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나 재혼해"
쿵. 작은 소리와 함께 베어물으려했던 사과가 곤두박질쳤다.
지금 내가 무슨소릴들은걸까.
이미 멍해져버린 내 눈동자는 엄마에게로 향해있었다.
그런나에게 각인시키듯 엄마는 '단비야 엄마 재혼해' 라고 말하며 내심장에 대못을 박았다.
아무렇지않은척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애써 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먼지를 털어낸뒤에 입안으로 옮겨가는나.
"단비야..."
엄마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린다. 사과를 씹으며 눈을 감았다.
아빠와 함께한 이곳에 다른사람이 들어온다.
아빠의 자리가 사라진다니.
말할수 없는 허무함과 서운함, 갖가지의 감정들이 나를 덮쳐왔다.
"누...구...랑?"
아빠의 자리가 사라진다는 생각, 그 감정들이 나를 덮쳐옴과 동시에 목이메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엄마에거 묻는 내목소리가 떨려버렸다.
"사거리에 치과의사랑. 아들 한명 있어. 너랑 동갑인."
내 반응에 엄마의 목소리가 작아져갔다.
아빠가 돌아가신뒤 힘들어하던 엄마를 위해서 삐뚤어졌던 모든것을 고치려고 무단히 애썼다.
그건 엄마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자 순종이아닌 맹종이였다.
그런데 그걸 지탱해준건 아빠의 존재.
그걸 알면서도. 엄마는 그걸 알면서도 나에게서 그 존재를 앗아가려한다.
게다가. 아들까지 있다고? 미친거아니야? 엄마가 제정신이야?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나..나는 "
예전과 다르게 멍청하고 순해빠진 현단비가 되버린 나는 날 안타깝게만 쳐다보는 엄마에게 그 한마디를 내뱉지못하고 머뭇거리고있었다.
"엄마 이해해주면 안될까? 단비야 엄마도 힘들었어 이해해줘."
엄마의 애원, 그리고 나의 애원.
아까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던 우리집 거실은 눈물 바다가 되버리기 일보직전이였다.
"엄마... 그냥 우리둘이 살면안돼? 제발... 나도 이해해줘..."
"단비야."
"나도..나도..힘들었었어.... 엄마 나도 힘들었다고. 그래도 잘살았잖아... "
"미안해 단비야."
뭐가미안한데요.
엄마가 뭐가 그렇게 미안한건데요.
그럼 미안한짓 하지마요 엄마. 제발...
벽한구석을 쳐다보았다. 이제는 유난히 하얀벽지만 보이는 이곳에는 일주일전까지만해도 우리집의 화목한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이걸 뗀이유가 있었구나. 그랬구나. 다른 가족이 들어올거라서 이렇게 되버렸던 거구나.
"미안해 단비야"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이럴때에는 엄마의 딸이라는게 싫은적도있었다.
눈물에 약하다는걸 엄마는 누구보다 잘알고있었고 눈물이보이면 무조건 자신이 이기게된다는것도 알고있었다.
어쩔줄을 몰라하며 있는 날 보며 엄마는 애처롭게 울었다.
하, 정말... 미치겠다.
"제발 울지마 엄마..."
"단비야..."
어쩔수없나보다.
매정한 하느님이란 사람은 나에게 아빠라는 두글자를 덥썩하고 안겨주려나보다.
"엄마는 항상 그러지. 내가 눈물에 약하다는거 알고서 매일 그러지."
"단비야...?"
"아직은. 아직은 아니야."
그리고 벌떡. 일어나버렸다.
내 방으로 들어가 겉옷과 핸드폰 그리고 지갑을 챙겨들고서 집을 나와버렸다.
"현단비!! 어디가!!"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목소리를 집어삼킨 현관문이 닫히자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터뜨렸다.
아빠, 나 어떻게 해요. 나 어떻게 해. 나 아직 아빠자리 다른 사람이 채운다는거 상상해본적도 없어.
그런데 엄마는. 엄마는 아닌가봐요. 아빠자리 다른 사람이 채워도 되나봐요.
나는 아닌데. 아직은 아직은 준비가 되어있지도 않고 아빠가 너무나 그리운데.
그런데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내가 어떻게 버텨. 내가 어떻게.
"호찬아 나와줘."
"야 너 울어???"
한참을 주저앉아 울었을까 내가 아빠다음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울먹이는 목소리를 알아차린건지 다급하게 물어온다.
"아니... 호찬아... 나어떻게해...?"
로젠으로 나와!! 라는 호찬이의 다급한 목소리를 벗삼아 나 현단비 또다시 주저앉아 울고말았다.
"무슨일인데?"
/ 로젠
호찬이의 물음에 빨개진 눈을 부비며 씩하고 웃는나.
그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호찬이의 표정이 썩 좋지는 않다.
호찬이가 시킨 맥주 두병이 나오고 나에게 따라주는 호찬이다.
