주며 말했다.
「나도 노력해볼 테니 그 동안 열심히 조사해보도록.」
「뭐, 해야 할 일이 많아지긴 했지만 확실해졌네요.」
그는 반장님에게 격려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나저나 기사 아가씨는 뭐 인터뷰라던가 그런 건 안하나?」
「네, 그건 내일 정도에 하게 될 것 같네요. 오늘은 먼저 형사 친구와 함께 동행해보려고요.」
「어이, 그런 건 언제부터…」
「하하, 마음대로 하시게나. 좋은 기사를 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 몸조심하게.」
그와 나는 반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쓰레기장을 떠났다. 우리는 차 안에 들어가서 잠시 몸을 녹였다.
「그런데 반장님께서 왜 나한테 그렇게 우호적으로 대해주셨지? 보통 사건에 기자들이 오면 귀찮아진다고 좋게 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그렇지. 내가 보기엔 반장님이 네가 유일하게 이런 살인 사건에 와서 그걸 높게 사셨나봐. 또 내 친구라니까 문제는 없을 거라고 믿으셨을거야.」
나는 방금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뭐 그렇게 씁쓸히 생각할 필요는 없었던 걸까…
첫댓글 주인공이 뭐라고 말했나요?
-1-에서는 원서(형사)의 시점이, -2-에서는 지희(기자)의 시점이 되는데요, -1-에 마지막에 나온 구절을 말합니다. 시점이 계속 바뀌니 잘 살펴보시도록! (읽어주셔서 감사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