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m.pann.nate.com/talk/373438655
동생과는 나이터울이 좀 있지만 보통의 자매들보다 더 사이좋게 잘 지내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만 그렇게 생각했을지도요...
저는 이제 40대를 코앞에 바라보고 있고 동생은 딱 서른입니다. 공부머리가 있었던 동생에 비해 저는 공부에 뜻도 없고 머리도 안되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고 결혼도 일찍 했습니다.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대학 간 동생에게 할 수 있는 건 아낌없이 지원해줬고, 남들보다 더 잘 꾸미고 더 좋은 가방 더 좋은 패딩 입고 다니는 동생을 보며 내심 뿌듯했어요. 부모님께서도 동네에서 항상 이 집은 자매가 우애가 좋으니 보기 좋다는 칭찬을 들으셨고요.
그렇게 자식처럼 아껴온 제 피붙이가 몇달 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제부 될 사람이 일찍 발견해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저를 포함한 친정 식구들 모두 결혼을 준비중에 있던 동생과 예비 제부 사이에 뭔가 문제가 생겼거나, 당시 동생을 힘들게 하던 회사 상사가 있었는데 그 사람과 심한 트러블이 생겼다고 추측했습니다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무슨 일인지만 말하면 도와주겠다, 파혼해도 좋고 퇴사해도 좋으니 제발 말해보라고 울며 매달리셨고 동생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10년쯤 전 저는 제 블로그와 sns에 악플 테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지금의 남편이 운영했던 작은 카페 일을 도와주며 카페 홍보글을 여러 번 올렸는데 거기에 공개된 제 사진에 얼굴이 못생겨서 커피도 맛없을 것이다, 이 여자 보기 싫어서 저 카페 안 간다, 카페 앞에서 기다리다 패고 싶다...등의 악플을 받았습니다. 더 기억나는 건 없지만 상당히 심한 악플이 꽤 많이 달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생의 말로는 그 악플을 모두 자기가 썼다고 합니다. 재수 중에 스트레스가 심했고 자기는 재수생 신분으로 죽도록 공부만 하는데 남편 잘 만나 호강하는 제가 미워져서 몇 번 비난하는 댓글을 썼는데, 제가 고소도 하지 않고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자 점점 심한 댓글을 쓰게 되었다고요. 댓글을 쓰고 나면 속이 후련해져서 공부도 잘 되고 스트레스도 풀려서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는데 동생이 자기가 쓴 댓글 내용을 꽤 상세히 기억하고 있더군요. 저는 그 악플에 대해서 남편 외에는 누구와도 말한 적이 없기 때문에 동생의 말은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악플이 달렸던 기간도 1년이 좀 안되는 정도였고요.
어머니가 말 그대로 동생을 쥐잡듯 때리셨습니다. 아버지가 말리고 저는 예비 제부에게 전화해 빨리 와서 동생을 데려가라고 했고, 그날 제부에게 동생이 업혀 나간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습니다. 통화는 몇 번 했는데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더라고요. 10년간 매일매일 죽고 싶었다고, 제가 용돈을 주거나 선물을 사줄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최근 몇년은 환청이 들리기 시작해 가족들 모르게 병원도 다녔다고 합니다. 학생 때는 오히려 남들보다 통통했던 동생이 지금은 거의 뼈만 남았습니다.
오랜 시간 생각했는데 호구같겠지만 저는 동생을 용서하고 싶습니다. 남편도 동의했고요. 악플은 제가 확인하고 바로 삭제하거나 글 자체를 내렸기 때문에 그 댓글들이 실제로 영업에 방해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카페는 결국 폐업했지만 그 이유도 지금은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암진단을 받으셨을 때 시댁 근처로 이사를 가기 위해 문을 닫은 것이었지, 장사가 안되어서는 아니었습니다. 블로그와 sns는 아이를 낳으며 모두 탈퇴하고 아이 이름으로 아이디를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 그 댓글을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렇게 결심했는데도 불쑥불쑥 괴로운 마음이 듭니다. 배신당한 기분이 들고요. 동생에게 해준 것들이 여전히 아깝지는 않지만 과연 내가 진작 알았더라도 그렇게 해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용서한다 한들 앞으로 동생과 다시 예전처럼 지낼 자신도 없고요. 동생은 제가 그동안 해준 것들, 대학 등록금과 결혼 자금 등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하지만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결혼식은 미뤄졌고 예비 제부와는 일단 같이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제부도 결혼에 확신이 없어 보입니다.
