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누구보다 많은 음식을 맛보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맛 기자’의 특별한 에세이다. 『인생이 있는 식탁』이라는 제목은 이 책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오랜 시간 수많은 맛집을 순례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본 저자는 편안한 친구와 한바탕 수다를 떨듯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그 음식을 함께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야기 속에는 맛있는 음식들만큼이나 다양한 저자의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그들과의 추억담을 풀어놓으며 음식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음식 이야기로 시작하며 그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은 인물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기도 한다.
저자 박미향
대학교에서 역사, 사진(다큐멘터리, 광고사진)을 전공했다. 금융권 회사에서 직장생활도 했다. 지금은 한겨레신문사에서 사진기자 겸 맛기자로 일한다. 먹을거리와 묘한 인연으로 맛에 대한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풀어내고 있다.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우리 땅 숨은 맛'과 '종가음식'도 소개하고 있다. "부족한 것이 많아 늘 괴롭다"라고 외치면서 게으르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저서로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박미향 기자, 행복한 맛집을 인터뷰하다', '와인집을 가다' 가 있다.
여는 글 _ 나랑 밥 먹을래요?
인생의 식탁
진지대왕 안철수를 닮은 담백함 _ 비빔밥
희망의 맛으로 마음을 치유하다 _ 초밥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싱싱함 _ 삼치회
시골 아침 식탁, 도시 생존녀의 불안을 잠재우다 _ 시골 밥상
구수한 그리고 달짝지근한 그녀 _ 와인과 와플
추억을 부르는 그리움 한 그릇 _ 닭요리
‘막 대해준’ 고마운 선배와 한잔 _ 막걸리
늙지 않는 여인의 오묘한 비결 _ 한정식
스승님 무엇을 고를까요? _ 와인
일상을 즐거운 일로 채우는 방법 _ 닭튀김
우정의 식탁
오래된 우정의 맛 _ 코코뱅
무겁지 않은 진지함을 지닌 ‘그’를 위한 한 끼 _ 훠궈
단단하고 새콤했던 친구에 대한 보고서 _ 고등어초회
음식은 사람을 이어주는 단단한 동아줄 _ 메밀묵
잘난 정치 따위는 몰라도 그만 _ 쇠고기수육
박장대소 실수담과 함께 익어가는 밤 _ 파스타
담담한 사찰음식 같은 친구와 이별하다 _ 사찰음식
나를 지켜주는 이들과 고기 굽는 밤, 행복이 익어가네 _ 차돌박이
나의 특별하고 스마트한 취재원 _ 곱창
지구상에서 가장 예의바른 기자가 준 술 해독제 _ 양꼬치
사랑의 식탁
살큼 데쳐진 나물 같은 고소한 사랑 _ 나물요리
숯불구이 연기 속에 익어가는 애정사 _ 숯불구이
두꺼운 도화지처럼 얇은 듯 단단한 사랑법 _ 이탈리아요리
겉은 바삭, 속은 쫀득한 사랑의 레시피 _ 팻덕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연애의 결말 _ 뷔페
좋은 사람을 만나는 최고의 방법 _ 일본식 회덮밥
을이 갑에게 바치는 만두 _ 만두
좋은 엄마 그리고 매력적인 여자 _ 파스타
가상의 ‘남친’으로 편견에 맞서다 _ 스테이크
부추 녹즙과 조미료 샌드위치로 남편을 잡다 _ 고르곤졸라상 빵
위로의 식탁
쓸쓸하고 우울한 밤의 담백한 위로 _ 대구탕
‘누나’ 소리 들으며 한 젓가락 먹어볼까 _ 꿩냉면
언제나 고마운 그녀를 위한 응원의 한 그릇 _ 닭가슴살 양파수프
수다로 푼 텅 빈속에 꽉 찬 맛을 채우다 _ 정통 프랑스요리
배고프니까 청춘이다 _ 라면
맛있는 유머, 개운한 수다 _ 전통 한과
스승 같은 후배에게 건투를 빌다 _ 생멸치조림
서울의 미향, 제주의 미향을 만나다 _ 고기국수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깊은 맛 _ 청국장
인생은 느긋하게, 불안해하지 말고 _ 중국요리
맛집 들여다보기
위로 한 스푼, 용기 두 접시,
소중한 사람들과 마주한 음식의 기억들
한겨레신문 맛 기자 박미향, 인생을 닮은 맛을 이야기하다
음식을 나누며 단단하게 이어진 사람들의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
