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혁시점]
"윽!"
계속 되는 악몽.. 어릴적의 '그 사건' 뒤로... 몇년째 악몽을 꾸고 있다. 그 것도 비가 내리는 날에만 말이다. 눈을 뜨고 머리를
헝클어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느때완 다르게 이상하게도 머리가 어지러워왔다
젠장, 어제 또 술을 마신건가... 대체 몇병이나 쳐먹은거야?
뻐근한 몸을 일으키며 방밖으로 나갔을때, 익숙한 담배냄새가 바람을 통해 나에게까지 흘러들어왔다.
익숙한 담배냄새에 고개를 돌려 그 곳을 바라보는데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혀져 왔다...
그 녀석이 있었다. 베란다 난간에 앉은 아찔한 자세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가느다란 손으로 작은 담배를 들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 녀석, 그러다 문득 담배를 다시 입으로 가져가
안까지 흠뻑빨아들인 다음 내뱉어 냈다. 작은 새빨간 입술에서 연기를 뱉어내는 녀석의
모습은 매우, 치명적이게도 매혹적이었다
회색빛 연기에 녀석이 어느 순간 없어질 것 같은 슬픈 몽환적인 느낌이 들어왔다..
매번 그런 마음에 녀석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했던 것이었다, 신유정을 멍하니 바라보며 쿵쿵 거리는 왼쪽가슴을 느끼고 있는데
녀석의 특유 매력이 있는 목소리가 내 귓가에 파고 들었다.
"일어났냐?"
"또 담배냐 병신아"
녀석과 만난지가 벌써 1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싸늘한 바람이 베란다를 걷쳐 나에게 불어오고 있는 걸보니 말이다
조용한 틈에 거센 바람 소리만이 흘러오고 있었을 때, 내가 입을 열었다. 녀석이 나에게서 뒤돈채로 있었기에
다행이지, 아마 있었다면 말도 못꺼냈을 거다.
"어제 기억해?"
"..어제? 뭔 일..있었어?"
"아니, 별.. 일.... 없었어."
녀석이 난간에서 다리를 내리며 뛰어내렸다. 그 모습이 자칫하면 떨어질 뻔해서 움찔했지만 녀석은
아무렇지 않은 듯 빙그레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누구는 놀라서 심장이 빨리뛰고 있구만...
"뭘 봐?"
"이리와서 앉아 있어라"
"엉? 왜?"
"해장국 해 줄 테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멍충아."
내 말에 녀석이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도 가슴이 뛰어 녀석을 끌어안고 싶었지만 녀석은
내 심장을 모를테니까..
.
"천하의 강하혁이 여자한테 해장국을 해주다니!!푸하핫"
"니가 여자냐? 난 우리 엄마만 여자다"
녀석은 날 놀릴 생각이었는지 휘어지는 눈웃음을 치며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었다.
나는 그런 녀석의 웃긴 행동에 크하하, 라고 웃으며 대꾸를 해주었다. 그러자 나의 말에 빵 터졌는지
계속 웃음을 터트리고 실실 거리는 바보같은 년
웃으려면 제대로 웃으란 말이야... 바보같은...년아.. 억지로 웃지마
그렇게.. 슬프게 웃지말라고...
"오~ 한 실력하는데?"
"그럼, 내가 자취생활 몇년인데! 이 강하혁님을 우습게 보지마!!"
"너 나한테 시집와도 되겠다, 푸흐흐"
"내가 여자냐!!"
해장국을 열심히 퍼먹는 녀석을 보며 흐뭇한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데, 녀석이 문득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니 새침한 고양이 한마리가 떠올랐다.
옛날 어릴적에 찾아 온 작은검은고양이 한마리가 신기해 만지려 다가갔더니, 그 고양이는 눈빛을 돋구며 나를 힘껏 물고는
어두운 구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고양이의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눈빛은, 그 것이 싫다.. 두렵다가 아닌... 슬프고 버려짐에 지쳐버린 표정이었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다
녀석의 꼬블꼬블한 검은 머리를 만져보고 싶었다. 꼬블꼬블한데도, 전혀 부시시하지 않고 오히려 매끄러워 보였다
게다가 눈은 깔끔히 앞머리를 넘겨 검은 눈동자가 더욱 빛나고 있었다. 녀석은 확실히 전과 다르게 당당하고
도도한 눈빛이었지만
그래도... 그 때의 그 슬픈 눈은 더욱 더 짙어져 있었다.
"다음엔"
"뭐?"
"이렇게 까지.. 않해줘도 돼"
녀석은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빛나는 검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의 그 눈에도 나도 슬퍼지지만... 너의 그 차가운, 아무것도 믿지 않는 듯한 말은... 날 아프게 한다
"난.. 이런거 적응 안돼. 누가 나한테 잘해주고... 그런거.. 받아보지 않아서, 그런걸 누군가 해줘도...
...
......
행복.. 하지 않아."
녀석의 말에 내 심장이 누군가에게 꽉 잡힌 듯 갑갑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단어에 내 심장을 꽉 잡힌 손에 가시가
생겨 내 심장을 찌르는 듯 아파와 진다..
"알고.. 있었냐...?"
"...응"
언제부터 알고 있던 거였냐,
널 내가 얼만큼.. 사랑하는지 알고.. 있냐? 사랑하는 건 알아도... 얼만큼 사랑하는진 너도 몰라, 그건 나도 잘 몰랐는데...
아, 아니다. 알 것같다.. 지금 이 고통만큼... 널 사랑한 거 겠지
그런데 결국은... 끝까지 넌... 구세원이어야 했냐?
그 녀석이 뭐라고...네가 미워진다...
첫댓글 그 녀석이 누구인가요?
★ 아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앞에도 나왔듯, 세원인 거죠 'ㅁ' 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