차라리 평생 감췄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가도, 어려서부터 겁이 많았던 동생이 그런 선택을 시도할 정도였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침이면 오늘은 꼭 전화해서 용서하겠다고 해야지 싶었다가 밤이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느냐고 따지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이 비워질까요? 동생과 연을 끊고 싶지는 않습니다. 동생의 30년은 동생이 저희 부모님의 딸로 산 시간이기도 하지만 제 가장 가까운 피붙이로 그 어떤 친구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었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없앨 수 있겠나요.
가끔 인스타로 보는 판에는 별난 가족 이야기가 많이 올라오더군요. 그런 가족 때문에 힘들어보신 분들, 죽도록 미웠던 가족을 용서해보신 분들이 제게 조언을 주셨으면 합니다. 어떻게 해야 용서할 수 있는지, 어떻게 용서해야 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깨끗이 사라질지... 부끄러운 가정사를 꺼내놓으며 조언을 구해봅니다.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번째 베플 너무 좋아서 나한테까지 도움이 되네..
내 동생 생각해보면 그냥.. 얘가 많이 힘들었구나 싶어서.. 재수할 때면 또 어릴 때니까.. 자살시도까지 했는데 얘도 어지간히 지옥속에 살았다 싶어서 용서해줄래.. 최소한 정병 회복할 때까진..
두번째 댓글 진짜 좋다 쓰니한테도 나한테도 도움이 되네
내 동생이면 걍 용서할 거 같음... 지난 10년은 물론이고, 악플달던 당시에 마음이 얼마나 지옥이면 나한테 그랬을까 싶음
나도 언닌데 나 같아도 용서할듯.. 같이 손잡고 상담 받으러 가야지 뭐ㅠ
진짜 팔이 안으로 굽나봐 나도 내동생이그랬으면 ...ㅠㅠ용서할것같아
당장 오늘내일 용서해야지! 이럴게 아니라 두번째 댓글처럼 시간두고 나자신을 바라보며 괜찬다 싶을때 동생한테 연락하면 될듯
난 ...내여동생이라 생각하면 딱한번 봐줄것같아
이유는 알수없는데 그냥 동생이 10년내내 죄책감에 정신병이 올정도여서 자살시도까지 한 그 자체가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근데 만약에 저렇게 악플 써놓고 아무렇지 않은듯 살다 걸렸으면 배신감에 용서가 안 되겠지만 저 동생은 혼자 스스로 너무 괴로워하면서 살빠지고 자살 시도할 정도잖아 본인이 이미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있고 괴로워하고 있으니까 내 동생이면 용서할래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내 동생이 잘못되는 걸 원치 않아서..