이 책은 누구보다 많은 음식을 맛보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맛 기자’의 특별한 에세이다. 『인생이 있는 식탁』이라는 제목은 이 책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오랜 시간 수많은 맛집을 순례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본 저자는 편안한 친구와 한바탕 수다를 떨듯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그 음식을 함께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야기 속에는 맛있는 음식들만큼이나 다양한 저자의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그들과의 추억담을 풀어놓으며 음식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음식 이야기로 시작하며 그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은 인물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기도 한다. 담백한 나물이 어우러진 비빔밥을 먹으며 진지대왕 안철수 교수와의 에피소드를 떠올리고, 맛의 세계를 여행하다 만나 허물없는 사이가 된 요리사의 하소연을 들려주고, 신입기자 시절 여자 사진기자라는 편견 없이 막 대해주었던 기자 선배와 마신 막걸리의 후유증을 실토한다. 음식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람에 대한 두터운 정을 지닌 저자의 글과 사진은 시종일관 따뜻하고 유쾌하다.
맛있는 음식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며 즐거움을 느끼고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것. 지극히 평범한 일이지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인생에서 ‘누군가와 함께 한 끼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음식은 사람을 이어주는 단단한 동아줄이다
친구로 엮어주는 하트 모양의 카드다
우리는 매일 습관적으로 밥을 먹는다. 오랜만에 만난 이에게는 “언제 한번 밥이나 먹지요.”라는 말로 반가움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밥’을 먹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고,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 지쳐있던 텅 빈 속을 채우고, 시들어있던 마음을 다시 생생하게 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의 저자 박미향 기자는 그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저자의 유쾌한 식탁에 초대된 이들은 인생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본다.
첫 번째 ‘인생의 식탁’은 인생의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싱싱한 삼치회를 닮은 친구를 응원하고, 도시생활에 지친 마음은 자연을 닮은 시골밥상으로 달랜다.
두 번째 ‘우정의 식탁’은 나를 가장 나답게 하는 이들과 마음과 음식을 나눈 이야기다. 평생 함께 할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차돌박이를 지글지글 굽고, 새로운 인생을 위해 떠나는 친구에게 담담한 나물요리를 나누며 담백한 작별인사를 전한다.
세 번째 ‘사랑의 식탁’은 재료의 조화가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덮밥처럼 서로를 닮은 오래된 부부의 사랑,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뷔페처럼 자유로운 문어발 연애의 말로까지…… 세상의 음식 수만큼이나 다양한 맛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 번째 ‘위로의 식탁’은 따뜻한 한 그릇의 위안을 전한다. 주체할 수 없이 텅 빈 마음을 꽉 찬 맛으로 채워준 든든한 프랑스요리, 넘어야 할 인생의 언덕을 만난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깊은 맛의 청국장은 팍팍한 일상에 지친 이들의 굳었던 마음을 녹게 한다.
저자는 ‘음식은 사람을 이어주는 단단한 동아줄이고, 친구로 엮어주는 하트 모양의 카드’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의 길을 즐겁게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 작가의 말 ]
나이가 들면 사는 게 수월할 줄 알았다. 웬만한 일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평정심을 유지하고 어떤 이를 만나도 기죽지 않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척척 해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넘어야할 언덕은 계속 나타나고 매번 힘겹다. 한 언덕을 넘으면 다른 언덕이 나타나고 그 언덕을 넘으면 또 다른 언덕이 튀어 올라왔다. 인생은 수많은 언덕을 넘고 또 넘는 과정인가 보다. 이왕 넘어야한다면 유쾌하게 신나게 넘자는 게 내 생각이다. 통쾌하게 상쾌하게 넘기 위해서는 친구가 필요하다. 사람이 해답이다. 어깨동무하고 함께 넘는 산은 지루하지도 험하지도 않다. 이 책은 내 시간의 한 자락을 같이 넘은 이들의 이야기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밥을 먹었는지, 밥을 먹기 위해 이들을 만난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들 사이에는 밥이 있었다. 밥은 우리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동아줄이었다. 그래서 밥은 위대하다.
