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하루 - 원래 마음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제자가 있다.
경기도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경기도 쪽에서 대형화재사고가 생기면 걱정이 되어서 가끔 전화를 하곤 하였다.
“불 속에 쑥~ 하고 뛰어들지 마라! 잘 살펴보고 안전을 확보한 후에 들어가라! 다른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 목숨도 중요하다.”
“네. 선생님 걱정하지마세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983년 3월 완주만성국민학교(지금은 전주 혁신도시 만성초등학교) 1학년 때 가르쳤던 아이다. 1년 동안 잠깐 근무를 하고 전주로 들어와 얼굴도 가물가물한 아이들이었는데 두 아이가 6학년이 되면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전주화산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한 아이는 비교적 차분한 소방관이 된 김규곤. 한 아이는 쉬는 시간만 되면 맨발로 운동장 그네를 점령하려고 달음질치던 개구쟁이 정승진. 화산초등학교에 와서도 여전히 승진이는 개구쟁이여서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다니기도 머리를 다쳐서 붕대를 감고 다니기도 하고 여학생을 때려서 담임 샘에게 꾸중을 심하게 들으며 다녔던 아이들이다.
카•톡을 통해서 아이들 사는 모습을 살펴보니 규곤이는 바쁜지 사진 한 장도 없고, 승진이는 남매를 두고 은행에 다니면서 오순도순 잘 살고 있었다. 승진이는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규곤이는 소방관이라 대형화재가 나면 걱정이 되곤 하여 조석 심고에 안전한 하루 보내게 해달라고 기원하곤 하여왔다.
며칠 전 규곤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주에 내려와 승진이와 함께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고. 처음에는 사양하였는데 승진이도 화요일(10일) 쉬는 날이고 자신도 휴가를 하루 내어서 내려오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였다.
‘아이들이 식사 대접을 해줄 텐데 난 뭘 주지?’
고민을 하다가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대로 해주기로 하였다.
여름용 발목 짧은 양말 3켤레. 아내에겐 예쁜 덧신 1켤레. 아이들에게는 기념 우표 세트 2개씩. 기념우표 세트( *우체국 계좌에 일정 금액을 넣어놓고 신청하면 등기로 집배원이 직접 가져다 줌*)를 받아들고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라며 좋아한다.
두 아이들과 맛있는 점심도 먹고 사진도 한 장 찍고 옛날이야기 집안 이야기도 나누는 훈훈한 시간이었다. 다행이 규곤이도 경력이 쌓여 직접 불을 끄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승진이는 은행에서 나와 지금은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은행에 있을 때에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너무 편하여 만족스럽다고 한다. 각자의 일에 충실하게 사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다. 헤어지기 전에 음식점 마당에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오늘은 엄청나게 신나는 하루이다.
사진 찍어주는 사장에게 초등학교 1학년 때 가르쳤던 제자라고 자랑도 하고~~.
첫댓글 그러네요 자식같은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함께 하셨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