죄책감이 어마어마했나봐 동생도... 언니분도 너무너무 배신감 느껴질듯 ㅠㅠ 아휴 안타깝네
나라도 걍용서해…
난 용서할래 동생의 성격과 둘 사이의 믿음 이런 문제라기보다는 사이좋은 친언니한테 악플을 달 정도면 이미 그 때 정신적으로 문제가 심했던 상태였던 거 같애.. 그래서 그냥 이해함 그치만 전으로는 못돌아갈것이기 때문에 너무 안타깝다ㅠㅠ
동생이 진정성잇게 사과하면 언니가 용서해줄거같은데,, 재대로된 사과없이 자살시도로 가버리니 맘이 더 복잡할듯
두번째 베댓 정말 좋다 잘 기억해놔야지 언니는..내용 다 공감된다 안타깝네 ㅠㅠ
나는 동생이 잘못되는건 더 못볼거같아서 당장은 용서하기 힘들겠지만 보고는 살거같네 날위해서 그럴듯
아무리 미워도 내동생인데 나도 용서할거같음.. 용서안하면 사는내내 나도 너무 힘들거같아
난 용서함 내욕해서라도 결핍이 조금 해소됐으면 싶을듯 반응없어서 더 심한댓글쓴거면 무관심이나 본인의 무가치한 존재감에대해 열등감가진것같은데 세상모든것이 원망스럽고 언니미워서 악플썼지만 결국 스스로를 더 미워해서 자살시도했잖음 살려고 발악한 요소중에 하나라고 생각함
아니 죄책감 때문에 환청까지 들릴 정도라면서 악플을 단 1회도 아니고 저렇게 써댔다고? 참지 못해 내뱉고 불편해했던 것도 아니고 속이 후련해서 공부도 잘됐다고? 나는 모르겠다 ㄹㅇ... 일단 가족으로 잘 지내긴 지낼텐데.. 이전같긴 어려울듯
와 다신 못 볼 듯
와... 진짜 음침하고 이상한 사람이다. 좀 괜찮아지면 조카들한테도 뭔짓 할 듯. 자기가 이상해지니까 용서해달라고 하는거네. 용서는 둘째고 일단 거리를 둬야할거 같은데. 정신적으로 너무나 음험하고 나약해서 더 이상한 짓 할 것 같아.
22 저런 음흉함은 거두는거 아니다
두번째 베댓이 맞다.....
아 근데 내 동생이 그 일로 10년동안 죄책감으로 힘들어한거라면..ㅠㅠㅠ 난 용서할 듯..
악플 달고 상대방은 생각보다 무던히 지나갔는데 자기 자신이 죄책감 느껴 자살충동까지 했다니,, 진짜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인것같아
난 용서할가같아
용서는해주겠지만 다시는 얼굴보고싶지않을것같아
두번째 베댓 정말 너무나 위로가 되는 말이네...
오 나는 울 언니가 나한테 저랬다고 하면 용서 함... 그걸로 언니가 스트레스가 풀리고 더 건강한 생활을 하게 됐고 나한테 그런 욕을 한 사람이 실제로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도 느껴서 그냥 풀릴듯... 근데 이게 언니도 나를 그렇게 대해줄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이긴 함... 이정도 신뢰가 없으니까 저런 짓을 하는 거겠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 와닿지 않았었는데 처음으로 무슨말인지 알 것 같아 동생의 악플은 진짜 잘못한거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일종의 정신병이었을 것 같아
용서는 하겠지만 절대로 과거로 돌아갈 순 없겠지...
나라면..걍 용서할거같아..그게 내맘에도 편할거같아서..
걍 정말 힘들엇구나..풀 길이 그것뿐이었군.그래도 남 피해 준게 아니고 나한테 한거라 다행이다 싶을거같아
222 나도 남한테 안 하고 나한테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드네..
그냥 애가 생각보다 모지리였네 하고 용서할 것같아..
두번째 베댓 정말 띵... 하다 내가 다 위로 됨
걍 살면서 잘 하라고 할듯 평생 갚으라고
저거때매 딱히 고생한것도 아니어서 그건 괜찮은데 배신감이 느껴지는건 어쩔수없지않겟냐 ~ 너도 이제 살만해졋고 그때를 반성하면 걍 앞으로 잘하거라~
나도악플좀단다고 하고 용서할듯 저렇게아파하는데
본인 마음 힘드니까 이제와서 용서 구하네... 참... 아무리 가족이고 피붙이지만... 만약 나였으면 겉으로는 용서한다고 해도 예전처럼은 못 지낼것 같음..
두번째 댓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