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숲★
적연무별곡[赤演霧別曲] 06. -[붉은
안개바람]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게 무슨뜻입니까."
"그 말대로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검은 옷의 무리들이 남자겸과 연무를
둘러쌋다.
-어제의 그 녀석들이군.
"순순히 우리를 따라오십시오,연무세자-"
"........간밤에 손님이 참 많군- ..."
자겸이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연무는 휙- 검을 어깨를
짊어지고는 말했다.
"-어제 몰살당한걸로는 부족했던 모양이지?"
"조용히 따라오지않겠다면 적월아(赤月牙) 를
죽이겠습니다-"
그 말에 연무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혹시 연무세자는- ...'
남자겸은 문득- 그런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눈덮인 땅위로 그림자들의 머리가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죽고싶지 않으면 말해라."
그것은 차원이 다른 공포였다.
전투에
대비해 수많은 실전과 경험을 쌓아왔지만,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살육을 위한 공포- ...
가까이있는
것만으로도 연무의 살기에 짓눌릴것 같았다.
"못 알아들으신 모양이군요-
순순히 따라오지않으면 적월아를
죽이겠다고 말했을- ..."
휙-
빠르게 등 뒤로 다가선 연무가 순식간에 우두머리 그림자
주변에 있던
다른 그림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순식간에,그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빠르다- ... 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솜씨다.'
우두둑-!
순식간에 그림자의 팔이 어긋나서 뼈가
불거져나왔다.
끔찍한 비명소리가 외산을 뒤흔들었다.
"크아아아아악!!!!!!!!!!!!
........크...크아아악......크으으윽..."
"대답해라-
월아 도련님이 있는 곳은
어디냐."
"크.....크윽....."
우둑-
그의 손가락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일말의 망설임없이
손가락을 부러트리는 연무를 보면서 자겸은 식은땀이 흘렀다.
"대답해- 월아 도련님은 어디있어."
"....-미,미화루....."
"-미화루?"
"....으윽....크으으윽...."
우두둑!
가운데 손가락이
휘어졌다.
"........크아아악!!!!!!!!!!!"
"미화루에 있다는거냐?
-그곳에 있는 기생들은....백리화는
어떻게 했지?"
"...백리화는 모르지만...미,미화루에서........그 분이 기다리고
계신다...."
"..........좋아."
검이 허공을 갈랐다-
.....투욱- 괴로운 표정으로 일그러진
머리가 둔탁하게 떨어졌다.
눈앞에서 열댓명의 무참한 참살을 보게 된 자겸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
"-따라올테냐."
".....일행을 데리고 뒤따르겠습니다."
연무와 자겸은 두 방향으로
흩어졌다.
-실수였다.
자신이 연무세자라는걸 알았다면 이미 월아 도련님에 대한 조사는
끝냈을텐데-
멍청하게 월아 도련님의 신변에 대한 경계를 풀고있었던 자신의 잘못이다.
"....월아
도련님!
...........백리화...!"
배후 인물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연무의 약점을 잘 알고있는
인물이다.
-월아 뿐만 아니라,백리화까지 인질로 잡아두고있다.
서두르지않으면-!
★
아찔할정도로 매혹적인 향이 하늘하늘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가 오고있어.'
"아아- 그렇군요.
역시 예상대로 그림자들을 전부
몰살시켜버렸어요-"
'처음부터 알고있었잖아-?'
"-물론이죠.
그림자따위 얼마든지 있으니,몇명이 죽든
상관없어요.
내가 원하는건 연무세자- 그 사람 뿐이니까."
'큭큭,넌 정말 최악인 녀석이야.'
장밋빛으로 물든 입술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가장 잔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다가올 예기치 못한 돌풍의 출현을 위하여.
★
"헉- 헉-"
예상대로였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미화루는 폐허가 되어있었다.
기생들 대부분이 죽어있었다- ...그리고 손님들까지.
아무래도 영문도 모른체
습격으로 참살당한 모양이였다.
"-제기랄."
타다다다다-
2층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월아 도련님,백리화!
'벌컥-'
백리화가 있는 내빈실의 문을 열자 숨막힐정도로 아찔한 장미향이
가득했다.
-어두운 내실.
