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건설로 '훈련 지속성' 과제
지난 7일 광주 광산구 신촌동 광주공군기지에 전투기들이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다.
이재명 측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앞당기기 위해 광주 군공항에 있는 군용기를 우선 다른 공군 기지로 분산 배치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히자, 군 안팎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무리한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종사 훈련에 특화된 광주 군공항의 주요 시설을 이전하는 데 최소 1년 반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될 뿐더러, 임시 분산과 이전을 반복하면 훈련 지속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범은 지난 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군공항을 짓는 데는 절대적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까지 하자고 하면 지금 있는 공항에서 하고 있는 훈련 소요나 이런 것을 여타 공군 기지로 소산(疏散)할 수 있느냐”며 “소산 계획을 우리가 공군과 상의해서 짜면 그만큼 무안에 새로운 공항이 건설되는 것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 터를 쓸 수 있다”고 했다. 광주 군공항의 장비와 시설을 우선 다른 공군 기지에 분산 배치하면, 전남 무안 등에 대체 공항이 완공되기 전에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을 시작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광주 군공항의 기능을 다른 기지로 임시 분산하는 데 고려할 점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광주 군공항에 주둔 중인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주로 전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고등 비행 훈련을 담당한다. 지난해 광주상공회의소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광주 군공항 연간 이착륙 횟수 9100여 회 가운데 97%인 8800여 회가 조종사 훈련 비행이었다.
공군 출신으로 국방대 교수를 지낸 홍성표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은 “훈련기는 제한된 시간에 조종사를 길러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전투기보다 출격 스케줄이 잦다”며 “국내 다른 공군 기지도 전력 운용이 포화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단기간 내 분산 배치’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상의는 지난해 이재명 측에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광주 군공항 이전 시 조종사 훈련센터는 ‘해외 이전’할 것을 건의했었다.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T-50 고등훈련기 수십 대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광주 군공항에 있는 훈련기를 수용할 격납고나 정비 시설 등이 여타 공군 기지에 충분한지 의문”이라며 “광주 군공항 시설을 서둘러 빼야 하는 상황이 돼 무리한 대책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은 12일 “제1비행단 같은 조종사 양성 인프라를 다른 기지로 옮기려면 최소 1년 반 이상의 기간과 수백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광주 군공항에는 모의 조종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 기기도 10대 이상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뮬레이터 기기를 정상 운용하려면 온도·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건물 안에 배치해야 하는데, 이런 건물을 짓는 순 공사 기간만 18개월 이상이라는 것이다. 유 의원실은 “현 광주 군공항의 관련 시설을 구축하는 데 지난 10여 년간 수백억 원이 들어갔다”며 “이걸 다른 곳에 ‘임시 설치’ 하자는 것은 돈 낭비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재명 측의 ‘분산 배치’ 구상에 대해 주한미군 측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광주 군공항은 한·미 공군 공동 운영 기지로서, 전시나 유사시엔 미 항공전력이 전개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지난 10일 미 7공군 대변인은 “미 7공군은 광주 기지에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모든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강력한 연합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공군과 긴밀한 협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미군 시설이 있는 광주 군공항 자원의 재배치는 주한미군 측과 사전에 긴밀한 조율이 있어야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기 위해 한·미 간 군사 협력에 차질이 생긴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들과 관련, 국방부는 “이재명 정부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에 부응하는 한편, 한미 연합 방위 태세에 공백이 없도록 노력하면서 공군,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