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61) 씨는 3년 전 3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정년 퇴직한 뒤 금융자산으로 생활해 왔다. 그는 퇴직금과 틈틈이 모아 둔 자금을 합쳐 금융자산 5억 원이면 이자 수입(금리 3.2%대)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현재 그의 월 소득은 200만 원 정도.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분산 예치한 예금의 이자, 그리고 나머지 월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와 적립식 펀드 등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이었다.
그런데 다음 달 3년짜리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박 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1%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자 소득이 절반 수준으로 토막날 상황이다. 최근 주가지수가 하락하면서 펀드에도 일부 돈이 묶였다. 박 씨는 "앞으로 이 돈으로 자녀 교육 시키고 노후까지 지내야 하는데, 이제 원금마저 까먹는 상황이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도 미국 일본과 같은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자생활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 1%대 금리는 현실로 다가왔고 부동산에 돈까지 묶였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행 정기예금 금리로는 5억 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더라도 월 이자수익은 80만 원 남짓. 아무리 눈을 돌려봐도 안정적으로 돈 굴릴 곳을 찾기가 힘들다. 어렵게 마련한 노후 자금으로 재테크는커녕 이자가 줄면서 원금까지 까먹을 판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정기예금 수신금리는 평균 2.36%까지 내려왔다. 한은이 지난 8월 17개 은행의 금리를 조사해서 낸 평균치로 199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2.0%로 인하하면서 예금금리의 추락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은퇴생활자는 물론이고 예·적금으로 목돈을 만들어야 하는 서민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다. 직장 3년 차인 이권석(33) 씨는 "은행에 매달 30만 원씩 적금을 넣어봐야 1년 만기 이자로 고작 7만 원을 받는다"며 "이러다 보니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 나서는 직장 동료도 많지만 원금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부동산 퇴직연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권에 따르면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은 적립금의 80% 안팎, 확정급여형(DB형)은 90% 이상이 원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퇴직연금 수익률도 낮아져 연금액도 감소한다.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불투명한 경기전망에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부동산 경기 거품론도 나오고 있다. 노후자금을 담보로 투자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공기업에서 명퇴한 이모(여·56) 씨는 "재건축 등 부동산 투자 유인책에 발 담그려니 '하우스푸어'가 될까봐 걱정된다"며 "경기부양에만 초점을 맞춘 금리인하로 은퇴자와 서민만 희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댓글 초저금리.. 그렇다면 역시 수익형부동산.. 투트랙전략이 주효하겠죠~ ^^