들고있던 횃불을 꺼져있는 등불에 불을 붙이자- 금새 방안은
환해졌다.
"-아무도 없어."
초조하게 방안을 둘러보는데,천천히 벽쪽이
갈라지더니-
은실자수로 수놓아진 화려한 의복을 걸친 백리화가 나타났다.
"백리화-?
......다행이야,무사했군요."
휘청-
..........그와 동시에 연무의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
-이게,무슨....?
".........윽.......다리가,몸이
말을...안들어."
휘청-
일어선 다리가 맥없이
풀렸다-
검을 쥐고있던 팔도 힘없이 늘어트려졌다.
시야가 흐릿하고 정신도 몽롱했다.
"기다리고있었단다,적연무(赤煙霧) - ..."
나직하고 아름다운 목소리-
흐릿한 시야 너머로도 확연히 보이는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
그녀는 은실자수로 수놓은 의복 속에서 천천히 긴 검을 뽑아들었다.
"-그런 표정하지마.
물론 놀란 그 얼굴을 상당히 기대했었지만
말야."
평소와 같은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누구보다도 잔인하고 차가운
미소.
부들거리며 검으로 몸을 지탱하며,연무는 흐릿해진 백리화를 노려보았다.
"-무슨소릴...하는거야."
"널 속여왔었어,연무세자- ..."
그 말에 연무는 머리가 멍해지고 정신을 잃어버릴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연무는 이를 꽉 물었다.
"7년 전 유배되었을때부터- 널 속여왔었어."
"..........."
갈수록 흐릿해지는 정신때문에 연무는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널 암살단에 넘긴건 바로 나야- 연무야."
"..............뭐....뭐라고?"
그녀가 짓는 미소는 항상 연무가 보아오던 극상의
미소.
평소와 같은 얼굴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말해주었다.
"-널 7년 전에,암살단에 넘긴게 나라고.
나,백리화가 널
암살단에 넘겼어- 너라면 쓸만하다고 생각했거든."
후후훗- 우아한 미소를 짓는다.
"아- 하지만,좀 의외였어.
좀 더 암살단에서 인형처럼
움직여줄거라 생각했는데,예상외로 빨리 끝나버렸거든.
그래,너와 적월아가 만났을때부터 내 계획이
어긋나버렸어."
우아한 몸짓으로 갈라진 벽 사이로 무언가를
끌어낸다.
비틀거리며 끌려오는 사람은- ...
"...크윽.........워,월아 도련님-!!"
"마음에 들지않았지-
인형처럼 움직여주는 너를
갖고싶었거든.
넌 적월아를 만나고나서 암살단을 괴멸시켰고,점점 변해갔어- ..."
월아는 이미 독향에 마비되었는지 조금도 움직이질
못했다.
연무가 애타게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쓸데없는 짓이라며 백리화가 잘라 말했다.
"소용없어,연무야-
이미,사지가 마비되어서 손가락 하나 꿈쩍
못할테니까.
아참,얘기를 계속해야지- ..."
쿡쿡- 조용히 웃던 백리화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난 어떻게든 널 가지고싶었으니까- 널 적월아에게서
떼놓으려고했어.
그렇지만 예상외로 너를 적월아에게서 쉽게 떼놓을수 없었고-
나도 어느정도 너에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적월아 하고는 비교도 되지않았지.
...................-그래서 생각한거야."
스릉-
우아한 동작으로 검을 들어올리는 백리화의 동작은
마치 아름다운 공작새 같았다.
"-널 적월아에게서 떼어놓는
방법은.
..........-적월아를 죽이는 것 밖에는 없다고."
-푸욱.
은빛칼날이 월아의 배와 등을 관통해- 천천히
빠져나왔다.
망설임없이 찔러넣은 칼날에는 검붉은 피가 새어나온다.
"-당신은 내 계획에서 가장 성가신 방해물이였어-
...
.................잘가- 월아 도련님."
- 은빛 돌풍이 느닷없이 덮쳐왔다.
드디어,배후 인물이
밝혀졌습니다.
자아- 이제는 어떻게 될까요?
도중에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거라고
예상되지만,
놀라신분도 있을거라 믿고싶습니다!!![<<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