"후... 나도 오늘 심난하다... 나한테 여동생이 생긴덴다. 나랑 나이가 똑같은 여동생이..."
이렇게 말하며 술잔을 쭈욱 들이킨다.
순간 정적이 멤도는 우리 테이블.
그 테이블에 있는 사람은 쓴 웃음을 지으며 웃는 호찬이와 입술을 꾹 깨물고 있는 나 현단비.
"뭐?"
호찬이의 말에 입가에 걸려있던 웃음이 싹하고 사라져버렸다.
아닐꺼라고 생각해봐도 불안함에 술잔을 잡은 내 손이 떨려온다.
다급하게 호찬이에게 재차물어보면...
"너희 학교라던데 말야..?"
그 말에 난 또 엉엉하고 울어버렸다.
멍청하지 왜 울어. 니가 왜 울어. 현단비.
아닐수도 있잖아 왜 멍청하게 그렇게 울고있어.
"야아 왜? 내가 바람필까봐 걱정돼?"
"아니... 으앙앙앙"
"울지마...!! 난너뿐인거 알잖아 뚝그쳐!!!"
"호찬아 으엉!!!! 나 어떻게!!!!!"
당황했는지 내 옆자리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며 토닥여주는 호찬이.
나어떻게 믿겨지지가 않아.
허튼생각일지몰라도. 니가 아닐지 몰라도.
"어떻게 니가 내 오빠가 될수있단 거야...?"
순간 정지.
호찬이가 내 어깨를 토닥이던 손이 정지.
"뭐...라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짜내듯 물어오는 호찬이.
호찬이에 품에 안겼다.
"니가 치과의사 아들이야...?"
"맞는데...니가...어떻...게?"
말도안된다 호찬아.
우리가 가족이된데.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우리가 가족이 된데...
같은 지붕아래에서 살고 아침을 같이맞고 서로 사랑하지만 사랑하면안돼는 가족이된데...
"우리가...가족이 된데 호찬아. 우리가...하 웃긴다 웃긴다 그치?"
"현단비...단비야...."
이건 아니잖아요. 난 이런거 들으려고 호찬이를 만난거아니예요.
왜 이래요... 왜 날 힘들게 만들어요...
우리한테 왜 이런 시련을주세요... 왜 우리가 남매가 되는거예요...
대체 왜...요...?
"푸하하 현단비 눈깔봐봐!!!"
힘들게 열이 펄펄나는 몸으로 학교에 왔더니 하는말이 저거다.
조용하게 남친에게 줄 목도리를 뜨고있던 하늬가 날 놀란눈으로 쳐다본다.
"뺨이..."
부어있겠지. 엄마에게 맞았으니.
엄마에게 이번 결혼은 절대 안된다고 대들었다가 맞아버렸다.
"에에? 현단비!! 뺨이 왜 그따구야?"
"아니야.."
"어떤 씹싸르기같은 개쉐키야 누가 내친구한테 손데. 와나 진짜 장희진 성격나오게하네"
책상을 뒤집을듯한 기세로 벌떡 일어나는 희진이.
간신히 그런 희진이를 말리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내 자리에 앉아 엎드렸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결혼을 하게된다면 우리는 이별을 해야한다.
그럼 난 어떻게될까. 헤어질수 있을까. 호찬이와 예전으로 돌아갈수 있을까.
엄마를 실망시키는 딸이 되야하는걸까. 난 데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어어엉..."
/ 방과후
희진이와 하늬가 도닥여 주지만 진정이 되지않는다.
정말정말 미친거야...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갖자 난 아빨 실망시키고 싶지않다 미안 현단비)
이거 정말 호찬이가 보낸거야? 정말로? 진짜?
민호찬이라는 내 남자친구가 보낸거맞아?
"완전 파파보이네? 장난하나 이 씹쌍키새키!!!"
호찬이가 보낸거맞나보네. 희진이가 이렇거 빡쳐하는걸 보면 이 문자 정말인가보네.
정말로 일방적으로 우리 이별한거네.
내 마음 하나도 상관 안하고서 우리 헤어진거네.
"단비야... 울지마..."
하늬의 조용한목소리. 그 목소리에 더욱더 설움이 복받쳐서 더 소리내어 울었다.
"민호찬새끼 얘 너 아까운줄모른다? 다른애가 채갈걱정은 안하나봐? 너갖고싶어서 안달난새끼들 많아~?"
"희진아~ 그 전에 말했었잖아. 현우 친구."
"아 이반원? 그 공고 꽃돌?"
한손으로는 날 토닥이며 알아듣지 못하겠는 말을 서로 주고받는 하늬와 희진이.
눈물이 계속 퐁퐁쏟아진다. 서럽다. 민호찬 너 정말. 너 정말...그러기니...
첫댓글 분홍 노을이 있다면 얼마나 놀랄까요?
헤헤 그러게요? 보고싶은데 항상 노을은 주황색이죠 ㅠㅠㅠ
고우켄이치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