_ 여는 글 중에서
그는 나를 후배로 ‘막 대했다.’ 나는 그게 고마웠다. 막 대한 선배와 막걸리 한잔은 너무나 당연했다. 막걸리는 ‘막 걸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 아닌가. 막 대한 선배와 막 거른 술 한잔, 겨울밤은 따스했다. 마구 걸러낸 술은 탁해서 ‘탁주’, 흰색이라서 ‘백주’, 농사에 널리 쓰였다 해서 ‘농주’라고 부르는 우리 술.
_ <‘막 대해준’ 고마운 선배와 한잔> 중에서
O과 나의 공통점은 술자리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알코올에 대한 과도한 애정, 흥건한 취기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이다. 우리는 한잔 술에 ‘소호강호’ 노래를 외치는 인생들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품성 때문이다. 세속에 기준에 무심하고, 느리게 가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_ <잘난 정치 따위는 몰라도 그만> 중에서
음식 세계에 빠져들수록 만나는 이를 먹는 음식에 빗대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강요리 나물과 닮았다. 아무리 강한 향의 기름과 질 좋은 천일염, 간장으로 간을 해도 본성이 튀어나오는 나물. 나물은 특유의 질감과 식감, 담백한 맛으로 혀를 감동시킨다. 가만히 있어도 겸양지덕이 뿜어 나오는 대인과 같다.
_ <진지대왕 안철수를 닮은 담백함> 중에서
평생 곁에서 우정을 쌓고 지낼 줄 알았던 친구가 느닷없이 사라져 버렸다. 장희빈의 탕약이 ‘밥 한 끼’ 못 먹은 비애감과 같을까. 해마다 이별한 날이 돌아오면 ‘밥’ 생각이 난다. 밥 한 끼 먹여 보내야 했는데! 거창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온갖 기교로 포장한 섬세한 ‘밥’, 밥 사이에 틈을 만들어 부드러움을 더하고 큰 생선조각을 얹은 초밥 장인의 ‘밥’이 아니다. 돈만 있으면 선물할 수 있는 ‘밥’은 안 된다.
_ <담담한 사찰음식 같은 친구와 이별하다> 중에서
치익~ 돼지고기의 기름이 뚝뚝 석쇠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이야기의 농도는 진해졌다. 숯불구이는 이 맛이다. 짙어지는 사랑이야기 같은 맛! 떨어지는 기름 때문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고기 맛이 더 좋아진다. 고기는 숯향을 걸치고 에로틱하게 몸을 꼰다. 돼지고기가 없었다면 각자의 애정사는 투정을 넘었을 것이다.
_ <숯불구이 연기 속에 익어가는 애정사> 중에서
콧방울을 세게 킁킁거리게 만드는 루콜라는 다정하게 우리를 맞았다. ㅅ은 잘 익은 스테이크를 쓱쓱 썰어 남자친구를 포근하게 안아주듯이 루콜라로 쌌다. 한 입 ‘쏙’ 검붉게 뿌려진 소스는 입맞춤 뒤 심장으로 떨어지는 떨림과도 같았다.
_ <두꺼운 도화지처럼 얇은 듯 단단한 사랑법> 중에서
ㄱ은 철딱서니 없기로는 둘째가면 서러운 나에게 늘 언니처럼 인생에서 중요한 국면마다 아주 상식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그가 제시한 해답은 평범했지만 늘 정답이었다. 가족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후베는 내게 든든한 인생의 버팀목이다. 은은한 봄바람 같은 후배, 건투를 빈다. ‘생멸치조림’이 힘이 됐어야 할 터인데.
_ <스승 같은 후배에게 건투를 빌다> 중에서
우리 전통음식인 청국장 같은 일터를 찾으면 행복하지 않을까! 청국장은 먹으면 먹을수록 애정이 솟는 음식이다. 후배가 청국장을 먹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아직도 모른다. 청국장이 도움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저 건강한 밥 한 끼 먹이는 것이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뿐이다.
_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깊은 맛> 중에서
첫댓글 박미향 지음 / 출판사 인디고 | 2012.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